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비옥함을 흙이 만들어내는 기적이라고 말합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듯 보이는 겨울의 밭에서는, 사실 수많은 미생물과 뿌리의 잔해가 뒤섞이며 새로운 생명을 준비하고 있지요. 우리는 그 과정을 볼 수 없지만, 그 안에는 돌봄과 기다림이 있습니다. 일상을 윤기있게 만드는 일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루의 틈새에서 누군가를 생각하는 마음, 불완전하지만 성실한 일의 반복, 잊지 않고 인사하는 습관 같은 것들이 우리를 조금씩 풍요롭게 만듭니다. 비옥하다는 건 단지 결과의 풍요로움이 아니라, 그 과정을 통해 쌓이는 온기와 밀도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릅니다.
이번 주에는 우리가 사는 동네를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호텔, ‘소일 니혼바시 호텔(SOIL Nihonbashi Hotel)’를 소개합니다.
‘체크아웃할 때 이미 동네의 좋은 이웃이 된다’ 를 컨셉으로 하는 ‘소일 니혼바시 호텔(SOIL Nihonbashi Hotel)’은 ‘SOIL’ 이라는 이름으로 니혼바시 지역에 만들어진 4번째 거점입니다. 소일 니혼바시는 도쿄 니혼바시 지역에 자리잡은 ‘분산형 로컬 복합시설’을 일컫는 이름인데요. 하나의 큰 건물에 집약된 복합시설이 아니라, 여러 개의 작은 건물로 나누어 지역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형태라는 것이 특징입니다. 2022년 1월 첫 번째 거점 ‘소일 니혼바시(SOIL Work Nihonbashi 1st)’를 시작으로, 2023년 11월 두 번째 거점, 2024년 초 세 번째 거점을 열었고, 2025년 9월에는 이 모든 거점을 잇는 중심인 소일 니혼바시 호텔(SOIL Nihonbashi Hotel)을 오픈했습니다.
흙이나 토양을 뜻하는 ‘SOIL’은 ‘로컬의 뿌리는 흙(soil)에서 발견된다’를 모토로, 도시와 지방을 연결하는 거점을 자처하고 있는데요. 말 그대로 지방과 도시가 결국에는 하나의 땅, 하나의 흙으로 연결되어 있고, 멀리 떨어져있지만 함께 살아간다는 감각, 더 나아가 여행으로 온 사람들도 결국 동료이자 이웃이라는 관점을 일깨워주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 에도시대 전국 각지의 지역 문화가 모이던 니혼바시 지역의 역사를 현대적으로 되살려, 도시와 지역을 잇는 거점으로 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빠르게 재개발되는 도쿄에서 지역 고유의 정체성이 희미해지는 가운데, 오랜 상인 문화가 남아있고 전국 각지와 연고가 깊은 니혼바시의 지역적인 이야기에 주목한 것인데요.
소일 니혼바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주식회사 스테이플(Staple)’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테이플은 원래 ‘인시투(Insitu)’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했는데요. 2020년, 니혼바시 가부토초에 개장한 마이크로 복합시설 ‘K5 호텔’을 통해 처음 이름을 알렸습니다. 당시만 해도 금융가 사이에 낡은 빌딩이 늘어서 있던 업무 거리였지만, K5는 그곳을 완전히 다른 장소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도쿄를 여행하는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여행코스가 되었고, 부동산 업계에서는 소규모 거점 개발의 사례로 주목받았습니다.
스테이플은 자신들을 ‘소프트 디벨로퍼(Soft Developer)’라고 부릅니다. 인구가 줄고, 재난이 잦아지고, 이웃 간의 관계가 느슨해진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도울 수 있을까 — 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회사인데요. 이들은 지역을 이루는 사람들을 독특한 관점으로 읽어냅니다. 지금 그곳에 사는 사람은 물론, 여행자나 일시적으로 머무는 사람, 단골처럼 드나드는 손님까지 모두 잠재적인 지역 주민(Potential Local)으로 바라보는데요. 도시를 방문한 사람이 그 분위기에 매료되어 새로운 지역 주민(New Local)이 되고, 이 여러 층위의 이웃들이 결국 고향을 매개로 친구가 되는 것, 그것이 스테이플이 말하는 진짜 동네의 모습입니다. 이들은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요소를 ‘소프트 인프라(Soft Infrastructure)’라고 부르고, 그 소프트 인프라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자신들을 ‘소프트 디벨로퍼’로 정의합니다. 스테이플의 창업자 오카 유타(Yuta Oka)는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도보 20분 이내의 ‘이웃 동네’를 지역 만들기의 무대로 삼고, 그 지역의 의식주를 체현하는 호텔이나 ‘거리의 거실’이 되는 다양한 시설을 통해 지역에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토양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지역에 더 많은 사람이 관계 맺을 계기를 만들면서, 우리 자신도 생활인으로서 같은 지역에 장기적으로 관여하고 함께 성장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단단한 철학 아래에서 2021년 탄생한 것이 소일의 첫번째 프로젝트 ‘소일 세토다(SOIL Setoda)’ 입니다.
2019년, 오노미치 시와 지역 DMO의 지원 아래 지역 주민들과의 워크숍을 거쳐 2021년 문을 연 ‘소일 세토다(SOIL Setoda)’는 소일 니혼바시의 부모격인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운영한 곳은 ‘시오마치 기획(しおまち企画)’이라는 회사인데요. 2019년에 설립된 스테이플(Staple)의 자회사로, 스스로를 세토다 지역 경제의 회복을 위해 일하는 지역 상사라고 소개합니다. 지역 주민들과 함께 작고 지속적인 프로젝트를 실행해온 로컬 기획집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오마치 기획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스테이플(Staple)의 대표 오카 유타(Yuta Oka)의 독특한 이력이 있습니다. 2018년 스테이플을 설립하기 전 그는 아시아와 북미에서 프라이빗 에쿼티(PE) 분야의 커리어를 쌓았고, 그 과정에서 글로벌 리조트 그룹 ‘아만(Aman)’의 오너와 경영진에게 부동산 투자 및 자산 전략을 자문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 시기에 만난 사람이 바로 아만의 창업자 아드리안 제차(Adrian Zecha), 그리고 1999년부터 아만에 몸담으며 아만 도쿄(Aman Tokyo) 프로젝트를 이끈 하야세 후미토모(Fumitomo Hayase)였습니다. 이 두 사람과의 인연은 곧 하나의 결실로 이어지는데요. 2017년, 오카 유타와 하야세는 함께 나루 디벨롭먼츠(Naru Developments)라는 호텔 개발-운영 회사를 공동 창업하고, 아드리안 제차와 함께 일본 료칸 브랜드 Azumi(아즈미)를 개발하게 됩니다. 아즈미의 첫 지점이 바로 세토다였고, 단순히 호텔을 짓는 것을 넘어 마을 전체를 살리자는 생각에서 오카 유타가 구상하게 된 또 하나의 프로젝트가 바로 소일 세토다(SOIL Setoda)입니다. 아즈미가 보여주는 숙박의 깊이에, 더 많은 사람들이 머물고 교류할 수 있는 마을의 거실 같은 공간을 더하고 싶었던 거죠.
세토다는 아름다운 섬들과 레몬 재배로 유명한 마을입니다. 하지만 여행객의 체류 시간이 짧고, 지역 경제와의 연결도 미약한 편이었어요. 이러한 배경에서 가볍게 머물 수 있는 숙소라던가,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이 지역에 꼭 필요한 ‘소프트 인프라’로 떠오르게 됩니다. ‘지역의 매력을 체험할 수 있는 마을의 거실’이라는 콘셉트 아래, 소일 세토다는 숙박, 식음, 관광 안내, 업무 공간이 결합된 복합 문화 거점으로 개발되었습니다. 단순한 소비형 관광이 아니라, 한 번쯤 그 동네에서 살아보는 듯한 경험을 주는 공간이 되는 것이죠. ‘숙소 안에 틀어박히기 보다는, 모르는 동네 어르신과 나란히 앉아 현지 식당에서 밥 한 끼를 즐기는 여행’을 상상했다는 오카 유타의 말처럼, 스테이플이 추구하는 소프트 디벨로퍼로서의 철학이 그대로 녹아든 공간이기도 합니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살고 싶은 마을을 만들기 위한 일련의 제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역 주민에게는 생활의 일부가 되고, 방문객에게는 다시 돌아오고 싶은 경험을 주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이런 철학은 고스란히 도쿄 니혼바시로 이어집니다. 크게 세 가지 관점에서 소일 니혼바시는 세토다와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방문자를 넓은 의미의 지역 주민(New Local)으로 받아들이는 포용력, 두번째는 이미 동네를 가꾸고 있는 사람들과의 긴밀한 파트너십, 그리고 세번째는 지역을 하나의 브랜드처럼 바라보며 새로운 매력을 발굴하는 섬세한 감각입니다. 세토다에서 실험했던 방식은 이후 니혼바시라는 지역으로 거점을 옮겨와서, 또 하나의 흙에 뿌리내리기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소일 니혼바시(SOIL Nihonbashi)라는 이름 그대로 흙에서 출발한 이 프로젝트는 하나의 랜드마크 건물을 짓는 대신, 동네 곳곳에 작은 거점들을 퍼뜨리며 지역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그 시작은 공원 옆 작은 빌딩 1층에 열린 코워킹 공간 소일 워크 (SOIL Work)와 베이커리 카페 파크렛 베이커리(Parklet Bakery)였죠.
SOIL의 첫번째 지점이 오픈하기까지는 꽤 흥미로운 배경이 있었습니다. 기획사인 스테이플은 대형 디벨로퍼인 미쓰비시 지쇼(Mitsubishi Estate)와의 협업을 통해 기존 사무용 건물을 리노베이션해 SOIL 거점을 만들었는데요. 통상적인 개발 방식처럼 단순히 공간을 빌려 쓰는 모델이 아니라, 처음부터 함께 운영 방향을 설정하고 공간 구성과 큐레이션을 공유한 케이스였어요. 지역 커뮤니티나 로컬 경제에 어떤 기여를 할 것인지, 한 공간이 어떻게 그 동네의 결을 바꾸는지를 함께 고민했다는 점에서 기존 부동산 개발과는 뚜렷한 차이를 보여줍니다.
1층의 파크렛 베이커리(Parklet Bakery)는 스테이플이 추구하는 커뮤니티의 감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상징 같은 곳입니다. 샌프란시스코의 베이커리 타르틴(Tartine) 출신의 제빵사 미야자키 요코, 도쿄와 해외에서 내추럴 와인 바와 레스토랑을 운영한그의 파트너 마쓰야마 타카히로. 두 사람 모두 상업적 확장보다는 사람과 재료, 그리고 동네의 결에 집중하는 태도로 일관해왔고, 그 진정성이 SOIL과 잘 맞아 떨어졌죠.
특히 소일 워크(SOIL Work)를 통해 보여주는 진정성있는 파트너십이 인상적인데요. 소일 워크는 ‘미래를 향한 흙일’을 컨셉으로, 경제적 자본의 성장뿐만 아니라 문화적·자연환경적 자본의 극대화를 통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협동 오피스입니다. 이곳은 ‘입주자 = 고객’이라는 일반적인 공유 오피스가 아니라, ‘입주자 = 공동 운영자’로서 서로의 관계와 네트워크를 확장해 나가는 공간인데요. 현재까지 니혼바시에 세 개의 거점을 두고 있는데, 입주한 기업과 브랜드들은 공간을 단순히 사무실로 쓰지 않습니다. 입주사를 선정할 때도 Staple은 명확한 기준을 갖고 있어요. ‘대기업이냐 스타트업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 브랜드는 이 동네와 어울릴까?’,’이 사람들이 이 거점에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건데요. 각자의 업종은 제각각이지만, 하나같이 지역성, 지속가능성, 관계의 진정성 같은 키워드를 브랜드의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실제로 소일 워크에 입주해 있는 기업들을 보면 그 철학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 낫어호텔(NOT A HOTEL)은 ‘집이자 호텔’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안하며, 지역 자원을 활용한 스몰 럭셔리 숙소를 전국에 전개하고 있는데요. 소일 워크에는 스테이플과 낫어호텔이 공동 출자하여 설립한 낫어호텔 매니지먼트(NOT A HOTEL MANAGEMENT)가 입주해 있는데, 이들은 전국 각지의 스몰 럭셔리 호텔 운영을 함께 추진하고 있습니다. 도쿄 시부야에서 시작된 부티크 호텔 브랜드 트렁크(TRUNK)도 입주해있는데, 지역사회와 공존하는 호텔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SOIL과 맥을 같이 하고 있죠. 이외에도 ANA 그룹이 운영하는 지역 특산품 편집숍 토치도치(TOCHI-DOCHI), ‘지역의 풍요로움을 업데이트한다’는 미션 아래 지역 공동체와 협업하여 새로운 사업과 교육·관광 등을 일구는 마을 만들기 회사 파운딩 베이스(Founding Base), 글로벌 호스피탈리티 기업인 반얀트리(Banyan Tree) 그룹이 일본 오키나와에 선보인 럭셔리 리조트 브랜드 유미하(YUMIHA)까지. 각자의 영역에서 ‘로컬’이라는 키워드를 실천하고 있는 기업들이 소일 워크와 함께 동네를 채우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토다에서 출발한 여정 끝에 비로소 2025년, 소일 니혼바시 호텔(SOIL Nihonbashi Hotel)이 문을 열었습니다. 총 14실 규모의 이 작은 호텔은 단순한 숙소가 아니라, 지금까지 소개한 코워킹 스페이스와 레스토랑, 카페와 골목을 하나로 잇는 허브입니다.
1층에는 피자 레스토랑 피자 타네(Pizza Tane)는 파크렛 베이커리에서 만든 사워도우로 피자를 구워냅니다. 이름 속 ‘Tane(種)’는 일본어로 씨앗이라는 뜻인데요, 동네에서 키워낸 발효종의 씨앗을 받아와 다시 다른 방식으로 꽃피운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2층부터 5층까지 더블과 퀸 사이즈의 객실, 그리고 복층형 스위트룸까지 다양한 유형의 방이 준비되어 있고요. 식물을 테마로 한 인테리어, 천연 소재의 어메니티, 일부 객실에 마련된 반신욕 가능한 욕조까지, 도심 속에서도 깊게 쉴 수 있는 환경을 갖췄습니다. 옥상 팜가든, 공원 옆 테라스도 투숙객에게 열려 있어, 잠시 산책 나서듯 동네를 걸으며 소일의 각 거점에 있는 파크렛 베이커리, 팀섬(timsum), 오버뷰 커피(Overview Coffee)를 둘러보며 동네와 친해지는 시간이 이 호텔의 핵심 경험이 되죠.
건축은 ‘골목 뒤뜰 원예(路地裏園芸)’라는 컨셉으로 쿠마 켄고(Kengo Kuma Associates) 출신의 타케다 키요아키 건축설계사무소(Kiyoaki Takeda Architects)가 디자인했습니다. 니혼바시 닌교초 골목골목마다 이웃들이 손수 키운 화분들이 놓여 있는 풍경에서 영감을 받아, 호텔 전체를 작은 골목 정원처럼 느껴지게 만들었습니다. 시공 중에는 인근 주민들이 맡긴 화분들을 건물 곳곳에 배치해, 단순한 장식이 아닌 지역과의 교류 그 자체가 되도록 했고요. 어린이공원과 연결된 1층 정원은 투숙객이 흙과 식물을 가까이에서 마주할 수 있는 장치가 되었습니다. 실제로 호텔이 문을 연 뒤, 동네 이웃들이 가져다 준 화분 100여 종이 호텔 곳곳에 자리잡았고, 그 덕분에 이 건물은 건축 자재로만 완성된 공간이 아니라 동네와 함께 천천히 자라나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누마타(沼田)씨는 프랑스에서 요리사로 일한 뒤, 도쿄에서 커피숍 오픈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데요. 그 후 여행 중 들른 이쿠치섬(生口島)의 매력에 이끌려 아즈미 세토다(Azumi Setoda)의 서비스 스태프로 합류했고, 현재는 스테이플의 F&B 부문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소일 니혼바시 호텔을 기획하는 과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스태프들 역시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어요. 그래서 우리가 직접 경험해 온 ‘도시 속으로 뛰어드는 여행자의 감각’을 호텔의 서비스나 디자인에 녹여내고 싶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편안함을 느꼈던 호텔 다이닝의 ‘적당한 거리감’이 있는 서비스라든가, 도시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대화 같은 것들. 또, 객실에 들어섰을 때 느껴지는 편안한 분위기도 중요하죠.”
아주 단적인 사례지만, 소일 니혼바시 호텔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단순한 호텔리어가 아닙니다. 근처 가게를 소개하고, 동네 이야기를 나누며, 손님이 이웃이 되어 체크아웃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요. 그렇기 때문에 지역과 연결되고 일상과 섞이는 체류 방식을 제안하는 건데요. 호텔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공간들은 단 하나의 목적이 아닌, 다양한 감각이 공존하는, 말그대로 ‘풍요로운 토양(SOIL)’처럼 작동하는 셈입니다.
이곳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수많은 이야기를 관통하는 세 가지 단어가 보입니다. 바로 ‘발효’, ‘공유’, 그리고 ‘공동체’. 천연 발효종으로 구운 사워도우 피자, 매일 아침 이웃이 돌보는 화분들, 동네 가게와의 긴밀한 협업까지—모두가 빠르지 않은 속도로 천천히 스며들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조화롭게 반응하는 과정 속에 있습니다. 다양한 요소들이 한데 모여 자연스레 감도를 형성해가는 이 원리는, SOIL이라는 이름이 단순한 은유가 아니라는 걸 보여줍니다. 이 프로젝트는 ‘어느 하나만을 위한 공간은 금방 고갈되지만, 섞이고 발효되는 장소는 지속적으로 풍요로워진다’는 믿음 위에 서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사는 동네는 얼마나 비옥할까요? 나의 주변은 무엇과 섞이고, 누구와 발효되고 있을까요? 그리고 나는 이 흙 위에서, 어떤 씨앗을 심고 있는 걸까요.
글
EVERY WEEK Editor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