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은 몸을 움직이는 것입니다. 평소와는 다르게, 몸에게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움직이다보면 생각도 따라서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다양성과 건강을 모토로, 문화와 움직임을 위한 장소를 지향하는 ‘쿠베(KU.BE)’ 를 소개합니다.
덴마크 코펜하겐 프레데릭스베르에 위치한 ‘쿠베(KU.BE)’는 현대인을 위한 일종의 놀이공원입니다.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놀이공원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과거 남녀노소 누구나 일상의 환기를 위해 찾던 놀이공원의 원형에 가까운 것입니다.
놀이공원의 시초로 알려진 세계 최초의 놀이공원 ‘바켄(Bakken)’ 역시 쿠베와 마찬가지로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탄생했습니다. 무려 1583년에 처음 문을 열었습니다. 왕이 사슴을 사냥하기 위해 쓰이던 동물원과 정원을 개방하여, 다양한 엔터테이너와 예술가들을 불러 들여 잔치를 벌이던 곳이 지금의 놀이공원으로 발전한 것입니다. 바켄의 흥미로운 점은 단순히 유희를 목적으로하는 것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의미를 담은 장소를 지향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전문 예술가 뿐만 아니라 빈민가에 사는 사람들, 사회적 약자인 여성과 아이들도 자유롭게 노래를 부르고 뛰어놀 수 있도록 했습니다. 재능과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들에게 임시 천막을 빌려주고 스스로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원을 가득 채운 천막은 실험적인 연극이 펼쳐지는 극장이자 술과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과 개성 넘치는 상점이 되었습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아이디어를 펼치고 서로에게 영감을 받으며 즐길 수 있는 최초의 놀이공원에 담긴 코펜하겐의 정신은, 쿠베를 통해 여전히 그 자리에서 계승되고 있습니다.
쿠베(KU.BE)는 건강, 움직임, 예술과 문화가 하나의 건물 안에서 뒤섞이는 공간입니다. 실제로 여러가지 물리적인 요소들이 뒤엉킨 듯한 건축으로 표현됩니다. 쿠베의 모든 것은 생각을 움직이도록 만들어졌습니다. 도서관 옆에 달리기 트랙이 지나가고,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가면 카페가 나타나고, 이리저리 기울어진 바닥 아래에는 미로가 숨어있습니다.
사람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움직이길 바란다는 쿠베의 리더 Christian Rottbøll 는
“쿠베의 건축과 활동은 문화와 운동의 경계를 허무는 것에 관한 것입니다. 쿠베는 다른 층과 옆 공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끊임없이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지어졌습니다. 록 콘서트를 듣기 위해 들어왔지만, 탱고 댄서를 보고 영감을 받거나 훈련하는 파쿠르 팀을 지나며 새로운 취미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핵심은 서로의 영역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입니다”
라고 쿠베를 소개합니다. 모든 것을 놀이화하는 지금 시대에 놀이가 갖는 의미와 정신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이 아닐까 합니다. 놀이야말로 기획력과 상상력, 협응력과 실행력이 필요한 고도의 활동이니까 말이죠. 이렇듯 쿠베는 다른 사람이 노는 것을 관찰하고, 함께 마음껏 놀 수 있는 환경에서 비로소 움직임(Movement)들이 단순한 여가 활동을 넘어서 가히 ‘운동(Movement)’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쿠베의 또 다른 이름이 컬처 앤 무브먼트 하우스(Culture & Movement House)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 거창한 이름 만큼이나 유명한 음악가의 공연이 아니더라도, 쿠베에서 일상처럼 벌어지는 풍경들은 실로 대단합니다. 가는 곳마다 각양각색의 페인트가 칠해져 있고, 벽과 바닥이 이리저리 꺾이고 휘어져 있는 공간에서 다채로운 행위가 계속해서 펼쳐집니다.
쿠베의 공간은 선뜻 이해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금새 지루해질 것처럼 보일 만큼 지나치게 독특하다는 인상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베는 방문객으로 하여금, 확고한 취향이라는 미명 아래 스스로 얼마나 좁은 범주의 환경을 선택하며 살고 있었는지 고찰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한 눈에 ‘와!’하는 탄성과 함께 휘발되는 것이 아니라, 구석구석 천천히 발견할 때 ‘오?’하고 고개드는 생각들이 쌓였을 때 비로소 그 힘이 작동합니다. 생각이 움직이는 우연한 순간의 경험들을 마주할 수 있도록 몸을 움직여보는 것은 어떨까요!
글
EVERY WEEK Editor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