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하게 연결된다

살다보면 벽을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원래 그렇다던가, ‘보통 이렇게 한다하는 것들 말입니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말은 거부하기 어렵습니다.  굳이 남들과 다르게 해야 하는지, 기존에 해오던 방식을 따르지 않을 필요가 있는지. 질문들은 꼬리를 물고 이어져, 옳고 그름의 문제나 공동체와 사회에 대한 생각까지 이어집니다. 반대로 자기 합리화의 늪에 빠지기도 하죠

자신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이해하려는 태도야말로, 언젠가 거대한 나무가 되어 바위같은 통념을 깨뜨리는 흥미진진한 일의 씨앗이 아닐까요

이번 주에는 관습을 벗어난 형태의 은행을 선보이는 시노노메 신용 금고를 소개합니다.

시노노메 신용금고 마에바시 ⓒMasato Chiba

2022, 시노노메 신용금고(이하 시노노메 신금) 군마현에 위치한 마에바시 본점의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문을 열었습니다. ‘볼일이 없어도 오고 싶어지는 장소 컨셉으로 지역 주민들이 자유롭게 들락거리고 시간을 보낼 있는 열린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어떻게 보안이 가장 중요한 은행을 누구에게나 개방된 장소로 만드는 결정을 하게 되었을까요?

1925년에 창업한 시노노메 신금은 군마현과 사이타마현 그리고 나가노현을 기점으로 하는 지역 은행입니다. 예금량은 1조엔 규모로, 대도시를 기반으로 하는 글로벌 수준의 대형 은행에 비해서는 작은 규모입니다. 손이 마주 잡고 있는 로고와지역의 미래라는 경영 이념에서 드러나듯이, 지역에서 사업과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들이 주요 고객입니다

지역으로부터 태어난 금융기관이라는 헤리티지를 기반으로, 지역 밀착형 금융 정책과 지속가능한 지역 만들기 활동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습니다. 뒤에서 자세히 다룰 마에바시 본점의 리노베이션과 더불어동네의 편집사또한 지역 친화 전략의 연장선에 있는 프로젝트입니다.

동네의 편집사프로젝트를 통해 시노노메 신금은 지역의 숨겨진 자원을 발굴하는 에디터 역할을 자처합니다. 은행이 기본적으로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경제적 풍요로움에 더해, 사람들의 행복에 보다 기여할 있는 정신적 풍요로움까지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인데요

동네의 편집사 은행의 직원과 로컬의 디자이너, 작가, 크리에이터가 협동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단순히 지역에 숨겨진 가치를 알리는 일에서 그치지 않고, 은행에서 제공하는 상품을 적재 적소에 연결함으로서 실질적인 지원까지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은행의 입장에서는 일종의 영업 전략으로 이해할 있지만, 단순히 예금 가입을 유도한다거나 대출 상품을 홍보하는 기존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입니다. 지역의 사업자가 당면한 과제에 대해 파이낸싱과 크리에이티브가 결합된 해결책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종국에는 지역 소비를 환기하여 지역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거대한 아젠다까지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츠구히 웹페이지 ⓒTsuguhi

동네의 편집사 군마현의 일상의 매력을 전달하는 미디어츠구히 운영합니다. ‘츠구히 일본어로 다음, 이튿날을 의미하는데요. 실시간 소식이나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가 아니라 슈퍼마켓, 목공예 상점, 빵집과 구두 닦기 전문점과 같이 소소하지만 지역의 내일을 기대하게 만드는 콘텐츠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보내는 대부분의 시간은일상입니다. 1년에 1 1만명이 모이는 것보다, 매일 30명이 모이는 쪽이 오래 지속되고, 좋은 관계성이 태어나는 것이 아닐까요? 그것이 지속 가능한 지역의 풍요로움이 아닐까요?”

-츠구히 소개글 중에서

이러한 맥락에서 마에바시 본점의 리노베이션은동네의 편집사츠구히 연장선에 있는 프로젝트로 이해할  있습니다. ‘매일 30명이 모이는그런 장소, 매거진을 통해 알게 빵집 사장님과 우연히 만나 인사를 나눌  있는 그런 말입니다.

시노노메 신금과 합병하기 전 마에바시 금고 건물 ⓒ Hagiso Studio

마에바시 본점은 1964년에 지어진 은행 건물로 노후가 많이 진행되어 대책이 필요했습니다. 시노노메 신금은 단순한 신용 금고의 점포가 아니라 지역에 공헌할 있고, 중심 시가지 활성화에 기여할 있는 기능을 더한 시설로 하고 싶다는 비전이 있었습니다. 한편 일본에서 신용금고의 경우 원칙적으로 금융업에 해당하는 시설만 설치할  있지만, 기존의 건물 일부를 활용할 경우 예외를 있도록 법령에 정해져 있어 신축이 아닌 리모델링으로추진하게 되었습니다.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는 히로세 이루가 이끄는 TONE & MANNER, 공간은 마에바시 출신의 미야자키 아키요가 이끄는 HAGI STUDIO, 그래픽 디자인은 MANIACKERS DESIGN 맡았습니다. ‘지역과 느슨하게 연결되는 장소를 만든다 목표 아래 누구나 편하게 출입하고 머무를 있는 공간이 완성되었습니다.

시노노메 신용금고 마에바시 ⓒMasato Chiba
시노노메 신용금고 마에바시 ⓒMasato Chiba

시노노메 신금은 은행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을 제외한 나머지를 카페, 도서관, 회의실, 공유오피스, 다목적홀 지역 주민들이 활용할 있는 시설로 만들었습니다은행을 위한 공간과 나머지 공간을 분리한 것인데요. 핵심은시간의 분리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은행 안에 카페가 있더라도 은행의 업무 시간에만 이용할 있다면 실효성이 떨어질 것입니다. 시노노메 신금은 은행과 나머지 공간들의 영업 시간을 분리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담한 결정이면서도 방문하는 사람들의 기분을 세심하게 고려한 지점이 아닐까 합니다

시노노메 신금의 마에바시 영업부는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만 창구를 열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도서관은 평일과 토요일에는 저녁 7시까지 열고, 은행이 문을 닫는 일요일에도 저녁 5시까지 문을 엽니다. 은행 창구의 소음을 배경 삼아 책을 읽는다거나, 일요일에 커피를 마시러 은행에 가는 일상이라는 , 마에바시에서만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입니다.

시키시마 커피 스탠드 ⓒ 市根井
시키시마 커피 스탠드 ⓒ 市根井

은행의 창구가 있는 1층은 안과 밖의 경계가 없는 장소입니다. 바깥의 광장을 안쪽의 로비까지 연장해서 하나의 연속된 공간으로 느껴질 있도록 연출했습니다. 대기 공간의 옆에는 시키시마 커피 스탠드(SHIKISHIMA COFFEE STAND)라는 작은 카페가 있습니다. 시키시마 커피는 2020 시작된 로컬 브랜드로, 자체 로스터리를 가지고 독특한 블렌드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시노노메 신금 지점에서는 광장 바닥의 붉은 벽돌을 사용해 공간을 장식하고, 여기에서 영감 받은 레드 브릭스 블렌드 선보입니다. 건물의 안과 밖에서 모두 커피를 있는 일종의 창구 형태로 만들어, 은행에 들어서는 심리적인 문턱을 낮추는 데에 일조하고 있습니다.

츠도니와 라이브러리 ⓒ 市根井
츠도니와 라이브러리 ⓒ Masato Chiba
츠도니와 홀 ⓒ 市根井

1층의 입구에 있는 멋진 곡선의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2층에 광장이 내려다 보이는 아늑한 도서관츠도니와 라이브러리 있습니다. 은행 앞의 광장 이름인츠도니와에서 따왔습니다. 같은 군마현내 동네의 서점인 REBEL BOOKS에서세계를 넓혀주는 이라는 주제로 서가를 큐레이션하고 있습니다. 1층을 내려다보는 열린 형태의 책상부터, 독서실처럼 개인적인 공부를 있는 좌석과 독립된 회의실까지 구비되어 있습니다. 1층과 계단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은행 업무를 보는 직원이나 손님과 눈이 마주치지 않도록 화단을 만들었습니다. 각기 다른 목적으로 존재하는 공간들이 서로 미묘하게 공존하는 근사한 공간입니다.

시노노메 신금 마에바시의 비주얼 아이덴티티 ⓒ Maniackers Design
시노노메 신금 마에바시의 비주얼 아이덴티티 ⓒ Maniackers Design
시노노메 신금 마에바시의 비주얼 아이덴티티 ⓒ Maniackers Design
시노노메 신금 마에바시의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활용한 이마바리 타월 콜라보 ⓒ Maniackers Design

마에바시 프로젝트를 구상하면서 여기에서 일하게 은행의 직원과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는 워크샵을 거듭 진행했다고 합니다. 총괄하는 시노노메 신금의 요코야마 이사장은 워크샵을 회상하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너무 깊지 않은 관계도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담없이 주시고, 연결하고 싶을 때에 액세스 받는다. 정도의 여지를 가진 장소가 좋다는 워크숍의 의견을 듣고 나도 생각했습니다. ‘느슨하게 연결된다라는 것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요코야마 케이이치 이사장 인터뷰 중에서 

시키시마 커피 스탠드 ⓒ 市根井

거리의 편집사부터 츠구히와 마에바시 본점까지. 지역의 비즈니스를 찾아내서 알리고 지원하는 , 은행 고객이 아니라 직원과 주민이 사람으로서 직접 대면해서 관계를 맺을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 은행이 쓰지 않는 공간을 지역에 마음껏 내어주는 . 이토록 지역에 진심인 은행이 있을까요? 마에바시 본점의 리노베이션은 지역과 운명을 같이할 밖에 없는 지역 은행의 본질을 꿰뚫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많은 고마움의 목소리를 받고 있습니다. 매번다른 점포에서도 이런 일을 합니까?’ 라고 하는 것을 듣기도합니다만, 이런 프로젝트는 잠시는 무리라고 대답할 … (웃음). 그래도 어려운 시대 속에서의 경영 환경이지만, 가능한 지역의 미래가 되기 위한 활동을 다른 형태나 새로운 형태로 나가고 싶습니다.”

-요코야마 케이이치 이사장 인터뷰 중에서

이러니 시노노메 신금의 다음 행보를 기대할 밖에요.





EVERY WEEK Editor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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