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스며드는

모든 것이 광고인 시대. 어떻게 알려야 할까요?

매일같이 쏟아지는 개성 넘치는 제품, 서비스, 콘텐츠. 브랜드들은 점점 더 세분화된 소비자의 취향을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좋은 브랜드는 더 이상 고객의 관심을 얻으려 애쓰지 않는 듯합니다. 오히려 고객이 광고로 인식하지 않고, 삶의 필수적인 가치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합니다.

이번 주에는 사람들의 일상과 지역 속으로 녹아드는 지속가능한 방식을 제시하는 파빌리온 S 프로젝트를 소개합니다. 

Ginkgo Chair ⓒSide
Ginkgo Chair ⓒSide

2019년 중국의 가구 브랜드 “사이드(Side)”는 독창적인 디자인의 Ginkgo 의자를 선보였습니다. 제품의 이름처럼 은행나무 합판을 사용해서 만든 이 의자를 알리기 위해, 같은 해 상하이에서 열린 가구 박람회에 특별한 전시 공간을 만들었는데요.

박람회와 같은 단기 행사에서 사용되는 전시 공간은 대부분 일회용으로 설계되고, 행사가 끝난 후 대량의 폐기물을 남기곤 합니다. 최근에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차례 재활용할 수 있는 전시 가벽과 같은 아이디어들이 실제로 현장에 적용되고 있는데요. 특정한 브랜드의 개성을 드러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사이드(Side)가 루이 디자인 앤 리서치(Rooi Design and Research)과 함께 만든 “파빌리온 S(Pavilion S)”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확장하는 새로운 방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파빌리온 S ⓒSFAP Studio

큰 규모의 박람회는 관람객에게 피로감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쩌면 사람들이 가장 오랜 시간 머무는 곳은 화려한 전시 부스가 아니라, 욱신거리는 다리를 잠시나마 달랠 수 있는 작은 벤치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 착안해서, 파빌리온 S는 단순히 제품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라 방문객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휴식 장소로 기획되었습니다. 제품보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공간인 셈인데요. 사람들이 이곳에서 편안하고 차분하게 머무를 수 있도록 밝고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파빌리온 S의 핵심 재료는 Ginkgo 의자와 마찬가지로 가구 제작에 흔히 사용되는 합판입니다. 가공 과정을 최소화하기 위해 표준 크기인 1.22미터의 정사각형 합판 821개를 사용했는데요. 정사각형 합판을 연결해서 만든 하나의 박스는 의자 한 개를 전시하기에 알맞은 크기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의자를 아래, 위, 옆에서 다양한 각도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특히, 박스를 쌓아서 만든 단순한 구조 덕분에 별도의 복잡한 공구나 추가적인 자재 없이 48시간 이내에 파빌리온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파빌리온 S ⓒFeng Shao
파빌리온 S ⓒFeng Shao
파빌리온 S ⓒFeng Shao
파빌리온 S ⓒFeng Shao

파빌리온 S 프로젝트의 핵심은 전시가 끝난 뒤에 시작됩니다. 흔히 전시용 건축물이 해체와 함께 버려지는 것과 달리, 파빌리온 S는 재활용을 너머 새로운 가치로 재탄생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습니다. 전시 종료 후 파빌리온을 구성하는 821개의 합판은 철저히 분해되어 410세트의 가구로 다시 조립됩니다. 각 합판에서 버려지는 부분이 전혀 없이 육각형 테이블 한 개나 직사각형 의자 세 개로 전환될 수 있도록 디자인했습니다. 

파빌리온 S를 재활용한 가구 ⓒMing Chen
파빌리온 S를 재활용한 가구 ⓒMing Chen

이렇게 만들어진 테이블과 의자는 YiDu 커뮤니티 센터와의 협업으로 푸칭시(Fuqing) 의 농촌으로 전달되었습니다. 마을의 광장, 놀이터, 식당의 마당 등 지역 주민들이 생활하는 동네 곳곳에 설치되었는데요. 

이는 단순히 자재를 재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를 공동체로 자연스럽게 확장하는 데에 의미가 있습니다. 파빌리온은 사라지지만, 그것이 남긴 가구는 지역 사회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갑니다. 이 가구는 브랜드의 핵심적인 제품도 아니거니와 수익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사업도 아니지만, 역설적으로 브랜드가 지역의 공동체와 긴밀히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파빌리온 S를 재활용한 가구 ⓒMing Chen
파빌리온 S를 재활용한 가구 ⓒMing Chen
파빌리온 S를 재활용한 가구 ⓒMing Chen
파빌리온 S를 재활용한 가구 ⓒMing Chen

파빌리온 S 프로젝트는 브랜드가 우리의 일상에 존재하는 방식과 물리적인 실체가 없어도 고객에게 전달되는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자연스럽게 일상에 스며들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은 그 자체로 특별하게 느껴지는데요. 

결국, ‘어떻게 알려야 하는가’에 대한 힌트는 작은 것에서 시작해 자연스럽게 생활 반경과 삶 속으로 번져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습니다. 파빌리온 S 프로젝트는 의자에서 태어나, 전시 공간으로 확장되고, 지역 사회로 녹아드는 여정을 통해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새로운 방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 순간의 아름다움을 넘어, 삶과 연결되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야깃거리가 되어 오랜 기간 우리 곁에 남아 있게 되는 것이야말로 지속가능한 마케팅이 아닐까요? 





EVERY WEEK Editor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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