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되기 때문에 느껴진다

어떤 브랜드를 좋아하시나요?

최근 ‘진정성 있는’ 브랜드가 좋다는 답변을 복수의 지인으로부터 받았습니다. ‘좋다’라는 표현에 함의된 개개인의 사정을 이해하는 것을 보류하는 다소 추상적인 질문이긴 하지만, 그래도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정성이 없는 기업이 있겠습니까마는, 막상 선뜻 대답하기가 쉽지 않은데요. 무의식적으로 진정성이라는 단어 뒤에 도덕성이나 사회에 제공하는 가치 등의 잣대를 세우고 있었던 것일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의 시대에는 얼마나 진짜인 것인가 보다 사람들에게 진짜라는 것을 어떻게 전달하는 것인지가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요. 

지난 주에는 미국의 전기차 기업 리비안(Rivian)이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거점을 통해 동네와 지역사회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과정을 다뤘습니다. 

이번 주에는 리비안이 진행해온 여러 캠페인을 통해 브랜드의 진심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살펴봅니다.

굿 프로젝트를 위한 전기차 R1 ⓒRivian

리비안은 2024년 10월에 굿 프로젝트(The Good Project)를 발표했습니다. ‘긍정적인 지역 사회 영향을 촉진하는 차량 대출 프로그램‘ 이라는 컨셉으로, 리비안의 철학과 부합하는 비영리 단체에게 전기차를 빌려주는 서비스인데요. 덴버, 오스틴, 브루클린, 애틀랜타 4개 도시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리비안의 창립자이자 CEO인 스캐린지는 리비안의 철학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매일 우리 각자는 모험을 선택할 기회를 얻습니다. 이른 아침 서핑을 위해 태양과 함께 일어나거나, 퇴근 후 자전거를 타거나, 예상치 못한 우회로로 가족을 데려가거나. 우리는 그 선택을 쉽게 만드는 것을 사명으로 삼았습니다. 우리의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내리는 모든 결정은 그것이 크든 작든 여러분의 다음 모험을 격려하는지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세상에는 그 어느 때보다 모험가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일상적인 모험의 무대가 되는 동네의 생활 반경, 비일상적인 모험을 떠날 자연 환경이 없으면 자동차는 존재 가치가 없다라는 메시지를 일관성 있게 발신하고 있다는 점이 리비안의 매력입니다. 제품의 아주 작은 디테일부터 전국 단위의 공익 캠페인까지, 브랜드의 손길이 닿아있는 모든 것에서 세심하게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새소리를 녹음하는 과정 ⓒRivian

전기차는 내연기관에서 소리가 나지 않기 때문에, 모든 자동차가 전기차로 대체된다고 가정하면, 우리가 사는 도시는 엔진음이나 경적 소리 대신에 대신에 새로운 소리로 가득차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소리는 어때야 할까요? 리비안의 UX 디렉터 크리스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차량에 통합한 모든 사운드에 대한 영감의 원천으로 자연을 사용하고 싶었습니다. 전기 자동차가 교통의 미래라면, 보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자연 세계에 섞이게 하는 건 어떨까요?”

리비안은 오디오 생태계를 기획할 때에, 전기차가 실제로 자연 생태계의 일부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에서 출발했습니다. 만약 자동차가 숨을 쉬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은 어떤 소리일까? 자동차가 자연의 일부라면 목소리는 어떨까?‘ 리비안 전기차의 잠금을 해제할 때 나오는 사운드는, 북미 서부 지역에 서식하는 산청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녹음해서 사용했습니다. 

리비안의 사운드 시스템을 함께 만든 Audio UX의 공동 창립자이자 최고 전략 책임자인 덱스터 가르시아는 “처음부터 우리가 달성하려고 하는 모든 것이 한 가지 핵심 아이디어, 즉 미래 세대를 위해 자연 세계를 보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 분명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전기차로 굴 케이지를 운반하는 모습 ⓒRivian
굴 서식지 주변을 청소하는 모습ⓒRivian
1억개의 굴을 복원한 것을 기념하는 행사 ⓒRivian

다시 굿 프로젝트(The Good Project)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2024년 10월에 시작한 전기차 대출 프로그램은 불과 몇 달만에 흥미로운 성과들을 보여주었습니다. 

굿 프로젝트의 첫 번째 파트너는 뉴욕의 생태계 복원 프로젝트 빌리언 오이스터 프로젝트(Billion Oyster Project)’입니다. 2014년에 설립된 이 비영리 단체는 2035년까지 뉴욕 항에 10억 개의 굴을 복원하여, 해양 서식지 생물 다양성을 재건하고 폭풍과 해일로부터 도시의 해안선을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생물학자들은 뉴욕 항구가 한때 세계 굴의 절반이 서식하던 곳이라고 추정하는데요. 도시의 폭발적인 인구 증가로 인해 과도한 어획, 산업화된 오염, 처리되지 않은 하수가 강으로 유입되면서 뉴욕의 굴은 사실상 멸종했습니다. 빌리언 오이스터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1억 2,200만 개의 굴 암초를 복원했습니다. 

빌리언 오이스터 프로젝트는 리비안의 전기차를 굴 복원 활동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굴이 살 수 있는 깨끗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코니 아일랜드(Coney Island) 지역의 해변을 청소하고, 5개 자치구의 물을 정기적으로 채취해서 수질을 모니터링하고, 뉴욕항 주변의 굴 케이지를 점검하고 교체하고 있습니다. 굴이 서식할 수 있는 굴 껍질은 도시 전역의 75개 이상의 레스토랑과 협력하여 제공받고 있는데요. 이것을 통해 지난 10년 동안 250만 개의 껍질이 매립지로 가지 않고, 어린 굴이 정착하고 자랄 수 있는 집이 되었습니다.

이 밖에도 라이브 네이션(Live Nation)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밴드 U2  투어의 공식 전기 차량으로 선정되었습니다. U2가 라스베이거스의 스피어(Sphere)에서 6개월간 공연을 하는 동안 리비안의 전기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공연 기간 동안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초원 위의 버팔로를 따라가는 모습 ⓒRivian
국립 기념물 캠페인을 위해 촬영하는 모습 ⓒRivian

리비안은 인디지너스 레드(INDIGENOUS LED)에 두 대의 전기차를 기부했습니다. 인디지너스 레드는 북미의 멸종 위기에 처한 생태계를 보호하고 위해 활동하는 비영리 단체입니다. 특히 버팔로나 비버와 같이, 주변 생태계에 연쇄 효과를 미치는 핵심종 역할을 하는 동물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데요. 리비안의 전기차를 활용해 험난한 지형에서 동물을 견인하고, 장비를 운반하고, 가축을 모니터링하는 등 현장에서의 활동을 탄소 배출 없이 지원하고 있습니다. 

2023년도에는 보존 연합(The Conservation Alliance)과 함께 미국 남서부를 횡단하는 1주일간의 Mobilizing for Monuments 로드 트립에 참여했습니다. 남서부 지역에 있는 5개의 주요 경관을 국립 기념물로 지정하여 보존하기 위한 캠페인의 일환입니다. 리비안의 전기차를 활용해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긴 거리를 이동하면서 각 지역의 단체들을 만나고, Flickr의 사진 작가들이 각 경관들을 멋진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로드 트립을 통해 정리된 자료를 정부에 제출하여 국립 기념물 지정을 추진하게 될텐데요. 

“이 아름다운 풍경이 적절하게 보호되지 않으면 수많은 위협에 직면하게 됩니다. 우리는 이 야외 공간을 앞으로도 여러 세대에 걸쳐 건강하게 유지하고 싶습니다.”

로드 트립 프로젝트의 취지에 대해 보존 연합의 홍보 책임자 레베카 길리스(Rebecca Gillis)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마치 리비안의 슬로건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습니다.

리비안 재단 홈페이지 ⓒRivian

리비안은 우리 아이들의 아이들의 아이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미래를 보장하는 비전을 가지고 설립되었습니다. 그 정신에 따라 2021년 11월 자사 지분의 1%를 투자하여 독립 자선 플랫폼인 리비안 재단 (Rivian Foundation)을 설립하였습니다. 리비안 재단의 사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건강한 지구를 보호하여 미래 세대가 풍요, 경이로움, 모험으로 가득한 세상을 영원히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전기차를 만드는 수십, 수백개의 기업들이 모두 환경 보호, 생태계 보전과 같은 가치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리비안의 이야기는 조금 다르게 들리는 것 같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괴물’의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는데요. 우리 마음 속에 조심스럽게 숨어 있던 희망을 꺼내서, 먼저 큰 소리로 노래를 불러주는 기업, 괜히 따라 부르게 되는 그런 노래를 부르는 브랜드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자동차 업계의 파타고니아’ 랄까요. 단순히 제품을 홍보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는 완전히 설명되지 않는 지점들이 모여서 무언가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중요한 건 그런 지점들이 하나의 선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요? 


EVERY WEEK Editor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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