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지역으로

일본은 세계에서 100년이 넘은 기업이 가장 많은 나라입니다. 소위 ‘장수기업의 천국’이 된 이유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산포요시(三方よし, Sanpo Yoshi)’ 정신인데요. 일본의 3대 상인 중 하나인 오미(지금의 시가현) 지역의 상인들의 장사 철학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말 그대로 세 가지 방향의 만족, ‘사는 사람도 좋고, 파는 사람도 좋고, 세상에도 이로운(Good for Seller, Good for Buyer, Good for Society)’것을 추구하는 경영 이념입니다. 일본 기업들의 지속가능성의 뿌리 중 하나로 간주되는 중요한 개념인데요.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에서 더 나아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산포요시의 개념은 ESG 경영을 강조하는 최근의 화두와 맞물려 다시금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번주에는 오미 상인의 계보를 잇는 타네야 그룹(Taneya Group)의 플래그십 스토어 ‘라 콜리나 오미하치만(La Collina Omihachiman)’을 통해 기업의 비전과 지역의 가치를 합치시키는 과정을 살펴봅니다.

 
라콜리나 오미하치만 ⓒJoanna Kawecki

이탈리아어로 ‘언덕’을 의미하는 라 콜리나는 타네야 그룹의 본사와 바움쿠헨 전문점 ‘클럽 하리에’, 화과자 가게 ‘타네야’와 현지 식자재를 사용한 오므라이스 레스토랑, 제조 공장과 재배 시설을 갖춘 복합 공간입니다. 

마치 구글이나 애플의 본사처럼, 여러 개의 핵심 건물들이 하나의 마을을 이루는 타네야의 ‘캠퍼스(Campus)’ 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치 오래전부터 자연에 동화되어 존재해온 듯한 독특한 건축과, 하치만 산을 품은 광활한 정원이 특징인데요. 타네야 그룹은 왜 이곳을 선택하게 되었을까요? 

라콜리나 오미하치만 ⓒLa Collina Omihachiman

1872년에 설립된 타네야(Taneya)는 오미하치만을 기반으로 묘목과 식물의 종자를 파는 목재상에서 시작해, 일본식 밤 과자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오미하치만의 주민들이 ‘종자 상인’이라는 뜻으로 ‘타네야’라고 부르던 것을 회사의 공식 명칭으로 사용하게 되었는데요. 당시에 타네야의 제과점 근처에 살며 선교 활동을 하던 미국 출신의 윌리엄 보리스(William Merrell Vories)를 통해 서양의 차(Tea) 문화를 알게 되어, 이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서양식 과자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1951년 본격적으로 서양식 과자와 빵 사업에 뛰어든 이후, 3대 경영자인 도쿠지는 1984년 도쿄의 미쓰코시 백화점에 시가현을 벗어난 첫 번째 매장을 열었습니다. 당시 고급스럽고 우아한 이미지의 값비싼 화과자가 주류였던 도쿄에서, 투박하지만 정겹고 맛있는 시골풍의 과자로 많은 사랑을 받으며 이름을 알렸습니다. 

이후 2011년, 도쿠지의 아들이자, 라 콜리나 프로젝트를 주도한 4대 CEO 야마모토 마사히토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춘 전략으로 타네야 그룹을 창립 이래 가장 큰 회사로 성장시켰습니다. ‘전통과 혁신’을 가치로 내세운 그는 과자의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는 혁신적인 제조 공법을 도입하는 한편, 타네야가 탄생한 오미하치만으로 본사를 옮기면서 지역을 기반으로 기업의 뿌리를 단단하게 만드는 일에 집중했습니다. 지역이라는 건 타네야에게 어떤 의미였을까요?

하치만 산과 밭을 연결하는 지붕 ⓒLa Collina Omihachiman

마사히토씨가 내세우는 ‘전통과 혁신’이라는 단어의 기저에는 ‘파는 사람의 마음’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타네야에는 1,800여명의 임직원을 위해 상인의 마음가짐에 대해 정리한 사내 책자가 있는데요. 책의 시작 부분에는 과자 가게에게 있어 판매는 결과이며, 그것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원재료를 만드는 산지와 깨끗한 물이 있는 지역이 필요하고, 지역에서 사업을 지키고 있는 것은 지역의 사람들과 자연 덕분이므로,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과자 가게라는 본업 이외의 것에서도 협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과자 가게는 원재료가 없으면 장사를 할 수 없습니다. 팥이나 쌀을 얻지 못하거나, 물이 나빠지면 가게를 계속할 수 없는 것입니다. 본질적으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장사입니다. 그래서 농원을 만들고 원재료 관리실을 만들었습니다. 만드는 사람의 감정은 앉아있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현장에서 사람과 재료를 만나는 것을 통해, 농가의 분들과 마음으로 연결될 수 있게 됩니다.

(중략)

원재료 하나하나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왜 이 팥은 맛있는가? 왜 맛이 다른가? 좋은 작물을 만들고 있는 곳은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밭에 대한 애착, 기분, 즉 마음의 부분이 완전히 다릅니다. 비오는 날에는 쌀이 어떻게 되는지, 폭풍우가 치는 날에는 어떻게 되는지, 고집이 없는 사람은 흥미가 없습니다. 그러면 고객의 마음을 울리는 것이 없게 됩니다. 

(중략)

작은 과자 가게라면 스스로 만들어 파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회사가 커지면 만드는 사람과 파는 사람, 그리고 그 중간에 있는 사람으로 나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만드는 사람은 먹는 사람의 마음은 생각하지 않고 자기 만족으로 끝나 버립니다. 어떤 장면에서 어떤 방식으로 먹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라는 것이 만드는 사람까지 전해져야 합니다. 그것이 지금 타네야가 가장 힘써야 하는 것입니다.”

-타네야 CEO 야마모토 마사히토 인터뷰 중에서 

나무를 피해 덮은 지붕 ⓒJoanna Kawecki
원목을 그대로 사용한 문ⓒJoanna Kawecki
밤나무를 그대로 사용한 기둥 ⓒJoanna Kawecki

타네야의 플래그십 ‘라 콜리나 오미하치만’은 이러한 경영 철학으로부터 탄생했습니다. 오미하치만의 시립 복지 및 연금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었던 3만 5천평의 부지에 자연과 사람, 문화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장소를 목표로 2015년에 문을 열었습니다. 이탈리아의 선구적인 가구 디자이너이자 건축가 미셸 드 루치(Michele De Lucci)와 일본의 건축사학자인 후지모리 테루노부(Terunobu Fujimori)가 디자인을 맡았습니다. 하치만 산을 닮은 잔디로 뒤덮인 지붕, 시가현에서 자라는 밤나무를 그대로 사용한 기둥, 원초적인 기법으로 마감된 흙벽 등 자연과 건축의 경계를 허무는 요소들이 만들어내는 동화적인 풍경이 인상적입니다.

과자의 소재는 자연의 은혜.

바람과 흙, 태양과 물의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는 땅에서 

자연과 사람의 사랑, 그리고

이어온 지혜와 기술을

다음 세대로 이어가기 위해서-

라 코리나 오미하치만.

여기서 세계를 향해 제안하고 싶습니다.

50년, 100년 세월을 거듭하면서

결실이 풍성한 숲 속에서, 활기차게

사람과 자연을 연결합니다.

 

– 라 코리나 오미하치만 선언 중에서

위의 선언문처럼 라 코리나는 그 자체로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자연과 닮았습니다. 타네야 그룹의 본사와 클럽 하리에의 본점, 사탕 농장, 카페, 베이커리, 기념품 가게를 시작으로 유기농 농산물 시장, 보육원, 아카데미, 찻집이 차례로 들어설 계획입니다. 

마당의 쌀을 수확하는 사람들 ⓒLa Collina Omihachiman

건물들의 앞에는 시가현 소재의 대학교 농업학과와 공동으로 재배하는 쌀 농장이 정원처럼 펼쳐져 있습니다. ‘맛있는 과자는 산과 나무, 농지와 벌레, 새만큼 유혹적이지 않다’는 기치 아래에서 정기적인 농업 워크샵과 생태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논에 모여 흙을 휘젓고, 물을 주고, 벼를 심고, 잡초를 뽑고, 수확을 하면서 음식의 근원이자 삶과 노동의 아름다움을 배울 수 있는 장소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사탕 농장 ⓒKiyoshi Nishioka

사탕 농장(Candy Farm)은 전국 타네야 매장에 전시할 야생화의 재배, 지역의 농업과 조경을 연구하고 관리하는 시설입니다. 교토 대학의 글로벌 환경 건축 전공과 아키무라 플라잉 C (Akimura Flying C)가 함께 디자인했습니다. ‘자연과 사람, 문화의 연결’이라는 라 콜리나의 정신에 따라 인근의 자연 재료들을 건물 곳곳에 활용했는데요. 인근의 버려진 대나무 숲을 정리하여 대나무 칩으로 포장한 도로를 만들고, 근처 숲에서 채집한 도토리 모종을 마당에 심고, 야생화를 재배하는 팔레트를 지붕에 덮어 잔디와 잡초가 자라게 했습니다.

클럽 하리에를 대표하는 바움쿠헨 ⓒClub Harie
제조 시설과 매장 ⓒLa Collina Omihachiman

전국에서 가장 큰 제과 기업이 된 타네야가 다시 처음 시작했던 지역으로 본사를 옮기고 매장을 여는 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농장과 연결된 매장은 직원들로 하여금 자연의 재료부터 완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보고, 고객과 직접 호흡하면서 상인의 마음가짐, 다시 말해 직업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사명감을 느끼게 만듭니다.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아이들과 함께 뛰어놀 수 있는 공원과 일자리가 있는 일터, 멋진 과자 가게과 빵집과 같이 조금이나마 더 풍요로운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인프라가 됩니다.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에게는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관광지, 가족 그리고 친구와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장소, 지역을 다시 찾고 싶은 이유를 남겨줄 것입니다. 

지붕에서 자라는 이끼와 식물 ⓒMonique Kawecki

직원이 모두 건강하다는 것. 앞으로 고령화가 더 진행되면 의료비는 높아지지만 연금은 이미 파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애초에 아프지 않으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한 과자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겁니다. 타네야의 종업원이 모두 건강하다면, ‘이 과자를 먹으면 건강해진다’ 라는 느낌이 손님에게도 전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중략)

그리고 언젠가 죽을 때, 남겨진 아이들이 오미하치만에 태어나서 좋았다고 생각되는 것을 하고 싶습니다.”

 

타네야 CEO 야마모토 마사히토 인터뷰 중에서 

라콜리나 오미하치만의 전경 ⓒAugusto Cesar Oyama

이것이 지금의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는 산포요시의 정신이 아닐까요. 제품의 품질을 높이고, 브랜드의 이미지를 향상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구성원 한명 한명이 자연과 사람들 사이에서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고, 이를 통해 타네야만의 건강한 기업 문화를 구축하고, 나아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들수 있다고 믿는 것 말입니다. 





EVERY WEEK Editor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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