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다짐에도 불구하고 늘 생각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
이번 주에는 시애틀의 ‘미니 마트 시티 파크(Mini Mart City Park, 이하 MMCP)’ 를 통해 예술의 실천을 무기삼아 거대한 바위를 부수고 있는 젊은 크리에이터들의 이야기를 살펴봅니다.
이야기는 시애틀의 예술가 트리오 서튼베레스컬러(SuttonBeresCuller)에서 시작됩니다. 존 서튼(John Sutton), 벤 베레스(Ben Beres), 자크 컬러(Zac Culler)가 결성한 아티스트 그룹은 ‘드라이브 스루 갤러리(Drive-Thru Gallery,2000)’ 를 시작으로 ‘트레일러 파크(Trailer Park)’, ‘이웃이 간다(There goes the neighborhood,2005)’ 등 공공 장소의 개념을 비틀어 사회적인 상호작용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왔습니다.
‘더 아일랜드(The Island, 2005)’ 로 시애틀 지역에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이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버려진 건물을 은유적인 예술 활동과 지역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실천적인 전략을 통해 커뮤니티의 구심점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들은 곧바로 장소를 물색하기 시작했습니다. 몇 년간의 탐색 끝에 그들은 북부 시애틀 환경연합(Environmental Coalition of South Seattle)의 브라운필드 담당자 에머리 베일리로부터 폐쇄된 주유소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환경보호정책의 일환으로 워싱턴 주의 휘발유 차량이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1930년대에 건설된 많은 주유소들이 문을 닫은 채 방치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세 명의 예술가는 바로 이 곳이 그들의 꿈의 씨앗을 심을 장소임을 직감했습니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시작됨과 동시에 그들은 산적한 문제들에 부딪혔습니다. 한 세기 가까이 살아온 건물은 쇠약한 상태였고, 주유소가 서있는 땅은 지하 6미터까지 심각하게 오염된 상태였으며, 프로젝트의 난이도와 기간 덕분에 전체 비용은 230만 달러(한화 약 30억원)에 달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위기에 압도되거나 포기하고 말았을 테지만, 그들은 차근차근 마주한 문제들을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오랜 기간 주유소로 운영된 탓에 오염된 토양을 해결하는 것에 착수했습니다. 지질 조사와 토지 정화를 지원하는 지방 정부 프로그램인 킹 카운티 브라운필드(King County Brownfields)의 도움을 받아 상황을 면밀하게 파악했습니다. 결과는 예상보다 더 오염된 상태였고, 이를 해결할 기술적인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문제는 자금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수 년간의 프로젝트를 통해, 예술이라는 도구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대를 만드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오염된 흙의 일부를 작은 캔에 나누어 담아 판매하기로 했습니다. 과거 지역의 기반시설로 기능한 것의 대가로 희생된 자연을 회복하는 것에 지역 주민들이 모두 참여하여 경각심을 갖도록 하는 예술 프로젝트로 기획한 것입니다. 오염된 흙을 매개로 기부를 받아 기금을 조성한 셈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건물의 지하에 토양을 정화하는 설비를 설치했습니다. 공기살포처리 및 토양증기추출법(Air Sparging & Soil Vapor Extractiond) 시스템으로, 오염된 지하수에 공기를 주입하여 오염물질을 휘발시키고, 미생물의 활동을 촉진함으로서 오염물질을 분해하여 토양을 정화하는 원리입니다. 이에 필요한 장비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방문자들도 토지가 정화되는 과정을 실제로 볼 수 있도록 건물의 디자인에 반영했습니다. 건물이 땅을 정화한다니! 정말 멋진 아이디어입니다. 앞으로도 MMCP가 반드시 이 곳에 있어야만 하는 이유가 생긴 것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건축입니다. 공간의 크기와 형태를 정하기 위해서는 용도를 고민해야 할겁니다. 세 명의 젊은 아티스트는 처음 이 땅을 보고 세운 결심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다양한 예술 활동을 통해 사람들이 관계맺을 수 있는 건강한 커뮤니티의 기반이 되는 장소를 만들겠다는 결심 말입니다. 그들은 전시와 공연과 같은 전문적인 예술 활동부터 영화 상영이나 작은 모임과 같은 동네의 일상적인 행사들도 담을 수 있는 유연한 공간을 원했습니다. 시애틀 기반의 건축 회사 GO’C는 MMCP의 철학과 필요를 담은 최적의 건물을 설계했습니다. 게다가 기존의 주유소가 가지고 있던 분위기는 살리면서도, 누구나 편하게 들릴 수 있는 친근하고 직관적인 인상을 만들어냈습니다. 정원으로 시원하게 열리는 창문이 있는 갤러리와 작지만 아늑한 마당, 탁 트인 옥상 테라스를 짜임새 있게 엮는 디자인이 인상적입니다.
장장 15년에 걸쳐 완성된 MMCP는 2021년 11월에 첫 이벤트를 열었습니다. 이후에는 객원 큐레이터와 함께 기획 전시를 열고, 워싱턴 소재의 대학교와 교류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했습니다. 이제 첫걸음을 뗀 MMCP를 두고 서튼, 베레스, 컬러는 ‘프랜차이즈화 가능한 아이디어’로 만들고 싶다고 말합니다. 식당이 지점을 내듯 똑같은 방식으로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 프로젝트를 통해 영감을 받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사는 지역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제 2, 제 3의 MMCP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합니다.
글
EVERY WEEK Editor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