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가게의 비밀

일본에서는 매년 약 6만 개의 중소기업이 문을 닫습니다. 그 이유는 단순한 경제적 실패가 아니라, 사업을 물려받을 후계자를 찾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2025년까지 후계 문제로 폐업하는 기업이 127만 개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은, 일본 사회가 직면한 인구 감소와 지역 경제 붕괴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것은 비단 일본에 국한된 문제는 아닐텐데요. 

지역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보다는 지역의 일과 경제가 지속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당연하지만 가장 어려운 문제입니다. 

이번 주에는 지역의 가게들에게 후계자를 찾아주는 사업 승계 서비스 ‘릴레이(Relay)’를 소개합니다.

후계자를 찾는 가게들 ⓒRelay

그동안 일본과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는 지역을 살리기 위해 관광지 개발, 랜드마크 건립, 박물관 설립 등의 방법을 활용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종종 단기적인 효과에 그치거나, 지역 생태계에 이질적인 구조를 만들어 장기적으로는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한 동네에 오래된 빵집이 있다고 합시다. 이 빵집은 단순히 빵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그 동네 사람들의 아침을 책임지고, 아이들의 방과 후 간식이 되며, 동네 주민들이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장소입니다. 하지만 주인이 고령화되고 후계자가 없으면, 이곳은 문을 닫게 됩니다. 그리고 이 빵집이 사라지면, 동네의 작은 생태계 한 조각도 함께 사라집니다.

릴레이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의 기존 사업이 새로운 운영자를 만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 과정에서 단순한 기업 매각이 아니라, 기존의 사업 철학과 지역 사회에 대한 이해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사업 승계를 지원합니다.

3대째를 이을 후계자를 찾은 70년 넘은 오쿠다 혼다 대리점 ⓒRelay
1867년에 창업한 야마모 간장 양조장은 7대째 후계자를 찾았다 ⓒRelay
폐사 직전에 후계자를 찾은 220년된 절 오모리야마 젠젠지 ⓒRelay
마음 맞는 후계자를 찾은 50년된 미야자키현의 장례식장 ⓒRelay

사이토 류타(Saito Ryuta)는 2012년, 지역에 투자할 수 있는 크라우딩 펀딩 플랫폼 ‘파보(Favvo)’를 시작으로 2020년에 ‘라이트-라이트(Light-Right)’를 창업했습니다. ‘지역에 빛을 비춘다’는 슬로건의 라이트-라이트는 릴레이를 운영하는 모회사인데요. 

늘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한 일들에 관심이 많았던 사이토는 지방의 많은 가게와 사업체들이 후계자를 찾는 것뿐만 아니라, 폐업의 위기에 있다는 사실을 알릴 방법 조차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기존의 사업 승계를 도와주는 서비스들은 익명성을 고수하고 있었는데요. 후계자를 찾는 기업들이 어떤 이유로 승계를 원하는 건지, 재무의 건정성이나 핵심 기술은 무엇인지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다는 것은 후계자를 찾는 일에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사이토는 이것에 착안해서 릴레이의 핵심 가치를 개방성으로 설정하고,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를 구상했습니다. 

“지금, (돈을) 벌고 있는가 벌고 있지 않는가-라고 하는 재무적인 시점 뿐만 아니라, 사업에 대한 마음이나 스토리에 집중해서, 공감을 베이스로 하는 새로운 사업 승계를 실현합니다. 지금까지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사업 승계를 긍정적으로 바꿔서, 원하지 않는 폐업을 줄임으로써, 다가올 대폐업의 시대를 대계업의 시대로 대전환시켜 갑니다”

– 릴레이 소개글 중에서

릴레이의 로직 모델 ⓒRelay

릴레이는 기존의 기업 매각 서비스와는 차별화된 접근 방식을 취합니다. 전통적인 M&A 플랫폼은 대기업 중심의 구조를 갖고 있으며, 수익성과 성장 가능성을 기준으로 거래가 이뤄지는데요. 하지만 릴레이는 지역 소규모 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운영자의 의지와 지역 커뮤니티의 지속 가능성을 중요한 가치로 삼습니다. 릴레이의 운영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사업 등록
    현재 사업을 운영하는 사람이 자신의 사업을 릴레이 플랫폼에 등록합니다. 이 과정에서 단순한 재무 정보뿐만 아니라, 사업을 운영하며 쌓아온 철학과 지역과의 관계를 상세히 기록하도록 유도합니다.

  2. 승계 희망자 모집
    단순히 ‘사업을 사고 싶은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이 사업을 이어갈 의지가 있는 사람’을 찾습니다. 지원자는 자신의 배경, 사업을 운영하고 싶은 이유 등을 설명해야 하며, 단순한 인수자가 아니라 ‘계승자’라는 정체성을 갖게 됩니다.

  3. 매칭 및 협상
    기존 운영자와 승계 희망자가 직접 만나고, 사업 운영의 비전과 철학을 공유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릴레이는 이 과정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도록 중재하고,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법적·재정적 지원도 제공합니다.

  4. 승계 이후의 지원
    단순히 사업을 넘기는 것이 끝이 아닙니다. 승계 이후에도 새로운 운영자가 안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네트워크를 연결해주고, 지속적인 컨설팅을 제공합니다.

사업 승계를 통해 지역의 상권과 거리를 바꾸는 프로젝트 Relay the Local ⓒRelay

일본의 국세청에는 사업승계세제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이것은 회사나 개인 사업의 후계자가 취득한 일정의 자산에 대해서, 증여세나 상속세의 납세를 유예하는 제도인데요. 회사의 주식 등을 대상으로 하는 법인용 뿐만 아니라, 개인사업자의 사업용 자산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도 별도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사업 승계를 계기로 새로운 기반을 마련하고자 하는 중소 기업 및 사업 재편, 사업 통합을 수반하는 경영 자원의 인계를 실시하는 중소 기업 등을 지원하는 사업 승계·인계 보조금, 중소기업이 안심하고 M&A에 임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것을 목적으로 중소기업청에 의해 창설된 M&A 지원 기관 등록 제도 등 국가 차원에서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릴레이는 이렇게 전 국가적으로 장려하고 있는 정책적인 방향에 더해, 각 지자체와 적극적으로 협력해서 승계가 필요한 지역의 비즈니스를 발굴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각 지역별로 후계자를 찾지 못해 폐점 위기에 놓인 사업체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릴레이 맵(Relay Map)’, 성공적으로 승계에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상세하게 소개하는 ‘릴레이 매거진(Relay Magazine)’, 지역 비즈니스의 승계를 통해 동네의 상권과 거리를 활성화하는 프로젝트 ‘릴레이 더 로컬(Relay the Local)’ 등 B2B와 B2C를 오가는 여러가지 서비스를 꾸준히 만들어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제 3자 사업 승계 커뮤니티 ‘릴레이즈(Relays)’ 입니다. 승계의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친척이 가업을 잇는다거나, 동종 업계에 있던 사람이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인수하는 것만큼이나, 커리어의 연장선에서 사업 승계를 고려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이직과 창업 그 사이에 승계라는 선택지가 생겨난 셈인데요. 

“좋아하는 지역으로 이주하고 싶다면, 경력을 변경하고 싶다면, 개업의 꿈을 이루고 싶다면.

기업도 전직도 아닌 제3의 선택지로서
주목을 받고 있는 「제3자 승계」.

릴레이즈는 제3자 승계의 이해를 깊게 하면서 지역이나 커리어, 인생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커뮤니티입니다”

– 릴레이즈 소개글 중에서

어릴 적부터 자주 가던 빵집을 승계받아 창업한 오쓰상 ⓒRelay

창업자 사이토는 릴레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단순히 사업을 이어주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삶과 문화를 잇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각 가게에는 그곳만의 이야기가 있고, 우리는 그 이야기가 계속되도록 돕고 싶습니다.”

‘릴레이’라는 단어는 이어달리기라는 뜻입니다. 이어달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통을 안전하게 넘기는 것이죠. 단순히 빠르게 달리는 것이 아니라, 다음 주자가 제대로 달릴 수 있도록 연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업 승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단순한 매각이 아니라, 기존의 가치를 새로운 운영자가 온전히 이어받는 것 말입니다. 바통이 이어질 때, 비로소 달리기는 계속됩니다. 지역의 작은 가게들이 이어질 때, 그곳의 삶도 지속되는 것이 아닐까요? 


EVERY WEEK Editor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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