이웃이 된다는 건 어떤 걸까요. 한 번의 근사한 인사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매일 스치는 사소한 안부, 오래 지켜봐 온 얼굴, 무슨 일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 수 있는 거리감. 이웃은 그렇게 반복된 시간 속에서 천천히 쌓이는 관계입니다. 기업과 동네의 관계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루아침에 좋은 이웃이 될 수는 없습니다.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며 크고 작은 순간을 함께해 온 시간이 쌓여야, 비로소 그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으니까요.
이번 주에는 일본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니코앤드(niko and …)가 만든 공원 ‘니코앤드 베이스(niko and … BASE)’를 소개합니다.
니코앤드(niko and…)는 어패럴 기업 아다스트리아(Adastria)가 전개하는 40여 개 브랜드 중 하나로, “Play fashion!”이라는 그룹 미션 아래 실용성에 유머를 더한 옷을 만들어온 브랜드입니다. 니코앤드에는 오래전부터 ‘유니크 센스(uni9ue senses)’라는 아홉 개의 키워드가 있었습니다. 옷, 음식, 주거, 놀이, 지식, 건강, 여행, 음악, 지역. 지금까지 이 아홉 글자는 매장 진열대 위에서만 존재했습니다. 옷 옆에 가구와 소품을 함께 놓아 삶의 태도를 보여주는 방식으로요.
니코앤드 베이스는 이 중 놀이(遊)와 건강(健), 그리고 지역(LOCAL)을 진열이 아니라 실제로 걷고 땀 흘리고 머무는 공간으로 옮겨 지었다는 점에서, 브랜드가 오래 말해온 것을 처음으로 몸에 새겨 넣은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다스트리아의 기타무라 요시키(北村嘉輝) 사장은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서 체험의 가치를 더 높이고 싶었어요. 그래서 창업의 땅인 미토 센바 공원에 사우나와 음식점, 마르쉐, 픽클볼 시설까지 갖춘 즐거운 공간 ‘niko and … BASE’를 만들게 됐습니다.”
옷을 파는 회사가 갑자기 공원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하면 다소 뜬금없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결정은 흔히 이야기되듯 옷 장사의 약점을 메우기 위한 방편이라기보다, 오히려 이 브랜드가 가장 잘하는 것을 극대화하기 위한 선택에 가까워 보입니다.
니코앤드는 오래전부터 자연스러운 색감의 야외활동 옷과, 땀을 빨리 말려주는 편안한 실용적인 옷에 강점을 지녀온 브랜드입니다. 사우나를 마치고 나른해진 몸, 야외에서 바비큐를 먹는 저녁, 호숫가를 달리는 아침. 옷이 가장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이런 장면들을 브랜드가 직접 만들어낸다면, 그건 광고라기보다 브랜드가 늘 상상해 온 삶의 장면을 현실에 옮겨 놓는 일에 가깝습니다. 진열이 아니라 하루의 루틴 안에서 조용히 스며드는 방식으로요. 니코앤드 영업부장 기노시타 노부아키(木下信彰)는 이 공간을 기획하던 때를 회상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20대든 30대든, 여성이든 남성이든 타깃을 딱히 정해두지 않았어요. 사람들의 생활 동선 안에 자연스럽게 있고 싶었거든요. 물건만 팔아서는 그 가능성이 좁아지지만, 공원 사업이라면 훨씬 큰 접점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옷 매장은 태생적으로 패션에 관심이 많은 특정 손님들을 위한 곳이죠. 반면 공원과 사우나, 바비큐는 세대와 취향을 가리지 않는 보편적인 인프라입니다. 니코앤드는 매장이라는 좁은 문 대신, 삶이라는 훨씬 넓은 입구를 선택한 셈입니다.
니코앤드 베이스가 자리한 곳은 이바라키현 미토시의 센바 공원(千波公園)입니다. 일본 3대 정원 중 하나인 가이라쿠엔(偕楽園)의 풍경을 그대로 빌려오는 자리이자, 둘레 3km에 벚나무 700여 그루가 늘어선 미토 시민들의 오랜 산책로입니다.
미토시는 낡아가던 이 공원을 되살리기 위해 2022년, 개인의 웰빙과 지역 커뮤니티의 웰빙을 함께 도모한다는 ‘웰빙 파크’ 구상을 내걸고 사업자를 공모했습니다. 그해 11월, 다이와 리스(Daiwa Lease)를 대표사로 하는 컨소시엄이 최종 사업자로 선정됩니다. 자본 조달과 인프라 건설은 공원 개발 경험이 풍부한 다이와리스가, 건축 설계는 가이라쿠엔과 호수의 경관을 해치지 않는 저층 목조 건물로 요코스카 미쓰오 건축설계사무소(Mitsuo Yokosuka Architectural Co., Ltd.)가, 그리고 공간을 실제로 채우고 운영할 콘텐츠는 니코앤드가 맡았습니다. 미토시는 부지 정비 등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공 재원만 부담하고, 나머지 개발과 운영은 민간이 20년간(2025년 6월부터 2045년 5월까지) 책임지는 대신, 여기서 나온 수익의 일부는 공원 화장실 개보수나 방재시설 유지비로 되돌아갑니다.
이 구조를 일본의 다른 공모설치관리제도(Park-PFI) 사례들과 나란히 놓아보면 흥미로운 지점이 보입니다. 도쿄 남이케부쿠로공원에 들어선 카페 ‘라신느 팜 투 파크’나 센리미나미공원의 레스토랑 ‘버드 트리’처럼, 지금까지 이 제도로 만들어진 공간 대부분은 이미 사람이 많은 도심 공원에 지역 기업이 카페 하나를 여는 방식이었습니다. 상업시설을 심어 공원에 활기를 더하는, 비교적 작은 단위의 개입이었던 셈입니다. 니코앤드 베이스는 이 틀에서 두 가지가 다릅니다. 하나는 무대가 도심이 아니라 지방의, 그것도 브랜드의 창업지라는 점. 다른 하나는 카페 하나가 아니라 사우나와 식음, 스포츠와 리테일을 아우르는 하나의 생태계를 통째로 옮겨 놓았다는 점입니다. 같은 제도를 훨씬 큰 스케일과 훨씬 개인적인 서사로 채운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공간의 중심에는 니코앤드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상설 사우나가 있습니다. 설계와 운영 감수는 일본 사우나 신에서 이름 높은 ‘더 사우나(The Sauna)’의 노다 클락션 베베가 맡았습니다. 그는 이 사우나를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온천 시설이라기보다는, 산책이나 카페, 러닝의 연장선에 사우나가 있다고 보시면 돼요. 그래야 공원에서 보내는 방식이 훨씬 넓어지니까요.”
이 말은 니코앤드 베이스의 사우나가 왜 흔한 사우나 시설과 다른지를 정확히 짚어줍니다. 사우나를 하나의 목적지로 만든 게 아니라, 이미 걷고 달리던 사람들의 동선 끝에 자연스럽게 놓아둔 것입니다. ‘공원 속 짐(Gym) 사우나’라는 테마 아래, 지역 특산 목재인 야미조재를 써서 나무 향이 깊게 밴 실내를 만들었고, 앉는 높이에 따라 온도가 달라지는 3단 구조로 그날의 컨디션에 맞게 열기를 고를 수 있게 했습니다. 야외 냉수 시설은 13도 안팎의 수온과 남성 1.2m, 여성 0.8m의 만만치 않은 깊이를 갖추었고, 정원 6명의 야외 로그 사우나에서는 손님이 직접 뜨거운 돌에 물을 부어 증기를 만드는 ‘셀프 로우류’도 가능합니다.
요금은 수건 지참 시 1,600엔, 대여 포함 2,000엔으로 시간제한이 없습니다. 그리고 초등학생은 보호자와 함께라면 무료입니다. 이 사소해 보이는 가격 정책이야말로 이 공간이 정말로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일 년에 한 번 찾아오는 관광객이 아니라, 이 동네에 사는 가족이 부담 없이 자주 들를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것. 아이를 데려오는 데 드는 비용을 없애면 부모는 이곳을 훨씬 자주 찾게 되고, 그 아이는 자라면서 이 공원을 ‘우리 동네 사우나’로 기억하게 됩니다. 동네에서 오래 사랑받는 공간이 되려면, 근사한 시설 하나보다 이런 가격 정책이 훨씬 중요하다는 걸 정확히 알고 설계한 것입니다.
사우나에서 몸을 데우고 나면 바로 옆, 통유리로 자연광이 쏟아지는 니코앤드 커피(niko and… COFFEE) 라운지가 이어집니다. 시그니처 베이커리 ‘니코팡’과 지역 고구마로 만든 스무디를 팝니다.
공간에 흐르는 음악은 인센스 뮤직 워크스(INSENSE MUSIC WORKS)가 맡았는데, 이 회사는 니코앤드의 전 매장 BGM을 오랫동안 선곡해 온 파트너입니다. 도쿄의 니코앤드 플래그십에 딸린 레코드숍 ‘니코앤드 뮤직 마켓’의 선곡 역시 이들의 손을 거쳤죠. 그동안 매장 안에서 브랜드의 ‘귀’를 만들어 온 사람들이 공원까지 그 감각을 그대로 확장한 것입니다. 매장에서 듣던 자유롭고 낯선 선곡의 결이 공원의 라운지에서도 끊기지 않고 이어진다는 뜻이니, 사소해 보이지만 브랜드의 일관성을 지키는 데 있어서는 결정적인 디테일입니다.
사우나에서 쓰는 개인용 매트도 마찬가지입니다. 흔한 발포 소재 대신 손가락 굵기의 구멍을 뚫은 목재 매트를 직접 고안해 비치했는데, 젖은 손으로도 편하게 들 수 있도록 만든 이 작은 물건 하나가 실용성에 유머를 더해온 브랜드의 태도를 그대로 압축해서 보여줍니다.
공원에 바비큐장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한 번쯤 상상해봤을 법한 소망입니다. 장비를 사거나 빌리고, 숯을 피우고, 끝나면 뒷정리까지 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선뜻 실행에 옮기지 못했을 뿐이죠.
니코앤드 베이스는 이 오래된 로망을 정확히 읽어내, 손질된 재료와 그릴, 텐트까지 통째로 준비되는 ‘빈손 바비큐’ 존을 만들었습니다. 준비물도 뒷정리도 없이 앉기만 하면 되는 방식은, 누구나 공감할 만한 바람 하나를 그대로 현실로 옮겨놓은 것입니다. 이렇게 모두가 원했지만 아무도 선뜻 만들지 않았던 것을 정확히 짚어내는 감각이야말로, 이 공간이 얼마나 촘촘하게 동네 사람들의 일상을 고민했는지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시설 바깥의 인프라도 촘촘하게 계산되어 있습니다. 호수 둘레 약 3km 코스를 도는 지역 조깅족을 겨냥해, 사우나 로커와 샤워 시설만 단독으로 이용할 수 있는 ‘러닝 스테이션’ 상품을 500엔에 내놓았습니다. 이 저렴한 상품 하나로 큰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대신 러너들이 짐을 맡기고 뛴 뒤 개운하게 샤워를 마치고 카페 라운지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아예 추가 요금을 내고 전체 사우나 코스로 업그레이드하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전략입니다. 애초에 이 호숫가를 달리던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콘텐츠라고 할 수 있죠.
그 옆의 피클볼 코트 세 면과 3대3 농구 코트도 같은 맥락입니다. 최근 세대를 가리지 않고 인기를 끄는 라켓 스포츠를 굳이 도심의 전문 스포츠 시설이 아니라, 이미 동네 사람들이 산책하고 달리던 공원 한복판에 그대로 옮겨 놓았습니다. 특별한 곳까지 찾아가지 않아도 늘 걷던 산책로 옆에서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볼 수 있다는 것. 기노시타 부장은 이 공간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시간을 보내길 바라는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니코앤드 팬이나 근처에 사는 분들은 물론이고, 일부러 시간 내서 찾아오고 싶어지는 곳을 만들고 싶었어요. 되도록 하루를 통째로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커피 한 잔 들고 산책을 하든, 사우나에서 느긋하게 쉬든, 스포츠로 땀을 흠뻑 흘리든, 각자 원하는 방식대로요.”
이 모든 디테일보다 이 프로젝트를 특별하게 만드는 건 위치 그 자체입니다. 미토시는 아다스트리아가 처음 태동한 창업의 땅입니다. 그리고 이 사실은 갑자기 등장한 마케팅 카피가 아닙니다. 아다스트리아는 지속가능성의 핵심 테마로 ‘지역과 함께 성장한다’를 내걸고, 오래전부터 미토 실내관현악단과 미토 예술관을 후원해 왔습니다. 2016년부터는 이바라키현을 연고로 하는 프로농구단 이바라키 로보츠의 메인 스폰서를 맡았고, 2019년에는 구단의 홈구장을 아예 ‘아다스트리아 미토 아레나(Adastria Mito Arena)’라는 이름으로 지어 올렸습니다. 축구단 미토 홀리호크도 오랜 후원 대상입니다.
로컬라이제이션의 정점에는 이바라키 로보츠와의 협업이 있습니다. 니코앤드는 두 시즌 연속으로 구단의 공식 굿즈 전체 라인업을 프로듀싱했습니다. 경기장에서만 입는 응원 용품이 아니라 일상복으로도 자연스러운 젠더리스 디자인을 만들었고, 유니폼에는 센바 호수의 잔잔한 수면 위로 날아오르는 날개를 그려 넣었습니다.
브랜드가 만드는 원단 자투리로 응원 밴드를 함께 만드는 워크숍을 열기도 했고, 인기 선수들이 매장을 찾아 팬들과 사진을 찍는 자리도 마련했습니다. 여름에는 인근에서 열리는 대형 음악 축제 ‘LuckyFes 2026’에도 공식 파트너로 참여해 한정 굿즈를 선보였습니다. 이쯤 되면 니코앤드는 미토 시민들에게 옷을 파는 회사가 아니라, 동네의 크고 작은 행사마다 자연스럽게 함께하는 얼굴이 된 셈입니다.
미토 시민들에게 이 회사가 낯설지 않은 이유죠. 실제로 니코앤드가 미토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라는 자신감이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만든 배경 중 하나였다고 하는데요. 니코앤드 베이스는 어느 날 갑자기 지역에 등장한 선물이 아니라, 10년 가까이 조금씩 쌓아온 관계가 마침내 하나의 장소로 탄생했다고나 할까요.
이 진정성의 결은 브랜드의 가장 사소한 디테일에서도 드러납니다. 기념품 매장에 놓인 캐릭터 ‘빌리’는 원래도 니코앤드가 오래 써온 오리지널 캐릭터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새 얼굴을 만드는 대신, 미토를 대표하는 역사 속 인물인 미토 고몬(水戸黄門, 미토를 다스렸던 고위 다이묘로 일본에서 수십 년간 사랑받은 사극의 주인공)의 옷을 빌리에게 입혔습니다. 새로 무언가를 발명하기보다 이미 있던 브랜드의 얼굴에 그 지역의 옷을 입히는 방식이 흥미로운데요.
물론 문을 연 지 이제 겨우 몇 달, 아직 모든 것을 증명하기엔 이른 시점입니다. 사우나와 바비큐, 야외 코트로 이루어진 공간은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고, 20년이라는 긴 운영 기간 동안 공공성과 수익성 사이의 균형을 얼마나 지켜낼 수 있을지도 지금으로선 지켜볼 일입니다. 다만 확실한 건, 이 공간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10년 가까운 후원과 협업, 그리고 창업지에 대한 반복된 관심이 없었다면, 아무리 근사한 사우나와 카페를 지어도 이곳은 그저 잘 만든 브랜드 체험관에 그쳤을 겁니다. 오랜 시간 조금씩 쌓아온 신뢰가 있었기에, 공원이라는 공공의 자리에 브랜드의 이름을 걸어도 낯설지 않았던 것이겠죠.
이웃이 된다는 건 결국 이런 것인지도 모릅니다. 화려한 등장이 아니라, 아무도 보지 않을 때도 계속 그 자리에 있어 준 시간들. 그 시간이 쌓이고 나서야 비로소, 브랜드는 동네에 받아들여지는 게 아닐까요.
글
EVERY WEEK Editor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