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인 출생률과 관련된 논제 중 하나는 난민에 대한 것입니다. 난민을 포함한 강제 이주민의 규모는 전세계를 통틀어 1억 2천만명에 달하는데요. 여전히 난민의 수용에 대한 소음이 끊이질 않습니다.
대다수의 도시들은 이주민을 위해 임시 숙소와 재정 지원 같은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지만, 이런 정책들은 이들이 새로운 사회에 진정으로 뿌리내리도록 돕지는 못합니다. 그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을 제공할 뿐, 이주민들이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받아들여지기까지는 여전히 높은 장벽이 존재합니다.
좁혀지지 않는 언어와 문화, 종교의 차이로 인한 주민들과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이방인들을 지역의 공동체로 포용하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책을 통해 이주민과 지역 주민들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가든 라이브러리(The Garden Library)’를 소개합니다.
난민과 이주민 문제를 대할 때 보통은 ‘어디에 머물게 할지’,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지’를 두고 고민합니다. 하지만 이런 질문에만 집중하다 보면, 결국 그들을 지원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는 우리와는 다른 사람들이라는 무의식적인 선을 긋게 만듭니다.
가든 라이브러리는 ‘어떻게 이들이 우리의 일부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단순한 지원을 넘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같은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죠.
벽이 없는 이 도서관은 공원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네베 샤난은 텔아비브 남부에 위치한 작은 동네입니다. 네베 샤난의 오래된 버스 정류장 옆에 자리 잡은 이 공원은 동네의 주민들이 주말에 삼삼오오 모이는 장소인데요.
평범한 도서관처럼 보이지만, 그 목적은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이 아닙니다. 책장이 곧 만남의 장소가 되고, 언어의 장벽이 허물어지는 순간을 만들어주는 곳이죠.
가든 라이브러리는 2009년에 비영리 예술단체인 Arteam과 텔아비브 시에서 운영하는 외국인 커뮤니티 지원 센터인 Mesila와 협력하여 설립했습니다. 처음에는 지역 이주민 커뮤니티를 위한 도서관으로만 구상했지만, 자연스럽게 외국인과 동네의 이스라엘 주민을 위한 만남의 장소의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도서관을 디자인한 Yoav Meiri는 이웃의 소외된 커뮤니티의 다양성을 환영하는 공간을 만드는 데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불법 이민자 신분을 가진 사람들도 두려움 없이 도서관에 들어올 수 있도록, 도서관에 닫힌 문이나 입구에 신원을 확인하는 경비원이 없는 구조를 원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도서관은 완전한 야외 공간으로 설계되었습니다. 도서관은 공원 중심부에 있는 공공 쉼터의 담장을 활용한 두 개의 책장으로 구성이 되는데요. 높은 책장에는 성인 독자를 위한 책이, 맞은편의 낮은 책장에는 어린 방문객을 위한 책이 비치되어 있습니다.
이 도서관에는 중국어, 티그리냐어, 암하라어, 태국어, 타갈로그어, 아랍어, 히브리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네팔어, 벵골어, 힌두어, 터키어, 루마니아어, 러시아어, 영어 등 16개 언어로 된 약 3,500권의 책이 비치되어 있습니다.
책의 종류도 아동 문학부터 성인 소설, 그리고 각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소개하는 서적들까지 매우 다양합니다. 이 덕분에 이주민들은 자신에게 익숙한 언어로 된 책을 찾아 읽을 수 있고, 동시에 이스라엘 사회의 문화를 배우는 히브리어 책도 접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지역 주민들은 아랍어로 쓰인 책을 읽으며 이웃의 문화를 이해하는 기회를 가집니다. 이렇게 책 한 권이 두 문화 사이의 대화의 시작이 되는 셈입니다.
가든 라이브러리에서는 책을 분류하는 방식도 일반적인 도서관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도서관 운영을 맡은 Arteam은 책을 읽은 사람의 감정을 기반으로 하는 독차 참여형 색인 시스템을 구현했습니다.
책을 반납할 때 7가지 감정(재미있는, 지루한, 기괴한, 우울한, 흥미진진한, 영감을 주는, 감상적인)중에서 책에 대한 경험을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를 선택해야 합니다. 사서는 색상으로 구분된 감정 정보를 대출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하고, 최신 분류에 따라 도서관 선반에 다시 배치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지루한’ 에 해당하는 칸에 있던 책을 읽은 사람이 ‘흥미진진한’ 이라고 느꼈다면 이 책은 다시 ‘흥미진진한’에 해당하는 서가로 다시 재배치되는 것입니다. 물론 이전에 누군가 이 책을 읽고 ‘지루한’ 감정을 느꼈다는 것은 기록으로 남아 있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공동체의 모든 사람이 도서관의 분류 체계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입니다.
이 도서관의 분류 체계가 흥미로운 또 하나의 이유는 대출 기록을 통해 주민들과 난민들이 책을 읽고 느낀 감정들을 시각화할 수 있다는 점인데요. 도서관 운영 초기 3년간의 대출 기록을 시각화한 자료는 책은 읽은 사람들의 감정 사이를 탐험할 수 있는 일종의 ‘지도’가 됩니다.
책을 읽은 사람들의 감정이 축적된 역사를 나타내는 불규칙한 색상의 조합은 그 자체로 도서관의 정신을 드러내는데요. 이것은 완전한 인정이나 권리가 부여되지 않는 난민이라는 타이틀 대신에, 각 구성원 한명 한명의 개성의 중요성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이 도서관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난민들을 위한 ‘배려의 공간’이 아니라, 지역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라는 점입니다. 누구나 와서 책을 읽고,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기에 이 도서관은 이주민과 지역 주민이 특정한 자격 없이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진정한 의미의 공공 장소가 됩니다. 그들이 이곳에서 맺는 관계는 그저 이웃이 아니라, 같은 문화를 향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공동체로서의 관계가 됩니다.
매주 열리는 ‘그림책 읽기 모임’에서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모여 각기 다른 언어로 된 동화를 읽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책 한 권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각국의 전통과 이야기를 공유하고, 그 과정에서 문화적 차이를 좁히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가든 라이브러리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사람들은 그저 벤치에 앉아 책을 펼치는 것만으로도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고, 자주 얼굴을 마주치면서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고, 대화의 기회가 열립니다. 이는 언어가 다르고 배경이 달라도 서로의 존재를 점차 받아들이게 만드는 작은 씨앗과 같습니다.
이주민과 난민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것은 높은 담장이나 더 많은 지원금만이 아닙니다. 먼 나라에서 온 난민 뿐만 아니라, 우리 동네에 새로 이사온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책 한 권과 열린 마음, 그리고 서로를 존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는 것이죠.
텔아비브의 이 작은 도서관이 만들어내는 큰 변화가 바로 그 증거가 아닐까요?
글
EVERY WEEK Editor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