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옷을 사거나 가구를 들일 때, 이걸 누가 어디에서 만들었는지 궁금해해본 적 있으신가요? 아마 거의 없을 거예요. 있더라도 ‘어딘가(중국이라던지) 큰 공장에서 누군가 만들었겠지’ 하고 넘어가죠. 틀린 생각은 아니에요. 실제로 우리 주변 물건 대부분이 그렇게 만들어지니까요.
그런데 이런 생각에는 묘한 구석이 있습니다. ‘누군가’와 ‘어딘가’는 문법으로 치면 대명사예요. 가리키는 대상이 정해져 있지 않은 말이죠. 물건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만든 사람과 만든 곳이 대명사로만 남는 게 너무 당연해졌어요.
이번 주에는 지역의 장인들과 생산 네트워크를 만드는 멕시코의 사회적기업 ‘썸원 썸웨어(Someone Somewhere)’를 소개합니다.
‘썸원 썸웨어(Someone Somewhere)’는 멕시코 농촌과 원주민 마을 장인들의 자수와 직조 기술을 옷과 가방, 기업용 상품으로 만들어 파는 스타트업입니다. 장인 그룹이 협동조합이나 소규모 사업체로 조직화하고, 공식화하고, 은행 계좌를 개설하고, 공동 저축 계좌를 구축하도록 도와주는 일을 해요. 제품을 만든 사람과 만들어진 마을의 이름이 적혀있는 라벨이 브랜드의 상징이죠.
2024년 3월, 공동창업자 안토니오 누뇨(Antonio Nuño)는 비즈니스 SNS 링크드인(LinkedIn)에 이미지 한 장을 올렸어요. 생성형 AI로 그린 멕시코 축구 국가대표팀 유니폼이었습니다.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adidas)의 유니폼에 멕시코 장인들의 손자수가 들어간다면 어떤 모습일지를 보여주는 콘셉트였죠. 누뇨는 이 유니폼 한 벌이 수천 명 장인에게 몇 달치 일감을 만들어줄 수 있다고 추정하는 글도 함께 적었어요. 이 방식은 사실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회사는 장인들이 쓰는 소재와 기법을 AI에 학습시켜, 레드불(Red Bull)이나 트레이더 조(Trader Joe’s) 같은 유명 브랜드의 대표 상품을 장인의 손으로 만들면 어떨지 그려 기업 계정을 태그하곤 했거든요.
조회수 100만 회를 넘기며 퍼졌고, 올린 지 하루 만에 아디다스가 먼저 만나자고 연락해왔어요. 몇 주 안에 협업이 확정됐고, 그해 6월 푸에블라(Puebla)주 시에라 노르테(Sierra Norte) 여성 장인들이 손으로 수놓은 코파 아메리카 유니폼이 공개됐습니다. 한 벌에 11시간, 경기장에 서는 선수 11명을 상징하는 시간이었어요. 아디다스는 이 컬렉션이 장인들이 일하는 마을, 그들이 ‘집’이라 부르는 공간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습니다.
아디다스 프로젝트를 계기로 협업은 눈에 띄게 늘어났어요. 2026년 월드컵 컬렉션에서는 같은 산악지대의 나우판(Naupan) 마을 여성 장인 150명 이상이 15개월 동안 참여했고, 이케아(IKEA), 라코스테(Lacoste), 델타항공(Delta Air Lines), 데카트론(Decathlon) 같은 이름이 줄줄이 따라붙었습니다. 왜 이 브랜드들이 이 회사를 찾아왔을까요?
글로벌 브랜드들이 다른 도시나 국가에서 마케팅을 기획할 때 ‘로컬’은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입니다. 소비자는 어디서,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해하고, 기업은 그 질문에 설득력 있게 답할 이야기가 필요하죠. 반대로 지역에는 장인 기술을 이어가면서 꾸준히 일감을 만들어줄 큰 수요가 필요하고요. 이 두 필요가 만나는 지점이 협업이 됩니다.
아디다스에게 필요했던 건 국가대표 유니폼에 멕시코 사람들의 정서를 담는 방법이었어요. 장인들에게는 자기 기술이 가장 큰 무대에 오르는 일이었고요. 2026년 월드컵 컬렉션을 이끈 장인 리더 페트라 세쿤디노(Petra Secundino)는 어머니에게 자수를 배운 나우아족 여성이에요. 그가 만든 저지는 독일 아디다스 역사 아카이브에 들어갔고, 그는 직접 독일을 방문했습니다. 스페인 일간지 엘 파이스(El País)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어요.
“꿈을 이뤘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 순간을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어요.”
라코스테의 접근은 조금 달랐어요. 프랑스 브랜드가 멕시코에서 ‘현지의 이야기’를 하려면 지역의 목소리가 필요했고, 남는 재고를 어떻게 다시 쓸지도 숙제였습니다. 2025년 5월 첫 협업에서는 재활용 천으로 만든 토트백의 악어 로고 라벨을 나우판과 이달고(Hidalgo)주 사우시요(Saucillo)의 장인들이 36번의 체인 스티치로 수놓았어요. 가방마다 수놓은 장인이 서명한 라벨이 달렸고, 그에게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QR코드도 붙었죠. 같은 해 10월에는 멕시코의 명절 ‘죽은 자의 날(Día de Muertos)’에 맞춰 악어 로고를 금잔화 꽃으로 장식한 한정판 1,000개를 냈고, 2026년 5월에는 ‘아이 워즈 어 폴로(I Was a Polo)’라는 세 번째 협업으로 라코스테 멕시코에 남은 폴로셔츠 4,000장 이상을 미초아칸(Michoacán)의 장인들이 세면 파우치로 되살렸습니다. 작업 시간만 4,000시간이 넘었어요. 라코스테는 지역 문화와 순환이라는 두 이야기를 한 상품에 담을 수 있었고, 장인들에게는 계속해서 이어진 협업이 꾸준한 일감이 됐습니다.
“이케아와의 협업은 우리 사명인 소외된 공동체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더 멀리 가져갈 수 있게 해줘요.”
공동창업자 파티마 알바레스(Fátima Álvarez)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가구 회사 이케아가 원한 건 고객이 직접 참여하는 순환이었어요. 이케아 멕시코는 2025년 9월 ‘오테르스텔라 2026(ÅTERSTÄLLA 2026)’이라는 컬렉션을 내면서, 멕시코시티와 과달라하라, 푸에블라 매장에서 고객이 쓰던 침대 시트와 커튼, 수건을 기부하면 200페소 쿠폰을 줬습니다. 이렇게 모인 천은 실로 풀려 오악사카(Oaxaca) 장인들이 짜는 재활용 원단 ‘서큘룸(CircuLoom)’이 됐고, 노트북 파우치와 쿠션, 여행용 정리 파우치로 다시 태어났어요. 회사 집계로 재활용된 섬유는 1,371킬로그램, 만들어진 원단은 1,800미터, 오악사카와 미초아칸, 멕시코시티에서 만들어진 일감은 1,440시간이에요. 고객이 가져온 헌 천이 가장 가까운 재료가 됐고, 장인들에게는 평소 짜던 직조 기술이 쓰레기가 될 뻔한 천을 새 물건으로 바꾸는 일이 됐습니다.
썸원썸웨어의 가장 흥미로운 협업 중 하나는 델타 항공 프로젝트입니다. 2022년 2월 델타항공은 비즈니스석 ‘델타 원’ 어메니티 파우치를 이 회사 장인이 만든 제품으로 바꿨어요. 이전에는 여행가방 브랜드 투미(Tumi)가 만들었죠. 오악사카와 미초아칸에서 대대로 이어진 직조 기술로 다섯 가지 디자인을 새로 만들었고, 지퍼와 포장 등 일회용 플라스틱 다섯 가지를 줄였어요. 파우치에는 QR코드가 붙어 승객이 만든 장인을 만나고 메시지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델타의 공급망 관리 책임자 샘 시블(Sam Sibble)은 이렇게 설명했어요.
“썸원 썸웨어는 아름다운 제품으로 기내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줄 뿐 아니라, 장인들에게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준다는 점에서 정말 사람 중심이에요.”
이 프로젝트는 뜻밖의 협업으로 이어졌는데요. 친환경 전자기기 액세서리 회사 님블(Nimble)의 공동창업자 로스 하우(Ross Howe)가 델타 원 승객으로 이 파우치를 받았고, QR코드로 장인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 끌려 비행기에서 내릴 때쯤엔 이 회사를 샅샅이 찾아봤다고 해요. 이후 님블은 이 회사와 손잡고 여행용 충전 케이블 키트의 파우치를 만들었고, 이 제품은 애플(Apple) 스토어에서 팔렸습니다. 라벨의 이름 하나가 항공사를 거쳐 애플 매장까지 이어진 거예요.
이 모든 일의 출발점은 푸에블라주 북쪽 시에라 노르테 산악지대의 작은 마을이었어요. 나우판은 나우아틀어로 ‘네 개의 강 위’라는 뜻이고, 커피를 키우는 산골이에요. 인구가 9천명 남짓한 이 작은 마을은 옷으로 유명해요. 시에라 노르테는 마을마다 입는 옷이 서로 다르고, 그 옷이 곧 어느 공동체 사람인지를 알려주는 표시입니다. 나우판의 여성 블라우스는 손자수와 재봉틀 자수를 번갈아 놓은 면 블라우스인데, 멕시코 국립인류학박물관(Museo Nacional de Antropología)에도 소장되어 있을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았어요. 파티마는 자수의 의미를 이렇게 말합니다.
“자수 같은 전통은 네가 누구인지, 네 공동체가 누구인지, 무엇에 가치를 두는지를 보여줘요.”
이 이야기를 시작한 세 사람, 누뇨와 파티마, 엔리케 로드리게스(Enrique Rodríguez)는 다섯 살 때부터 친구였어요. 십 대에는 함께 원주민 마을을 돌며 봉사활동을 했고, 그곳에서 자수와 직조를 하는 여성 장인들을 만났습니다. 멕시코시티의 몬테레이 공과대학교(Tecnológico de Monterrey) 학생이던 파티마는 시에라 노르테에서 수십 명의 여성장인들의 삶을 지켜봤어요. 솜씨는 좋은데 주문량이 들쑥날쑥해서 소득은 늘 불안정했죠. 세 친구는 장인들의 집에서 몇 달씩 머물며 이 문제를 직접 들여다봤어요.
2011년, 학생이던 이들은 칼라와 소매에 손자수를 넣은 셔츠를 만드는 ‘플로르 데 마요(Flor de Mayo)’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2013년에는 청년 사회적 기업가를 지원하는 프로모토라 소시알 멕시코(Promotora Social México)의 학생 기업가상을 받았고, 이 단체와 멕시코 정부의 창업 지원기관 INADEM의 투자를 받아 2016년 해외 시장을 겨냥한 지금의 이름 ‘썸원 썸웨어’로 다시 출발했습니다. 누뇨는 이 시기를 이렇게 말했어요.
“우리는 같은 가치를 공유했고, 그게 우리가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스물다섯 무렵 이들의 구상은 분명해져 있었어요. 이 장인들의 기술과 이야기를, 지속가능한 제품을 찾는 글로벌 기업의 공급망과 이어보자는 것이었죠. 처음에는 라틴아메리카의 안경 브랜드 벤 앤 프랭크(Ben & Frank), 앞서 말한 배달 앱 라피 같은 회사들과 일하다가, AI 콘셉트 이미지와 아디다스의 유니폼 프로젝트를 계기로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죠.
글로벌 브랜드의 대량 주문을 장인이 혼자 받을 수는 없어요. 품질 기준, 납기, 수출 물류까지 감당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썸원 썸웨어가 하는 일은 단순히 장인의 물건을 대신 팔아주는 것보다 훨씬 구조적인 일이에요. 누뇨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우리는 전통적인 공급망 방식으로 일하지 않아요. 각 마을마다 장인 리더가 있고, 이 리더가 작업을 나눠 소모임을 꾸려서 생산을 조직하고, 재료를 나눠주고, 품질을 관리하고, 장인이 만든 부품을 우리 창고로 보내줍니다.”
마을 안에 이미 작은 생산 조직이 있는 거예요. 장인들은 협동조합이나 소규모 사업체 형태로 모여 공식 등록을 하고, 은행 계좌를 열고, 마을 공동 저축 계좌까지 만들 수 있게 도움을 받습니다. 회사는 재료를 먼저 전달하고, 제품 하나를 만들 때마다 보수의 절반을 미리 주고 나머지 절반은 완성한 뒤에 줘요. 일감이 들어오기 전에 재료비를 장인이 떠안지 않아도 되고, 일을 시작하는 날부터 돈이 도는 구조죠. 장인 조직의 원가 계산이나 운영, 생산 계획을 함께 점검하고 교육하는 ‘패스웨이(Pathway)’라는 자체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마을이 커지면 작업 공간도 따라서 생겨요. 회사는 2025년 푸에블라의 솔로틀라(Xolotla)와 코필라(Copila)에 각각 35명 이상이 일할 수 있는 새 작업장을 열었고, 월드컵 프로젝트를 위해 집에서 일하던 장인들을 세 곳의 작업장으로 모아 조명과 환기, 가구까지 갖춘 환경을 마련했습니다. 자수와 직조를 마친 장인 작업물은 근처 제조 공장에서 재단·봉제·조립과 품질 검사를 거쳐 완제품이 되고, 서큘룸은 오악사카와 미초아칸의 직조 장인들이 짭니다. 장인, 장인 리더, 작업장, 제조 공장, 재활용 소재가 하나의 지역 생산망으로 이어져 있는 거예요.
이 모델에서 눈여겨볼 점은 ‘지역의 특산품’을 팔지 않는다는 거예요. 나우판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글로벌 기업의 품질·납기·물류 기준과 만날 수 있도록, 회사가 그 사이의 시스템을 설계했습니다. 누뇨는 월드컵 프로젝트 발표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장인의 가치사슬을 글로벌 브랜드의 생산 시스템 안에 통합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겁니다.”
브랜드의 시각 정체성을 만든 건 멕시코시티의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소시에다드 아노니마(Sociedad Anónima)입니다. 브랜딩·패키징 전문 매체 BP&O의 리처드 베어드(Richard Baird)는 2017년 이 작업을 소개하면서, 브랜드의 사회적·문화적 바탕이 이름과, 만든 사람과 원산지를 불러내는 그래픽 장치로 표현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서두에 말했던 것처럼 브랜딩의 핵심은 옷 안쪽 라벨이에요. 이름이 라벨 위에서 어떻게 펼쳐지는지가 영리한 장치라고 평가했고, 활자의 대비로 사람과 장소를 강조해 소비자와 만든 사람 모두에게 통하게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디자인은 단순합니다. 산악 지형을 떠올리게 하는 등고선 지도 무늬를 태그에 쓰고, 나침반 모양을 곁들이고, 수출 상자로 쓰이는 가공하지 않은 골판지 박스와 도장, 스티커를 그대로 썼습니다. 모두 ‘어디서 왔는가’라는 주제를 받쳐주는 조연들이에요. 베어드는 가방과 옷의 현대적인 형태 위에 소재와 무늬, 질감이 보여주는 지방색과 손맛이 얹히는 점도 눈여겨봤어요.
스튜디오 이름 ‘소시에다드 아노니마’는 스페인어로 ‘주식회사’를 뜻하지만, 글자 그대로 옮기면 ‘익명의 사회’예요. 대명사를 고유명사로 바꾸는 브랜드의 얼굴을 ‘익명의 사회’라는 이름의 스튜디오가 그렸다는 게 재미있죠. 지금은 브랜드·혁신 총괄 수사나 바수르토(Susana Basurto)가 AI 도구와 브랜드 협업, 장인 체험을 이어서 브랜드를 가꾸고 있고요. 제품마다 붙는 QR코드를 스캔하면 ‘미트 더 아티즌(Meet the Artisan)’ 페이지에서 만든 장인의 이야기를 볼 수 있어요.
썸원 썸웨어(Someone Somewhere)는 지역이 가진 가치를 물리적인 범위에 한정된 자산으로만 두지 않았어요. 오히려 지역성을 그 지역이 가진 기술을 오늘의 시장과 이어주는 구조로 다시 정의했고, 그 구조를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니라 반복 가능한 시스템으로 만들었습니다. 지역의 이름과 사람의 이름을 상품 위에 올려 신뢰의 근거로 삼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장인, 디자이너, 재활용 소재 회사, 글로벌 브랜드를 하나의 맥락으로 꿰어냈죠.
그러니 이 이야기를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우리 동네의 ‘누군가’와 ‘어딘가’가 궁금해져요. 오래도록 손에서 손으로 이어져 온 기술은 무엇이고, 그걸 지키는 사람은 누구인지. 우리 동네의 대명사가 고유명사로 바뀐다면, 얼마나 설레는 일들이 벌어질까요?
글
EVERY WEEK Editor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