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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을 대하는 법

전통시장을 대하는 법

마켓홀 ⓒ Markethal

도시가 재미있는 이유는 대형 백화점부터 동네 구석구석까지 들어선 작은 가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비 공간으로 가득차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도시 곳곳을 누비며 보내는 여가 시간의 질은 더 높아졌다. 한편 마을의 중심이었던 시장들은 상대적으로 활기를 잃게 되었다. 언제부턴가 앞에 ‘재래’ 나 ‘전통’이라는 말이 붙게 되었으며, 전통시장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일은 대부분의 지역사회가 가지고 있는 공통의 숙제가 되었다.

흔히 재래시장의 현대화에 대한 이상적인 사례를 이야기할 때 자주 거론되는 곳 중 하나가 네덜란드의 ‘마켓홀(Markethal)’ 이다. 유럽에는 유서 깊은 시장을 성공적으로 리모델링했다고 평가받는 사례가 많지만, 그럼에도 마켓홀이 조명받는 이유는 전통시장을 전혀 다른 관점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당시 위생에 관련된 법이 개정되면서 없어질 위기에 처하게 된 비넨로테 시장을 아파트와 결합하여 로테르담의 새로운 랜드마크를 만들어 냈다. 

마켓홀은 오래된 시장을 도시의 한복판에 고립시켜 보존해야하는 대상이 아니라, 지역에 필요한 시설과 함께 개발하여 동네에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장소로 바라본 것이다.  

더 마켓 라인 ⓒThe Market Line

최근에 로테르담의 마켓홀과 더불어 성공적인 사례라고 평가받는 또 하나의 사례가 있다. 뉴욕 로어 이스트 사이드에 문을 연 ‘더 마켓 라인(The Market Line)’ 이다. 

더 마켓 라인은 1888년부터 100년 넘게 뉴욕의 가장 큰 재래 시장 중 하나로 사랑받아온 에식스 마켓(Essex Market)의 새로운 이름이다. 뉴욕의 폐철로를 공원으로 바꾼 ‘하이 라인(High Line)’과 버려진 전차 터미널의 지하 공간을 공원으로 바꾼 ‘로우 라인(Low Line)’에 이어 뉴욕에서 세 번째로 탄생한 라인으로, 에식스 거리를 따라 9개의 블록을 공동 개발하는 ‘에식스 크로싱 프로젝트(Essex Crossing Development)’의 일환으로 조성되었다. 

마켓 라인이라는 이름처럼 지상에서 도로에 의해 나뉘어진 여러 건물들이 지하에서는 거대한 시장을 통해 하나의 공간으로 이어진다. 현재는 1개 블록에 해당하는 구간만 완성되어 있지만 마지막 블록이 완공되는 2024년에는 마켓 라인이 뉴욕에서 가장 큰 시장이 될 예정이다. 

로테르담의 마켓홀이 시장과 거주 공간을 결합하는 시도를 통해 시장의 접근성을 낮췄다면, 뉴욕의 마켓 라인은 거주 공간 뿐만 아니라 업무 공간과 문화공간까지 결합된 새로운 로컬 플랫폼을 통해 낙후된 지역을 바꾸고 있다.

과거의 에식스 마켓 ⓒ Essex Market
새로운 에식스 마켓, 더 마켓 라인 ⓒ Essex Crossing

더 마켓 라인의 브랜드 전략을 더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지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 마켓 라인은 스스로를 ‘지역의 유산이면서 동시에 일상적인 공간, 전통을 간직하고 있는 국제적인 장소’ 라고 표현하고 있다. 뉴욕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와 인지도를 기반으로, 지역 주민들 뿐만 아니라 외지인들에게 동네의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읽을 수 있다. 이러한 브랜드 전략은 전체 개발 및 운영 전략에도 녹아있다.

시장은 기본적으로 식료품의 소비와 식음을 위한 장소다. 과거에는 시장 하나만으로도 지역 생활의 중심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도시화가 진행되면서각지에서 모인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되었고, 이에 따라 지역 주민들의 생활 패턴과 여가 공간에 대한 수요도 다변화했다. 그렇기 때문에 큰 시장이 있음에도 뉴욕 내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으로 평가받게 된 것이다. 

그래서 에식스 크로싱 프로젝트는 오래된 시장의 낡은 이미지를 버리고, 지역의 유산이라는 스토리를 활용해 마켓 라인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었다. 여기에 더해 전략적으로 뉴욕 국제 사진 센터(International Center of Photography)와 영화관 체인 리걸 시네마스(Regal Cinemas), 대중적인 식료품 브랜드 트레이더 조(Trader’s Joe)를 유치했다. 

이로써 마켓 라인은 단순히 오래된 시장이 아니라, 친숙한 프랜차이즈와 지역에서 오랫동안 사랑받던 스몰 비즈니스가 함께 어우러진 건강한 로컬 커뮤니티이자, 최신의 예술과 문화가 만들어내는 풍부한 이야기로 가득한 장소라는 이미지가 각인 되었다.

 

 

더 마켓 라인 ⓒThe Market Line

더 마켓 라인 위에 지어지는 주거와 업무 공간의 기획도 인상적이다. 과거의 에식스 마켓에서 사랑받던 로컬의 작은 가게들을 더 마켓 라인으로 그대로 옮겨온 것처럼, 지역에 살던 사람들이 새로운 마켓과 계속해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전체 주택의 절반을 영구 임대 주택으로 공급한다. 업무 공간에서는 로컬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메이커 스페이스를 제공한다. 

결과적으로 마켓 라인의 단단한 브랜딩 아래, 주거와 업무, 문화시설 모두 하이엔드부터 로우엔드까지의 넓은 스펙트럼을 담을 수 있는 지역의 인프라가 완성되었다. 바뀐 지역의 모습에 매력을 느끼고 지역을 찾아오는 외지인들과 오랫동안 지역을 사랑하며 가꿔온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그야말로 도시 속 작은 도시가 탄생한 것이다. 앞으로 마켓 라인이 불러올 로어 이스트 사이드의 변화가 기대된다.





EVERY WEEK Editor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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