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도시든, 진짜 표정은 거리에서 드러납니다. 큰 광장이나 유명한 랜드마크보다, 오히려 골목 어귀의 간판이나 자전거 바퀴 소리, 벽에 붙은 포스터 같은 사소한 것들이 그곳만의 분위기를 만들지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거리에서 이런 작은 세계들이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대신 깔끔하지만 어디서 본 듯한 매장들이 그 자리를 채웠고요.
거리마다 고유한 색을 입히던 요소들이 점점 빠져나가면서, 도시의 얼굴도 낯설 만큼 비슷해졌습니다. 어쩌면 요즘 거리들이 자꾸만 닮아가는 건, 이런 ‘작지만 중요한 것들’이 빠져 있기 때문 아닐까요?
이번 주에는 거리의 감각을 만드는 키오스크, 뉴스앤커피(New & Coffee)를 소개합니다.
뉴스앤커피는 말 그대로 새로운 소식과 커피를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어느 거리에서든 현지에서 제작된 독립 매거진이나 소규모 출판물, 혹은 신문을 진열해두고 있는데요. 그것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그 도시의 공기와 정서를 읽는 미디어인 셈입니다.
뉴스앤커피는 4명의 친구인 파블로(Pablo), 다비데(Davide), 야엘(Yaël), 고티에(Gautier)가 공동으로 창업했습니다. 학창 시절부터 독립 잡지와 커피에 관심이 많았던 그들은, 거리에 설치된 오래된 키오스크에서 늘 뭔가를 발견하곤 했는데요. 낡고 구겨진 종이 냄새, 마주 오는 사람들과의 짧은 눈빛 교환, 그리고 무심히 들려오는 하루의 이야기들. 그들은 그 감각이 핵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공동 창업자인 고티에는 오픈하우스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뉴스앤커피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도시가 가진 가치는 결국 이웃의 가치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해요. 겉보기엔 전혀 다를 것 같은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이는 거죠. 매일 에티오피아 원두로 내린 커피를 마시러 오는 힙스터도 있고, ‘New Aesthetics’나 ‘BranD’ 같은 매거진을 보러 오는 그래픽 디자인 전공 학생도 있어요. 또 한편으로는 신문을 사러 왔다가 날씨나 젊은 세대, 시끄러운 거리 얘기를 하며 툴툴대는 어르신들도 있죠.”
뉴스앤커피의 철학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지점 중 하나는 런던에 위치한 페이퍼 하우스(Paper House) 입니다. 킹스크로스 지역 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켄싱턴 첼시 자치구의 전통적인 신문 키오스크를 재구성하기 위해 2002년에 영국의 건축가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이 디자인했는데요. 런던의 키오스크가 감소하면서 버려진 유휴공간이 뉴스앤커피의 런던 두 번째 보금자리가 되었습니다. 페이퍼 하우스는 작지만 소규모 전시, 인쇄 워크숍 등이 유기적으로 열리는 복합 공간을 지향하고 있는데요. 직접 수입하고 로스팅한 최고의 싱글 오리진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23개국에서 발행된 120여 권의 독립 잡지와 서적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뉴스앤커피의 가장 흥미로운 철학 중 하나는 확장하는 방식에 대한 것입니다. 커피와 잡지를 매개로 도시의 거리를 읽어내고, 각기 다른 지역성과 공존하는 방식을 고민하는 하나의 ‘거점 네트워크’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데요. 파리, 암스테르담, 멕시코시티, 그리고 런던까지, 그들은 프랜차이즈라는 말이 지닌 획일적인 이미지를 거부하며, 각 도시의 언어와 미감에 맞춘 장소를 하나씩 쌓아 나가고 있습니다. 공동 창업자 중 한명인 야엘은 뉴스앤커피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뉴스앤커피가 특별한 이유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이곳에 자연스럽게 다가온다는 거예요. 거리 한복판에 있는 뉴스스탠드라는 형태 자체가 사람들과의 연결을 만들어주거든요.”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각 지점을 서로 다르게 구성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통일성과 효율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면, 그만큼 감수해야 할 리스크와 손실이 뒤따르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뉴스앤커피는 바로 그 부분이 오늘날의 브랜드가 감당해야 할 윤리적 무게라고 말합니다.
뉴스앤커피는 언제나 ‘무엇을 더할까’보다 ‘이 동네에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파리 마레 지점은 예술 서적에 특화된 콘텐츠를 다루고, 암스테르담은 지역 커뮤니티 라디오와 협업해 커피 옆에 이어폰을 꽂을 수 있는 청취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뉴스앤커피의 웹사이트에는 각 지점의 위치와 정보를 소개하는 페이지가 있는데요. 도시의 분위기와 거리의 개성을 담아 각각의 매장의 개성을 담은 캐릭터를 만들었습니다. 투박하고 이상한 구석이 있지만, 정말로 어디선가 만난 적이 있는 것 같은 매력이 있습니다. 이것이 뉴스앤커피가 지역을 존중하는 방식이고, 브랜드가 어떻게 존재하는지를 이야기하는 멋진 대답이 아닐까요.
뉴스앤커피가 오프라인 지점을 확장하는 방식만큼이나, 온라인을 통해 사람들과 관계맺는 방식을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경계없이 자유롭게 오가면서, 이웃과 동네의 개념을 재정의하는 시도라고 볼 수 있는데요.
뉴스앤커피는 매장에서 라이브 세션을 열고, 이를 촬영해서 전 세계 누구나 함께 감상할 수 있는 형태의 콘텐츠로 만듭니다. 그렇게 완성된 세션 영상은 웹사이트와 SNS에 차곡차곡 기록해서, 지구 반대편에서도 세션이 열리는 거리의 현장감과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뉴스앤커피의 웹사이트의 상단에는 각 지점의 분위기에 맞는 장르의 플레이리스트가 재생되는데요. 마치 뉴스앤커피 매장 한쪽에 앉아 음악을 듣는 듯한 감각이 듭니다. 이 방식은 물리적 거리에 구애받지 않고, 어느 도시에서든 누군가의 일상에 조용히 참여하는, 디지털 시대의 이웃이랄까요.
기술을 통한 이웃의 지평을 넓히는 동시에, 사람을 직접 만나 대화하는 것의 소중함도 놓치지 않습니다. 각 지점에서 만난 단골 손님들을 인터뷰해 웹 매거진 형태로 발행하고 있는데요. 취향과 직업, 도시의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담겨있는 이 콘텐츠들은 단순한 브랜드를 알리는 일을 넘어, 음악과 커피, 책과 도시를 매개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뉴스앤커피만의 독특한 커뮤니티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뉴스앤커피 공동 창업자인 야엘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에 대해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디아고날 뉴스스탠드에서 있었던 일 중, 절대 잊지 못할 이야기가 하나 있어요. 매일 신문을 사러 오시던 일본인 어르신이 계셨는데, 말수는 거의 없으셨지만 우리가 항상 스탠드 밖으로 나가 신문을 건네드리고 팔짱에 끼워드리곤 했죠.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분이 보이지 않기 시작했어요. 몇 주 뒤, 두 명의 일본 여성분이 뉴스스탠드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더라고요. 다가와서 말씀하시길, 돌아가신 그 어르신의 가족분들이라고 하셨어요. 생전에 매일 통화하셨는데, 저희가 너무 잘 챙겨줬다고, 이 뉴스스탠드에 가는 게 하루 중 가장 큰 기쁨이었다고 늘 말씀하셨대요. 그래서 그 기억을 간직하고 싶어 일부러 바르셀로나까지 오셨다고 하시면서, 사진도 찍고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셨어요. 어르신의 마지막 날들을 밝혀줬던 소소한 기쁨이 어떤 것이었는지 기억하고 싶으셨던 거죠. 제게는 이 이야기가 정말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에요.”
도시를 진짜 도시답게 만드는 건 그 안에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작은 인사, 짧은 대화, 반복되는 일상의 몸짓들이야말로 도시의 개성입니다. 이웃과 나눈 소소한 교감들이 모여 도시라는 것에 의미를 부여합니다.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도,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마주하고 기억하느냐에 따라 도시의 성격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품게 되는 것처럼 말이죠.
로봇과 AI가 일상이 되는 시대에 이웃이란 어떤 모습일까요?
글
EVERY WEEK Editor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