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뿐만 아니라 건축에 있어서도 전복적인 이념, 양식 내지는 급진적인 실험들이 변화를 주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생각이나 스케치에 그치곤 합니다. 현실적으로 소비자, 그러니까 건축에서는 개인, 개발업자, 기업 등에게 소구되기 어려운 구상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공공의 주도로 이루어지는 사업의 경우에는 이따금 아주 도전적인 아이디어가 현실화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간이나 구조물은 너무나도 특수해서, 확장되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생각들이 구현된 채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고찰과 탐구의 대상으로서의 가치는 충분합니다. 이번 주에 소개할 동네의 장소는 시애틀의 ‘프리웨이 파크(Freeway Park)’ 입니다.
1950년대 말부터 1969년에 걸쳐 완공된 5번 주간고속도로는 워싱턴의 중심지 다운타운과 주거지 피르스트 힐을 완전히 갈라놓았습니다. 양쪽 지역을 걸어서 오가기 위해서는 10차선에 달하는 고속도로 위를 지나는 도로를 따라 걷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시애틀 메트로를 설립하고, 워싱턴 호수 수질 개선사업을 주도했던 시민운동가 짐 앨리스는 고속도로 위를 덮는 공원을 제안했습니다. 토양을 지지하는 거대한 구조물과 매연을 처리하는 설비 등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사업이었지만, 결국 1976년에 문을 열게 됩니다. 세계 최초로 고속도로 위에 건설된 공원인 프리웨이 파크는 샌프란시스코 베이를 시작으로 다양한 공공 장소를 설계한 조경가 로렌스 할프린(Lawrence Halprin)이 맡았습니다.
그는 6천평이 넘는 거대한 면적을 작은 단위의 사각형으로 나누어, 공원을 누비는 사람들로 하여금 거대한 구조물이 아니라 친근한 동네의 공원처럼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했습니다. 동시에 사각형의 단위들의 높낮이가 계속해서 변화하면서 잠깐 걸터 앉을 수 있는 벤치가 되기도 하고, 아래로 푹 꺼져서 작은 폭포가 생기기도, 아이들이 이리저리 뛰어 놀 수 있는 놀이터가 되기도 합니다. 변화하는 기둥들을 따라가면서 예상치 못한 분위기의 장소들을 발견할 수 있는 구성이, 하나의 미로와 같은 경험을 제공합니다. 그러면서도 중심이 되는 큰 광장을 두어, 다양한 커뮤니티를 위한 이벤트가 열릴 수 있는 여지를 두었습니다.
프리웨이 파크 서측으로는 다운타운 답게, 하얏트·힐튼과 같이 관광객을 위한 호텔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습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컨벤션 센터와 시애틀 도서관이 자리하고 있어 초창기의 프리웨이 파크는 더욱 활기를 띄었습니다. 동측으로는 오래된 주거지와 미술관, 병원 등 시애틀의 진정한 일상을 엿볼 수 있는 피르스트 힐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숨어있을 구석이 많은 공간적인 특징 덕분에, 한때는 노숙자와 마약의 온상이 되어 골머리를 앓았지만, 지속적으로 자금을 모아 시설을 정비하고 이벤트를 열어, 밝은 공원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프리웨이 파크는 급진적인 아이디어의 양면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원을 배경으로 오랜 시간 축적된 이미지들만으로도 시민 정신이 깃든 장소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시애틀이라는 지역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공간입니다. 기존의 것을 뛰어 넘는 강력한 발상을 실현시키는 일은, 반복되어 온 관성을 깨고 실천적인 과제들을 산더미처럼 안겨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땅에 구속되어 있는 물리적인 환경이라는 점에서 공간에서의 실험은 직접 해보지 않으면, 특히 공간이 밟고 있는 동네와 지역에 어떻게, 얼마나 유효한지 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동네에 없던 경험을 제공하는 비즈니스와 장소에 대한 지속적인 실험이,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지역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출발점이 아닐까 합니다.
글
EVERY WEEK Editor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