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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에서 0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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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팝업의 시대입니다. 도시 곳곳에서는 짧은 시간 동안만 열리는 특별한 공간들이 등장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기업의 새로운 제품이나 콘텐츠를 알리기 위한 팝업 스토어는 이제 익숙한 마케팅 방법이 되었지만, 반복되는 형식과 메시지로 인해 피로감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제한된 공간과 시간 안에서 새로운 영감을 주는 시도들은 여전히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팝업이라는 개념을 더 넓게 보면, 농촌의 5일장부터 브랜드 휴먼메이드(Human Made)의 데일리 티셔츠까지도 같은 범주에 넣을 수 있습니다. 제한된 시간과 장소에서 특정 경험을 제공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점에서, 팝업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우리 일상에 깊이 스며든 문화적 현상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팝업 형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공간의 디자인? 이벤트의 독창성? 아니면 마케팅의 전략? 어쩌면 핵심은 그 모든 것을 넘어선 주제, 즉 전달하고자 하는 본질적 메시지 그 자체일지도 모릅니다.

이번 주에는 이러한 본질에 도전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는 레스토랑 제로(Restaurant 0)를 소개합니다.

레스토랑 0 ⓒTonu Tunnel

 

레스토랑 제로는 2021년, 에스토니아 남부의 조용한 마을 빌리안디에서 탄생한 독특한 팝업 레스토랑입니다. 오래된 소시지 가게의 폐허 속에서 단 7일 만에 만들어진 이 공간은 제로 예산, 제로 탄소 발자국이라는 전례 없는 규칙을 기반으로 설계되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TV 프로그램을 위해 기획되었지만, 단순히 화면을 채우기 위한 장치가 아니었습니다.

‘0’이라는 이름처럼, 이 레스토랑은 완전한 ‘제로’에서 시작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이곳은 지역성과 지속 가능성이라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실험장이 되었습니다. 오래된 자재를 재활용하고, 현지에서 조달한 자연 재료만을 사용해 탄생한 공간은 빌리안디의 땅과 시간을 품고 있습니다.

레스토랑 제로는 우리에게 익숙한 편안함과 소비 중심의 경험을 넘어, 지속 가능성과 지역 자원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합니다. ‘0’이라는 숫자가 상징하는 본질적인 물음처럼, 이 프로젝트는 우리가 진정으로 남기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묻고 있습니다.

레스토랑 0의 테이블 ⓒTonu Tunnel
레스토랑 0의 테이블 ⓒTonu Tunnel

레스토랑 0에서 ‘0’은 단순히 숫자가 아닙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디자이너 안드레아 탐(Andrea Tamm)은 이렇게 말합니다.

“‘0’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상징합니다. 하지만 그 ‘없음’ 속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죠. 이 프로젝트에서는 무엇도 낭비하지 않겠다는 철저한 원칙과 함께, 우리 주변에 이미 존재하는 재료와 아이디어를 재발견하는 과정이 중요했어요.”

이처럼 레스토랑 0은 완전한 ‘제로’에서 시작되었지만, 그 안에서 무한히 풍부한 이야기를 만들어냈습니다. 빈 상태로 시작된 공간은 지역의 자원과 시간을 담아내며, 단순한 건축물을 넘어 지역과 지속 가능성의 본질을 탐구하는 무대로 탈바꿈했습니다. ‘0’이라는 비움은 그 자체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열쇠가 되었습니다.

레스토랑 0의 테이블 ⓒTonu Tunnel
레스토랑 0의 테이블 ⓒTonu Tunnel

이 철학은 레스토랑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에 반영되었습니다. 예산은 제로였고, 외부에서 조달한 자재도 없었습니다. 레스토랑 0는 19세기 소시지 가게의 흔적을 최대한 보존하며 만들어졌습니다. 낡고 허물어진 벽돌, 드러난 나무 빔, 창문 없는 벽은 모두 레스토랑의 일부가 되었죠. 

레스토랑에서 사용된 모든 물건은 현장에서 발견된 재료를 재활용한 결과물이었습니다. 오래된 바닥재는 트레이로, 유리병은 그릇으로, 구리 파이프는 잔 받침대로 변했습니다. 단순한 재활용이 아니라, 이 물건들은 공간과 지역과의 연결성을 보여주는 디테일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이 프로젝트의 상징은 단연 15톤에 달하는 거대한 램드 어스(rammed earth) 테이블입니다. 에스토니아 남부에서 채집한 황토와 리투아니아에서 가져온 붉은 점토를 압축해 만든 이 테이블은 빌리안디 땅의 시간과 기억을 상징하는데요.

“흙은 단순히 건축 자재가 아니라, 그 지역의 역사를 말해주는 재료입니다. 빌리안디의 황토는 수백만 년 동안 쌓여온 흔적을 가지고 있고, 이 테이블은 그 흔적을 사람들 앞에 드러내는 작업이었죠.”

프로젝트의 건축가 중 한 명인 한네스 프락스(Hannes Praks)의 말입니다. 

테이블의 표면에 드러난 층층이 다른 색감과 질감은 단순한 디자인적 요소를 넘어, 땅과 시간의 결합을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이에 대해 TV 프로그램의 프로듀서 에로 레이누(Eero Reinu)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테이블에 대한 아이디어는 처음에는 약간 미친 생각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제작에 들어가자, 그 아이디어는 좋은 의미로 두 배 더 미친 듯한 것이 되었습니다. 레스토랑 오픈 당시의 감정은 묘하게도 완벽히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테이블웨어, 서비스, 케이터링 계획 모두가 훌륭히 작동했고, 테이블 그 자체도 인상적이었지만, 완성된 전체는 또 다른 차원의 것이었습니다. 그 한 주 동안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매우 집중적이고 치열한 여정이었습니다.” 


레스토랑 0 ⓒTonu Tunnel

이 레스토랑은 단 하루, 12명을 위한 네 가지 코스 요리로 운영되었습니다. 손님들은 단순히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빌리안디의 흙과 바람, 그곳의 기억을 맛보았습니다. 그리고 테이블을 둘러싼 그 순간, 공간과 손님은 서로의 일부가 되는 경험입니다.

손님이 서서 식사하는 방식은 일부러 편안함을 포기한 것이었습니다. 서서 식사를 해야 하는 구조는 손님들이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이 공간이 왜 이렇게 만들어졌는지를 계속 상기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디자인은 단순히 아름답거나 편리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불편함을 통해 질문을 던져야 하죠. 우리는 사람들이 이 공간에서 지속 가능성과 지역 자원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이끈 디자이너 마리아 헬레나 루이가(Maria Helena Luiga)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레스토랑은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이 거대한 식탁은 허물어지더라도 그 흔적은 땅으로 흡수되고, 다시 지역의 일부가 됩니다. 이 순환은 지역성과 지속 가능성이 얼마나 깊이 연결되어 있는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입니다.

레스토랑 0 ⓒTonu Tunnel

레스토랑 0는 단순한 팝업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레스토랑 0는 사라졌지만, 그 철학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이 공간은 단 하루 동안만 운영되었지만, 지역의 자원과 환경, 그리고 지속 가능성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레스토랑은 음식을 매개로 지역의 자원을 연결하고, 동네의 작고 일시적인 이벤트에서 벗어나 전 세계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메시지를 발신하는 실험의 장이었습니다. 

레스토랑 0가 남긴 것은 거대한 테이블도, 독특한 디자인의 공간도 아닙니다. 진정으로 남기고 싶었던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과 자원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그리고 지속 가능성을 향한 질문과 실천의 용기가 아니었을까요.

레스토랑 0가 여러분에게 남긴 것은 무엇인가요? 





EVERY WEEK Editor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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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는 환대의 미학

소리 없는 환대의 미학

한국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인 출생률과 관련된 논제 중 하나는 난민에 대한 것입니다. 난민을 포함한 강제 이주민의 규모는 전세계를 통틀어 1억 2천만명에 달하는데요. 여전히 난민의 수용에 대한 소음이 끊이질 않습니다.  

대다수의 도시들은 이주민을 위해 임시 숙소와 재정 지원 같은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지만, 이런 정책들은 이들이 새로운 사회에 진정으로 뿌리내리도록 돕지는 못합니다. 그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을 제공할 뿐, 이주민들이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받아들여지기까지는 여전히 높은 장벽이 존재합니다.

좁혀지지 않는 언어와 문화, 종교의 차이로 인한 주민들과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이방인들을 지역의 공동체로 포용하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책을 통해 이주민과 지역 주민들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가든 라이브러리(The Garden Library)’를 소개합니다.

가든 라이브러리 ⓒYoav Meiri

난민과 이주민 문제를 대할 때 보통은 ‘어디에 머물게 할지’,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지’를 두고 고민합니다. 하지만 이런 질문에만 집중하다 보면, 결국 그들을 지원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는 우리와는 다른 사람들이라는 무의식적인 선을 긋게 만듭니다. 

가든 라이브러리는 ‘어떻게 이들이 우리의 일부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단순한 지원을 넘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같은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죠.

벽이 없는 이 도서관은 공원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네베 샤난은 텔아비브 남부에 위치한 작은 동네입니다. 네베 샤난의 오래된 버스 정류장 옆에 자리 잡은 이 공원은 동네의 주민들이 주말에 삼삼오오 모이는 장소인데요. 

평범한 도서관처럼 보이지만, 그 목적은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이 아닙니다. 책장이 곧 만남의 장소가 되고, 언어의 장벽이 허물어지는 순간을 만들어주는 곳이죠.

 

가든 라이브러리 ⓒYoav Meiri

가든 라이브러리는 2009년에 비영리 예술단체인 Arteam과 텔아비브 시에서 운영하는 외국인 커뮤니티 지원 센터인 Mesila와 협력하여 설립했습니다. 처음에는 지역 이주민 커뮤니티를 위한 도서관으로만 구상했지만, 자연스럽게 외국인과 동네의 이스라엘 주민을 위한 만남의 장소의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도서관을 디자인한 Yoav Meiri는 이웃의 소외된 커뮤니티의 다양성을 환영하는 공간을 만드는 데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불법 이민자 신분을 가진 사람들도 두려움 없이 도서관에 들어올 수 있도록, 도서관에 닫힌 문이나 입구에 신원을 확인하는 경비원이 없는 구조를 원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도서관은 완전한 야외 공간으로 설계되었습니다. 도서관은 공원 중심부에 있는 공공 쉼터의 담장을 활용한 두 개의 책장으로 구성이 되는데요. 높은 책장에는 성인 독자를 위한 책이, 맞은편의 낮은 책장에는 어린 방문객을 위한 책이 비치되어 있습니다. 

가든 라이브러리 ⓒRomy Achituv

이 도서관에는 중국어, 티그리냐어, 암하라어, 태국어, 타갈로그어, 아랍어, 히브리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네팔어, 벵골어, 힌두어, 터키어, 루마니아어, 러시아어, 영어 등 16개 언어로 된 약 3,500권의 책이 비치되어 있습니다. 

책의 종류도 아동 문학부터 성인 소설, 그리고 각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소개하는 서적들까지 매우 다양합니다. 이 덕분에 이주민들은 자신에게 익숙한 언어로 된 책을 찾아 읽을 수 있고, 동시에 이스라엘 사회의 문화를 배우는 히브리어 책도 접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지역 주민들은 아랍어로 쓰인 책을 읽으며 이웃의 문화를 이해하는 기회를 가집니다. 이렇게 책 한 권이 두 문화 사이의 대화의 시작이 되는 셈입니다.

가든 라이브러리 ⓒYoav Meiri
가든 라이브러리 ⓒ Robert Dawson

가든 라이브러리에서는 책을 분류하는 방식도 일반적인 도서관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도서관 운영을 맡은 Arteam은 책을 읽은 사람의 감정을 기반으로 하는 독차 참여형 색인 시스템을 구현했습니다.

책을 반납할 때 7가지 감정(재미있는, 지루한, 기괴한, 우울한, 흥미진진한, 영감을 주는, 감상적인)중에서 책에 대한 경험을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를 선택해야 합니다. 사서는 색상으로 구분된 감정 정보를 대출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하고, 최신 분류에 따라 도서관 선반에 다시 배치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지루한’ 에 해당하는 칸에 있던 책을 읽은 사람이 ‘흥미진진한’ 이라고 느꼈다면 이 책은 다시 ‘흥미진진한’에 해당하는 서가로 다시 재배치되는 것입니다. 물론 이전에 누군가 이 책을 읽고 ‘지루한’ 감정을 느꼈다는 것은 기록으로 남아 있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공동체의 모든 사람이 도서관의 분류 체계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입니다. 

가든 라이브러리의 분류 체계 ⓒRomy Achituv
가든 라이브러리의 분류 체계에 따른 색채 계획 ⓒRomy Achituv
가든 라이브러리의 분류 체계가 적용된 서가의 모습 ⓒRomy Achituv

이 도서관의 분류 체계가 흥미로운 또 하나의 이유는 대출 기록을 통해 주민들과 난민들이 책을 읽고 느낀 감정들을 시각화할 수 있다는 점인데요. 도서관 운영 초기 3년간의 대출 기록을 시각화한 자료는 책은 읽은 사람들의 감정 사이를 탐험할 수 있는 일종의 ‘지도’가 됩니다. 

책을 읽은 사람들의 감정이 축적된 역사를 나타내는 불규칙한 색상의 조합은 그 자체로 도서관의 정신을 드러내는데요. 이것은 완전한 인정이나 권리가 부여되지 않는 난민이라는 타이틀 대신에, 각 구성원 한명 한명의 개성의 중요성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가든 라이브러리의 감정 데이터베이스 ⓒRomy Achituv
가든 라이브러리의 감정 데이터베이스 ⓒRomy Achituv
가든 라이브러리의 감정 데이터베이스 ⓒRomy Achituv

이 도서관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난민들을 위한 ‘배려의 공간’이 아니라, 지역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라는 점입니다. 누구나 와서 책을 읽고,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기에 이 도서관은 이주민과 지역 주민이 특정한 자격 없이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진정한 의미의 공공 장소가 됩니다. 그들이 이곳에서 맺는 관계는 그저 이웃이 아니라, 같은 문화를 향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공동체로서의 관계가 됩니다.

매주 열리는 ‘그림책 읽기 모임’에서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모여 각기 다른 언어로 된 동화를 읽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책 한 권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각국의 전통과 이야기를 공유하고, 그 과정에서 문화적 차이를 좁히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가든 라이브러리 ⓒYoav Meiri
가든 라이브러리 ⓒYoav Meiri

가든 라이브러리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사람들은 그저 벤치에 앉아 책을 펼치는 것만으로도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고, 자주 얼굴을 마주치면서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고, 대화의 기회가 열립니다. 이는 언어가 다르고 배경이 달라도 서로의 존재를 점차 받아들이게 만드는 작은 씨앗과 같습니다. 

이주민과 난민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것은 높은 담장이나 더 많은 지원금만이 아닙니다. 먼 나라에서 온 난민 뿐만 아니라, 우리 동네에 새로 이사온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책 한 권과 열린 마음, 그리고 서로를 존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는 것이죠. 

텔아비브의 이 작은 도서관이 만들어내는 큰 변화가 바로 그 증거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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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이라는 세계

주방이라는 세계

주방은 음식을 준비하는 기능적인 공간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거실보다 덜 공식적이고, 침실보다 공식적인 대화가 일어나는 완충 영역이자 전통적인 사회적 역할의 변화를 그대로 수용하는 시험대이며, 인류의 생존에 필요한 음식을 하나의 문화로 승화시킨 장소임과 동시에 상하수도나 가스, 전기와 같은 문명의 존재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 접시에 담긴 음식은 단순히 미각을 즐겁게 하는 도구가 아니라, 자연과 인간의 깊은 상호작용의 산물임을 일깨워줍니다. 마치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지휘자와 연주자들의 조화로 이뤄지듯, 우리가 매일 섭취하는 음식도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반영하는 하나의 작품이 아닐까요?

이번 주에는 주방이라는 공간을 재정의하고, 음식을 중심으로 새로운 관계를 제안하는 트랜스스피시스 키친(Transspieces Kitchen)을 소개합니다.

트랜스스피시스 키친 ⓒJosé Hevia

요리의 탈탄소화를 실현한 주방인 트랜스스피시스 키친(이하 TS 키친)은 2022년 탈린 건축 비엔날레에서 처음 시작되어, 2024년 여름부터는 벨기에 앤트워프에 위치한 미들하임 미술관의 정원에서 정식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뉴욕과 마드리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건축회사 OFFPOLINN(Office for Political Innovation)가 2001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장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식문화를 생태정치적 관점에서 조사하기 위해 시작되었습니다.

 

트랜스스피시스 키친 ⓒJosé Hevia

TS 키친에는 전기와 가스 설비가 없습니다. 모든 요리 과정은 박테리아와 균류를 활용한 발효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인데요.

TS 키친을 기획한 안드레스 자크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주방은 물리적인 것보다 생태적이고 정치적입니다. 주방은 집단 생활의 영역이며, 개인 생활의 불가능성에 대한 증거입니다.

이 주방은 신진대사가 독립적인 과정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집단적 창자로 작동합니다. 신진대사는 인간 이상의 동맹에 의존하는 집단적으로 구성된 과정입니다. 서로 다른 생명체 간의 동맹인 셈이지요.” 

 

트랜스스피시스 키친 ⓒJosé Hevia

TS 키친의 주된 목적은 인간과 다른 생명체들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것입니다. 우리가 평소에 접하지 않던 생물들과의 관계를 재구성하고, 이를 요리라는 행위를 통해 상호작용하는 방식은 이 프로젝트의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곤충 요리를 시도하는 워크숍에서는 우리가 자연 속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새롭게 조명합니다. 곤충을 먹는 행위는 단순한 미식적 실험이 아니라, 자연과 더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경험입니다. 이는 곧 인간과 자연의 새로운 대화를 여는 행위로 이어집니다.

곤충 요리를 접하는 순간은 마치 다른 문화권의 새로운 음식을 처음 접하는 것과 같습니다. 낯설지만, 그 낯섦 속에 깃든 호기심과 신비로움이 우리의 시야를 넓혀줍니다. ‘자연을 먹는다’라는 비유가 어색하게 들릴 수 있지만, 이 경험은 우리가 자연을 더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게 만드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우리가 식탁 위에서 선택하는 작은 한 조각이 곧 자연과의 상호작용임을 깨닫게 되는 순간, 주방은 단순한 조리 공간을 넘어 관계의 중심으로 변모합니다.

 

트랜스스피시스 키친 ⓒJosé Hevia
트랜스스피시스 키친 ⓒJosé Hevia

TS 키친에 사용된 대리석은 석재 회사 M-Marble Project와의 협업을 통해, 채석장에서 폐기된 석재를 사용해 제작되었는데요. 일반적으로 채석장에서 채굴된 돌의 30%만 산업적으로 사용되고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나머지 석재는 폐기된다는 것에서 착안했습니다. 

채석장에서 가져온 돌은 재료의 발효에 최적화된 형태로 최소한만 가공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5개의 구멍이 연결된 모양은 티벳의 승려들이 먹는 케피어(Kefir) 발효유를 만들기 위한 형태로 디자인된 것입니다. 

트랜스스피시스 키친 ⓒJosé Hevia
트랜스스피시스 키친 ⓒJosé Hevia

TS 키친은 주방이라는 공간을 매개로 식재료의 선택에서부터 조리 과정까지 우리가 자연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TS 키친이 제안하는 지속가능한 식생활이란 단순히 생태계를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자연과 공생하는 방식을 찾는 과정입니다. 이를테면 TS 키친에서 사용되는 식재료는 곤충이나 야생 식물 같은 우리가 흔히 소비하지 않는 것들입니다. 이 재료들은 단지 새로운 미식적 도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자원을 보다 책임감 있게 활용하는 방법을 보여줍니다. 마치 자연이 우리에게 다양한 음악적 악기를 제공하고, 우리는 그것들을 조화롭게 연주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죠.

트랜스스피시스 키친 ⓒJosé Hevia

TS 키친은 단순한 디자인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그것은 주방이라는 공간을 통해 인류가 자연과 맺는 복잡한 관계를 재조명하고, 그 안에서 보다 나은 공존을 모색하는 철학적 실험입니다. 그리고 그 실험은 매일 우리가 접시에 담는 그 작은 한 조각의 음식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식탁 위의 한 끼는 우리가 자연과 맺는 지속적인 대화의 한 부분일 뿐입니다. 이 대화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는 우리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자, 오늘은 무엇을 먹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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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지역으로

다시, 지역으로

일본은 세계에서 100년이 넘은 기업이 가장 많은 나라입니다. 소위 ‘장수기업의 천국’이 된 이유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산포요시(三方よし, Sanpo Yoshi)’ 정신인데요. 일본의 3대 상인 중 하나인 오미(지금의 시가현) 지역의 상인들의 장사 철학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말 그대로 세 가지 방향의 만족, ‘사는 사람도 좋고, 파는 사람도 좋고, 세상에도 이로운(Good for Seller, Good for Buyer, Good for Society)’것을 추구하는 경영 이념입니다. 일본 기업들의 지속가능성의 뿌리 중 하나로 간주되는 중요한 개념인데요.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에서 더 나아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산포요시의 개념은 ESG 경영을 강조하는 최근의 화두와 맞물려 다시금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번주에는 오미 상인의 계보를 잇는 타네야 그룹(Taneya Group)의 플래그십 스토어 ‘라 콜리나 오미하치만(La Collina Omihachiman)’을 통해 기업의 비전과 지역의 가치를 합치시키는 과정을 살펴봅니다.

 
라콜리나 오미하치만 ⓒJoanna Kawecki

이탈리아어로 ‘언덕’을 의미하는 라 콜리나는 타네야 그룹의 본사와 바움쿠헨 전문점 ‘클럽 하리에’, 화과자 가게 ‘타네야’와 현지 식자재를 사용한 오므라이스 레스토랑, 제조 공장과 재배 시설을 갖춘 복합 공간입니다. 

마치 구글이나 애플의 본사처럼, 여러 개의 핵심 건물들이 하나의 마을을 이루는 타네야의 ‘캠퍼스(Campus)’ 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치 오래전부터 자연에 동화되어 존재해온 듯한 독특한 건축과, 하치만 산을 품은 광활한 정원이 특징인데요. 타네야 그룹은 왜 이곳을 선택하게 되었을까요? 

라콜리나 오미하치만 ⓒLa Collina Omihachiman

1872년에 설립된 타네야(Taneya)는 오미하치만을 기반으로 묘목과 식물의 종자를 파는 목재상에서 시작해, 일본식 밤 과자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오미하치만의 주민들이 ‘종자 상인’이라는 뜻으로 ‘타네야’라고 부르던 것을 회사의 공식 명칭으로 사용하게 되었는데요. 당시에 타네야의 제과점 근처에 살며 선교 활동을 하던 미국 출신의 윌리엄 보리스(William Merrell Vories)를 통해 서양의 차(Tea) 문화를 알게 되어, 이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서양식 과자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1951년 본격적으로 서양식 과자와 빵 사업에 뛰어든 이후, 3대 경영자인 도쿠지는 1984년 도쿄의 미쓰코시 백화점에 시가현을 벗어난 첫 번째 매장을 열었습니다. 당시 고급스럽고 우아한 이미지의 값비싼 화과자가 주류였던 도쿄에서, 투박하지만 정겹고 맛있는 시골풍의 과자로 많은 사랑을 받으며 이름을 알렸습니다. 

이후 2011년, 도쿠지의 아들이자, 라 콜리나 프로젝트를 주도한 4대 CEO 야마모토 마사히토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춘 전략으로 타네야 그룹을 창립 이래 가장 큰 회사로 성장시켰습니다. ‘전통과 혁신’을 가치로 내세운 그는 과자의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는 혁신적인 제조 공법을 도입하는 한편, 타네야가 탄생한 오미하치만으로 본사를 옮기면서 지역을 기반으로 기업의 뿌리를 단단하게 만드는 일에 집중했습니다. 지역이라는 건 타네야에게 어떤 의미였을까요?

하치만 산과 밭을 연결하는 지붕 ⓒLa Collina Omihachiman

마사히토씨가 내세우는 ‘전통과 혁신’이라는 단어의 기저에는 ‘파는 사람의 마음’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타네야에는 1,800여명의 임직원을 위해 상인의 마음가짐에 대해 정리한 사내 책자가 있는데요. 책의 시작 부분에는 과자 가게에게 있어 판매는 결과이며, 그것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원재료를 만드는 산지와 깨끗한 물이 있는 지역이 필요하고, 지역에서 사업을 지키고 있는 것은 지역의 사람들과 자연 덕분이므로,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과자 가게라는 본업 이외의 것에서도 협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과자 가게는 원재료가 없으면 장사를 할 수 없습니다. 팥이나 쌀을 얻지 못하거나, 물이 나빠지면 가게를 계속할 수 없는 것입니다. 본질적으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장사입니다. 그래서 농원을 만들고 원재료 관리실을 만들었습니다. 만드는 사람의 감정은 앉아있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현장에서 사람과 재료를 만나는 것을 통해, 농가의 분들과 마음으로 연결될 수 있게 됩니다.

(중략)

원재료 하나하나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왜 이 팥은 맛있는가? 왜 맛이 다른가? 좋은 작물을 만들고 있는 곳은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밭에 대한 애착, 기분, 즉 마음의 부분이 완전히 다릅니다. 비오는 날에는 쌀이 어떻게 되는지, 폭풍우가 치는 날에는 어떻게 되는지, 고집이 없는 사람은 흥미가 없습니다. 그러면 고객의 마음을 울리는 것이 없게 됩니다. 

(중략)

작은 과자 가게라면 스스로 만들어 파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회사가 커지면 만드는 사람과 파는 사람, 그리고 그 중간에 있는 사람으로 나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만드는 사람은 먹는 사람의 마음은 생각하지 않고 자기 만족으로 끝나 버립니다. 어떤 장면에서 어떤 방식으로 먹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라는 것이 만드는 사람까지 전해져야 합니다. 그것이 지금 타네야가 가장 힘써야 하는 것입니다.”

-타네야 CEO 야마모토 마사히토 인터뷰 중에서 

나무를 피해 덮은 지붕 ⓒJoanna Kawecki
원목을 그대로 사용한 문ⓒJoanna Kawecki
밤나무를 그대로 사용한 기둥 ⓒJoanna Kawecki

타네야의 플래그십 ‘라 콜리나 오미하치만’은 이러한 경영 철학으로부터 탄생했습니다. 오미하치만의 시립 복지 및 연금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었던 3만 5천평의 부지에 자연과 사람, 문화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장소를 목표로 2015년에 문을 열었습니다. 이탈리아의 선구적인 가구 디자이너이자 건축가 미셸 드 루치(Michele De Lucci)와 일본의 건축사학자인 후지모리 테루노부(Terunobu Fujimori)가 디자인을 맡았습니다. 하치만 산을 닮은 잔디로 뒤덮인 지붕, 시가현에서 자라는 밤나무를 그대로 사용한 기둥, 원초적인 기법으로 마감된 흙벽 등 자연과 건축의 경계를 허무는 요소들이 만들어내는 동화적인 풍경이 인상적입니다.

과자의 소재는 자연의 은혜.

바람과 흙, 태양과 물의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는 땅에서 

자연과 사람의 사랑, 그리고

이어온 지혜와 기술을

다음 세대로 이어가기 위해서-

라 코리나 오미하치만.

여기서 세계를 향해 제안하고 싶습니다.

50년, 100년 세월을 거듭하면서

결실이 풍성한 숲 속에서, 활기차게

사람과 자연을 연결합니다.

 

– 라 코리나 오미하치만 선언 중에서

위의 선언문처럼 라 코리나는 그 자체로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자연과 닮았습니다. 타네야 그룹의 본사와 클럽 하리에의 본점, 사탕 농장, 카페, 베이커리, 기념품 가게를 시작으로 유기농 농산물 시장, 보육원, 아카데미, 찻집이 차례로 들어설 계획입니다. 

마당의 쌀을 수확하는 사람들 ⓒLa Collina Omihachiman

건물들의 앞에는 시가현 소재의 대학교 농업학과와 공동으로 재배하는 쌀 농장이 정원처럼 펼쳐져 있습니다. ‘맛있는 과자는 산과 나무, 농지와 벌레, 새만큼 유혹적이지 않다’는 기치 아래에서 정기적인 농업 워크샵과 생태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논에 모여 흙을 휘젓고, 물을 주고, 벼를 심고, 잡초를 뽑고, 수확을 하면서 음식의 근원이자 삶과 노동의 아름다움을 배울 수 있는 장소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사탕 농장 ⓒKiyoshi Nishioka

사탕 농장(Candy Farm)은 전국 타네야 매장에 전시할 야생화의 재배, 지역의 농업과 조경을 연구하고 관리하는 시설입니다. 교토 대학의 글로벌 환경 건축 전공과 아키무라 플라잉 C (Akimura Flying C)가 함께 디자인했습니다. ‘자연과 사람, 문화의 연결’이라는 라 콜리나의 정신에 따라 인근의 자연 재료들을 건물 곳곳에 활용했는데요. 인근의 버려진 대나무 숲을 정리하여 대나무 칩으로 포장한 도로를 만들고, 근처 숲에서 채집한 도토리 모종을 마당에 심고, 야생화를 재배하는 팔레트를 지붕에 덮어 잔디와 잡초가 자라게 했습니다.

클럽 하리에를 대표하는 바움쿠헨 ⓒClub Harie
제조 시설과 매장 ⓒLa Collina Omihachiman

전국에서 가장 큰 제과 기업이 된 타네야가 다시 처음 시작했던 지역으로 본사를 옮기고 매장을 여는 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농장과 연결된 매장은 직원들로 하여금 자연의 재료부터 완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보고, 고객과 직접 호흡하면서 상인의 마음가짐, 다시 말해 직업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사명감을 느끼게 만듭니다.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아이들과 함께 뛰어놀 수 있는 공원과 일자리가 있는 일터, 멋진 과자 가게과 빵집과 같이 조금이나마 더 풍요로운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인프라가 됩니다.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에게는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관광지, 가족 그리고 친구와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장소, 지역을 다시 찾고 싶은 이유를 남겨줄 것입니다. 

지붕에서 자라는 이끼와 식물 ⓒMonique Kawecki

직원이 모두 건강하다는 것. 앞으로 고령화가 더 진행되면 의료비는 높아지지만 연금은 이미 파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애초에 아프지 않으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한 과자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겁니다. 타네야의 종업원이 모두 건강하다면, ‘이 과자를 먹으면 건강해진다’ 라는 느낌이 손님에게도 전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중략)

그리고 언젠가 죽을 때, 남겨진 아이들이 오미하치만에 태어나서 좋았다고 생각되는 것을 하고 싶습니다.”

 

타네야 CEO 야마모토 마사히토 인터뷰 중에서 

라콜리나 오미하치만의 전경 ⓒAugusto Cesar Oyama

이것이 지금의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는 산포요시의 정신이 아닐까요. 제품의 품질을 높이고, 브랜드의 이미지를 향상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구성원 한명 한명이 자연과 사람들 사이에서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고, 이를 통해 타네야만의 건강한 기업 문화를 구축하고, 나아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들수 있다고 믿는 것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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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함께하기

지역에서 함께하기

어릴 기억에 남아있는 동네의 모습은 지금과는 사뭇 다릅니다.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만난 정육점 사장님은 부모님의 안부를 묻고, 공놀이가 한창인 골목길을 지나 옆집 친구네 집에 들러 간식을 얻어먹곤 했습니다

낮은 빌라와 작은 가게들은 아파트 단지와 프랜차이즈 상점들로 바뀌었지만 여전히동네에서 살고 있다 감각을 주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자주 가는 카페의 사장님과 주고받는 인사에 한두마디가 더해지는 , 아이들이 커가면서 쓰지 않는 장난감을 나누는 , 다른 곳에는 없는 보물 같은 가게를 발견하는 말입니다.

이런 순간들은 어디에 살든 경험하게 되는 보편성을 가집니다. 다시 말해 여러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받을 있는 가치와 확장성을 갖게 되고, 이러한 이유로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지역과 연계된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IKEA H&M 공동으로 전개하는 지역 프로젝트아틀리에 100(Atelier100)’ 소개합니다.

아틀리에100의 매장과 멤버들 ⓒTaran Wilkhu

2022년에 런던에 처음 선보인 아틀리에100(Atelier100) ‘by Londoners, for Londoners (런던 시민에 의한, 런던 시민을 위한)’ 모토로 소매업의 새로운 지속가능성을 탐구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런던 중심부로부터 반경 100km 안에서 디자인과 제조, 유통과 판매가 모두 이루어지는초지역적(Hyper-local)’ 방식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요. 일련의 과정을 통해 100km 이내에 거주하는 디자이너와 창작자, 생산 제작자와 가공 업자를 선정하고, H&M IKEA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한 멘토링과 자금을 지원합니다

그렇다면 거대 기업이 이런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을까요?

아틀리에100의 매장 ⓒPlaid London

H&M IKEA 모두 스웨덴에서 시작한 기업입니다. 주력하는 분야는 다르지만, 글로벌 SPA 브랜드와 세계 최대 가구 업체라는 그들의 명성은 어느 곳에서나 통하는 기능적인 디자인의 보편성과 대량 생산을 통한 합리성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생산부터 소비까지 모두 한정된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아틀리에100 프로젝트는 그동안 기업이 추구해온 방향과는 완전히 다른 지점에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케아의 지주 회사인 잉카 그룹(Ingka Group)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인 마커스 엥만(Marcus Engmann) 아틀리에100 대해, 소매업체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합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우리의 사업은 우리와 함께 일하는 세계 최고의 크리에이티브에 달려 있다”

H&M의 글로벌 브랜드 매니저 카밀라 헨릭슨(Camilla Henriksson)은 이케아와 함께 하기로 결정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우리는 이미 지속가능한 생산을 실험하고, 새로운 재료를 찾고, 소비자가 직면한 적이 없는 종류의 것들을 탐구하기 위해 몇 가지 일을 함께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서로의 경쟁자이거나 경쟁할 회사인 것처럼 생각하는 대신에, 서로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기 시작한다면 함께 도전할만한 중립적인 지점들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서로를 후원하는 것은 매우 영향력이 있을 수 있고 꽤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다른 누군가가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대신에 직접 변화를 만드는 것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것(아틀리에100)이 정말 좋은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틀리에100의 컬렉션 ⓒAtelier100

아틀리에100에는 몇 가지 유의미한 원칙들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완성된 제품이 리빙, 문화, 패션, 라이프스타일의 4가지 범주 안에 있어야 하며 소매 가격은 500파운드(한화 약 84만원)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두 기업이 아틀리에100의 창작물을 다분히 제품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크리에이터들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작품’의 영역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의 역할로서, 소비자의 관점에서 익숙한 분류와 가격을 설정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창작자와 제작자 입장에서 고민하는 관점은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갖게 됩니다. 제품의 원료가 얼마나 친환경적인지에서 그치지 않고, 반환경적인 재료를 사용한 기존의 제품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재료의 가공 방식부터 마진과 마케팅까지를 통합적으로 고찰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아틀리에100의 컬렉션 ⓒAtelier100
아틀리에100의 컬렉션 ⓒAtelier100

두 번째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런던 중심부의 트라팔가 광장으로부터 반경 100km 안에서 디자인과 제조, 유통과 판매가 모두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틀리에100은 이것을 ‘초지역적(Hyper-local)’ 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아틀리에100은 매년 ‘코홀트(Cohort)’ 라고 부르는 크리에이티브 집단을 선정하는데, 이들은 모두 반경 내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코홀트의 아이디어를 구현할 제조업체와 제작자들 또한 100km 내에 소재하고 있어야 합니다. 프로젝트의 거점 역할을 하는 아틀리에100의 매장 역시 반경 내에 위치하고 있어, 한정된 지역 안에서 생산부터 소비까지 제품의 모든 생애 주기가 돌아가는 셈입니다.

2023년 코홀트 멤버 ⓒMathushaa Sagthidas

세 번째는 아틀리에100을 구성하는 모든 것은 지속가능성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매년 선정된 코홀트는 ‘드랍(Drop)’이라고 부르는 일종의 제품 컬렉션을 공개하고 있는데요. 

모든 제품은 유해한 화학 물질 없이 생산된 재료를 조달하고, 동물 복지 뿐만 아니라 행성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또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제품의 자연 수명 주기가 끝나게 되면, 제품의 재사용과 재활용 또는 용도 변경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산업용 렌즈 공장의 부산물을 재활용해 만든 조명ⓒAnnalisa Lacopetti
템즈강 바닥 26미터 아래에서 발견한 런던 진흙으로 만든 도자기 ⓒAlison Cooke
런던 근교에서 재배되는 감자로 만든 안료를 칠한 중고 접시 ⓒJames O'Brien
지하철에 버려진 런던의 신문을 분쇄해서 만든 몰드로 구워낸 유리 화병 ⓒRosie Stonham

아틀리에100의 크리에이티브가 모여 교류하고, 그들이 직접 만든 제품을 사고 팔 수 있는 아틀리에100의 매장인 파일럿 스토어(Pilot Store) 역시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새로 건물을 짓거나 기존의 건물을 파괴하지 않는 임시 매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매장은 이케아의 지주 회사인 잉카 그룹이 운영하는 리바트(Livat)의 해머스미스(Hammersmith)지점에, 두 번째 매장은 2023년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달스턴(Dalston) 지역에 문을 열었습니다. 공간을 맡은 플래이드(Plaid)는 폐점한 H&M 매장에 사용된 조명과 선반, 마감재를 재활용한 디자인을 선보였습니다.

아틀리에100의 Livat 매장ⓒTaran Wilkhu
코번트 가든의 홀리데이 스토어 ⓒTaran Wilkhu

아틀리에100을 관통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역할은 비블리오테크(Bibliothèque)가 맡았습니다. 그들은 아틀리에100의 확장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누구나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도 아틀리에100을 만들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아 런던 전역에 캠페인을 펼쳤습니다.

포스터 디자인 ⓒBibliothèque
비주얼 디자인 ⓒBibliothèque
패키지 디자인 ⓒBibliothèque

변화를 위한 행동을 촉구하는 ‘Call to Action’이라는 문구를 내세워, 아틀리에100에 참여하는 구체적인 방법이 적힌 포스터를 런던의 거리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배포했습니다. 

포스터는 크리에이티브의 제품의 이미지와 컬러를 배경으로 글씨가 배치되는 단순한 형태입니다. 이것은 런던이 아닌 세계 각지의 도시에 제2, 제3의 아틀리에100이 생겨났을 때에도 적용할 수 있는 일종의 광범위한 가이드라인의 개념으로 디자인한 것입니다.

아틀리에100의 매장 ⓒAtelier100

아틀리에100은 지역에 숨겨진 창작자와 제작자를 발굴하여 그들의 아이디어가 현실로 구현되도록 기업이 수십년간 쌓아온 노하우를 나누고 돕는 일에 기꺼이 나섰습니다. 지역의 크리에이티브에게는 꿈을 펼칠 좋은 기회가, 두 거대 기업에게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포착하기 위한 테스트베드가 되는 셈인데요. 몸담고 있는 업계의 새로운 시장을 지역과 함께 개척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상생이자 문화 운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같이 상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서울의, 부산의, 제주의, 지금 살고 있는 동네의, 나만의 아틀리에100은 어떤 모습일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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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슨하게 연결된다

느슨하게 연결된다

살다보면 벽을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원래 그렇다던가, ‘보통 이렇게 한다하는 것들 말입니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말은 거부하기 어렵습니다.  굳이 남들과 다르게 해야 하는지, 기존에 해오던 방식을 따르지 않을 필요가 있는지. 질문들은 꼬리를 물고 이어져, 옳고 그름의 문제나 공동체와 사회에 대한 생각까지 이어집니다. 반대로 자기 합리화의 늪에 빠지기도 하죠

자신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이해하려는 태도야말로, 언젠가 거대한 나무가 되어 바위같은 통념을 깨뜨리는 흥미진진한 일의 씨앗이 아닐까요

이번 주에는 관습을 벗어난 형태의 은행을 선보이는 시노노메 신용 금고를 소개합니다.

시노노메 신용금고 마에바시 ⓒMasato Chiba

2022, 시노노메 신용금고(이하 시노노메 신금) 군마현에 위치한 마에바시 본점의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문을 열었습니다. ‘볼일이 없어도 오고 싶어지는 장소 컨셉으로 지역 주민들이 자유롭게 들락거리고 시간을 보낼 있는 열린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어떻게 보안이 가장 중요한 은행을 누구에게나 개방된 장소로 만드는 결정을 하게 되었을까요?

1925년에 창업한 시노노메 신금은 군마현과 사이타마현 그리고 나가노현을 기점으로 하는 지역 은행입니다. 예금량은 1조엔 규모로, 대도시를 기반으로 하는 글로벌 수준의 대형 은행에 비해서는 작은 규모입니다. 손이 마주 잡고 있는 로고와지역의 미래라는 경영 이념에서 드러나듯이, 지역에서 사업과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들이 주요 고객입니다

지역으로부터 태어난 금융기관이라는 헤리티지를 기반으로, 지역 밀착형 금융 정책과 지속가능한 지역 만들기 활동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습니다. 뒤에서 자세히 다룰 마에바시 본점의 리노베이션과 더불어동네의 편집사또한 지역 친화 전략의 연장선에 있는 프로젝트입니다.

동네의 편집사프로젝트를 통해 시노노메 신금은 지역의 숨겨진 자원을 발굴하는 에디터 역할을 자처합니다. 은행이 기본적으로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경제적 풍요로움에 더해, 사람들의 행복에 보다 기여할 있는 정신적 풍요로움까지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인데요

동네의 편집사 은행의 직원과 로컬의 디자이너, 작가, 크리에이터가 협동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단순히 지역에 숨겨진 가치를 알리는 일에서 그치지 않고, 은행에서 제공하는 상품을 적재 적소에 연결함으로서 실질적인 지원까지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은행의 입장에서는 일종의 영업 전략으로 이해할 있지만, 단순히 예금 가입을 유도한다거나 대출 상품을 홍보하는 기존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입니다. 지역의 사업자가 당면한 과제에 대해 파이낸싱과 크리에이티브가 결합된 해결책을 제공하고 있는데요. 종국에는 지역 소비를 환기하여 지역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거대한 아젠다까지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츠구히 웹페이지 ⓒTsuguhi

동네의 편집사 군마현의 일상의 매력을 전달하는 미디어츠구히 운영합니다. ‘츠구히 일본어로 다음, 이튿날을 의미하는데요. 실시간 소식이나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가 아니라 슈퍼마켓, 목공예 상점, 빵집과 구두 닦기 전문점과 같이 소소하지만 지역의 내일을 기대하게 만드는 콘텐츠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보내는 대부분의 시간은일상입니다. 1년에 1 1만명이 모이는 것보다, 매일 30명이 모이는 쪽이 오래 지속되고, 좋은 관계성이 태어나는 것이 아닐까요? 그것이 지속 가능한 지역의 풍요로움이 아닐까요?”

-츠구히 소개글 중에서

이러한 맥락에서 마에바시 본점의 리노베이션은동네의 편집사츠구히 연장선에 있는 프로젝트로 이해할  있습니다. ‘매일 30명이 모이는그런 장소, 매거진을 통해 알게 빵집 사장님과 우연히 만나 인사를 나눌  있는 그런 말입니다.

시노노메 신금과 합병하기 전 마에바시 금고 건물 ⓒ Hagiso Studio

마에바시 본점은 1964년에 지어진 은행 건물로 노후가 많이 진행되어 대책이 필요했습니다. 시노노메 신금은 단순한 신용 금고의 점포가 아니라 지역에 공헌할 있고, 중심 시가지 활성화에 기여할 있는 기능을 더한 시설로 하고 싶다는 비전이 있었습니다. 한편 일본에서 신용금고의 경우 원칙적으로 금융업에 해당하는 시설만 설치할  있지만, 기존의 건물 일부를 활용할 경우 예외를 있도록 법령에 정해져 있어 신축이 아닌 리모델링으로추진하게 되었습니다.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는 히로세 이루가 이끄는 TONE & MANNER, 공간은 마에바시 출신의 미야자키 아키요가 이끄는 HAGI STUDIO, 그래픽 디자인은 MANIACKERS DESIGN 맡았습니다. ‘지역과 느슨하게 연결되는 장소를 만든다 목표 아래 누구나 편하게 출입하고 머무를 있는 공간이 완성되었습니다.

시노노메 신용금고 마에바시 ⓒMasato Chiba
시노노메 신용금고 마에바시 ⓒMasato Chiba

시노노메 신금은 은행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을 제외한 나머지를 카페, 도서관, 회의실, 공유오피스, 다목적홀 지역 주민들이 활용할 있는 시설로 만들었습니다은행을 위한 공간과 나머지 공간을 분리한 것인데요. 핵심은시간의 분리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은행 안에 카페가 있더라도 은행의 업무 시간에만 이용할 있다면 실효성이 떨어질 것입니다. 시노노메 신금은 은행과 나머지 공간들의 영업 시간을 분리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담한 결정이면서도 방문하는 사람들의 기분을 세심하게 고려한 지점이 아닐까 합니다

시노노메 신금의 마에바시 영업부는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만 창구를 열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도서관은 평일과 토요일에는 저녁 7시까지 열고, 은행이 문을 닫는 일요일에도 저녁 5시까지 문을 엽니다. 은행 창구의 소음을 배경 삼아 책을 읽는다거나, 일요일에 커피를 마시러 은행에 가는 일상이라는 , 마에바시에서만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입니다.

시키시마 커피 스탠드 ⓒ 市根井
시키시마 커피 스탠드 ⓒ 市根井

은행의 창구가 있는 1층은 안과 밖의 경계가 없는 장소입니다. 바깥의 광장을 안쪽의 로비까지 연장해서 하나의 연속된 공간으로 느껴질 있도록 연출했습니다. 대기 공간의 옆에는 시키시마 커피 스탠드(SHIKISHIMA COFFEE STAND)라는 작은 카페가 있습니다. 시키시마 커피는 2020 시작된 로컬 브랜드로, 자체 로스터리를 가지고 독특한 블렌드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시노노메 신금 지점에서는 광장 바닥의 붉은 벽돌을 사용해 공간을 장식하고, 여기에서 영감 받은 레드 브릭스 블렌드 선보입니다. 건물의 안과 밖에서 모두 커피를 있는 일종의 창구 형태로 만들어, 은행에 들어서는 심리적인 문턱을 낮추는 데에 일조하고 있습니다.

츠도니와 라이브러리 ⓒ 市根井
츠도니와 라이브러리 ⓒ Masato Chiba
츠도니와 홀 ⓒ 市根井

1층의 입구에 있는 멋진 곡선의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2층에 광장이 내려다 보이는 아늑한 도서관츠도니와 라이브러리 있습니다. 은행 앞의 광장 이름인츠도니와에서 따왔습니다. 같은 군마현내 동네의 서점인 REBEL BOOKS에서세계를 넓혀주는 이라는 주제로 서가를 큐레이션하고 있습니다. 1층을 내려다보는 열린 형태의 책상부터, 독서실처럼 개인적인 공부를 있는 좌석과 독립된 회의실까지 구비되어 있습니다. 1층과 계단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은행 업무를 보는 직원이나 손님과 눈이 마주치지 않도록 화단을 만들었습니다. 각기 다른 목적으로 존재하는 공간들이 서로 미묘하게 공존하는 근사한 공간입니다.

시노노메 신금 마에바시의 비주얼 아이덴티티 ⓒ Maniackers Design
시노노메 신금 마에바시의 비주얼 아이덴티티 ⓒ Maniackers Design
시노노메 신금 마에바시의 비주얼 아이덴티티 ⓒ Maniackers Design
시노노메 신금 마에바시의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활용한 이마바리 타월 콜라보 ⓒ Maniackers Design

마에바시 프로젝트를 구상하면서 여기에서 일하게 은행의 직원과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는 워크샵을 거듭 진행했다고 합니다. 총괄하는 시노노메 신금의 요코야마 이사장은 워크샵을 회상하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너무 깊지 않은 관계도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담없이 주시고, 연결하고 싶을 때에 액세스 받는다. 정도의 여지를 가진 장소가 좋다는 워크숍의 의견을 듣고 나도 생각했습니다. ‘느슨하게 연결된다라는 것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요코야마 케이이치 이사장 인터뷰 중에서 

시키시마 커피 스탠드 ⓒ 市根井

거리의 편집사부터 츠구히와 마에바시 본점까지. 지역의 비즈니스를 찾아내서 알리고 지원하는 , 은행 고객이 아니라 직원과 주민이 사람으로서 직접 대면해서 관계를 맺을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 은행이 쓰지 않는 공간을 지역에 마음껏 내어주는 . 이토록 지역에 진심인 은행이 있을까요? 마에바시 본점의 리노베이션은 지역과 운명을 같이할 밖에 없는 지역 은행의 본질을 꿰뚫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많은 고마움의 목소리를 받고 있습니다. 매번다른 점포에서도 이런 일을 합니까?’ 라고 하는 것을 듣기도합니다만, 이런 프로젝트는 잠시는 무리라고 대답할 … (웃음). 그래도 어려운 시대 속에서의 경영 환경이지만, 가능한 지역의 미래가 되기 위한 활동을 다른 형태나 새로운 형태로 나가고 싶습니다.”

-요코야마 케이이치 이사장 인터뷰 중에서

이러니 시노노메 신금의 다음 행보를 기대할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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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실천으로부터

작은 실천으로부터

수많은 다짐에도 불구하고 늘 생각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은 많은 저로서는, 작은 습관을 통해 무언가 성취를 이루어내는 사람들을 보면 어떤 경외심마저 듭니다. 육체와 정신의 한계를 뛰어넘은 위대한 선수들을 볼 때 느끼는 것과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 요즘에는 눈이 부시게 발화하는 벼락같은 천재성보다, 남들이 가치를 두지 않는 일에도 지속적으로 파고드는 집념이 세상을 바꾸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이번 주에는 시애틀의 ‘미니 마트 시티 파크(Mini Mart City Park, 이하 MMCP)’ 를 통해 예술의 실천을 무기삼아 거대한 바위를 부수고 있는 젊은 크리에이터들의 이야기를 살펴봅니다.

미니마트시티파크와 서튼베레스컬러 ⓒ Kevin Scott

이야기는 시애틀의 예술가 트리오 서튼베레스컬러(SuttonBeresCuller)에서 시작됩니다. 존 서튼(John Sutton), 벤 베레스(Ben Beres), 자크 컬러(Zac Culler)가 결성한 아티스트 그룹은 ‘드라이브 스루 갤러리(Drive-Thru Gallery,2000)’ 를 시작으로 ‘트레일러 파크(Trailer Park)’, ‘이웃이 간다(There goes the neighborhood,2005)’ 등 공공 장소의 개념을 비틀어 사회적인 상호작용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왔습니다. 

트레일러 파크(Trailer Park) ⓒ SuttonBeresCuller
이웃이 간다(There goes the neighborhood) ⓒ SuttonBeresCuller
더 아일랜드(The Island) ⓒ SuttonBeresCuller

‘더 아일랜드(The Island, 2005)’ 로 시애틀 지역에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이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버려진 건물을 은유적인 예술 활동과 지역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실천적인 전략을 통해 커뮤니티의 구심점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들은 곧바로 장소를 물색하기 시작했습니다. 몇 년간의 탐색 끝에 그들은 북부 시애틀 환경연합(Environmental Coalition of South Seattle)의 브라운필드 담당자 에머리 베일리로부터 폐쇄된 주유소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환경보호정책의 일환으로 워싱턴 주의 휘발유 차량이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1930년대에 건설된 많은 주유소들이 문을 닫은 채 방치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세 명의 예술가는 바로 이 곳이 그들의 꿈의 씨앗을 심을 장소임을 직감했습니다. 

과거 주유소 모습 ⓒGO'C

하지만 프로젝트가 시작됨과 동시에 그들은 산적한 문제들에 부딪혔습니다. 한 세기 가까이 살아온 건물은 쇠약한 상태였고, 주유소가 서있는 땅은 지하 6미터까지 심각하게 오염된 상태였으며, 프로젝트의 난이도와 기간 덕분에 전체 비용은 230만 달러(한화 약 30억원)에 달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위기에 압도되거나 포기하고 말았을 테지만, 그들은 차근차근 마주한 문제들을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더트 캔(Canned Dirt) ⓒSuttonBeresCuller

먼저 오랜 기간 주유소로 운영된 탓에 오염된 토양을 해결하는 것에 착수했습니다. 지질 조사와 토지 정화를 지원하는 지방 정부 프로그램인 킹 카운티 브라운필드(King County Brownfields)의 도움을 받아 상황을 면밀하게 파악했습니다. 결과는 예상보다 더 오염된 상태였고, 이를 해결할 기술적인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문제는 자금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수 년간의 프로젝트를 통해, 예술이라는 도구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대를 만드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오염된 흙의 일부를 작은 캔에 나누어 담아 판매하기로 했습니다. 과거 지역의 기반시설로 기능한 것의 대가로 희생된 자연을 회복하는 것에 지역 주민들이 모두 참여하여 경각심을 갖도록 하는 예술 프로젝트로 기획한 것입니다. 오염된 흙을 매개로 기부를 받아 기금을 조성한 셈입니다. 

MMCP의 토양 정화 설비 ⓒSuttonBeresCuller

그 다음으로는 건물의 지하에 토양을 정화하는 설비를 설치했습니다. 공기살포처리 및 토양증기추출법(Air Sparging & Soil Vapor Extractiond) 시스템으로, 오염된 지하수에 공기를 주입하여 오염물질을 휘발시키고, 미생물의 활동을 촉진함으로서 오염물질을 분해하여 토양을 정화하는 원리입니다. 이에 필요한 장비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방문자들도 토지가 정화되는 과정을 실제로 볼 수 있도록 건물의 디자인에 반영했습니다. 건물이 땅을 정화한다니! 정말 멋진 아이디어입니다. 앞으로도 MMCP가 반드시 이 곳에 있어야만 하는 이유가 생긴 것입니다. 

미니 마트 시티 파크 ⓒKevin Scott

이제 남은 것은 건축입니다. 공간의 크기와 형태를 정하기 위해서는 용도를 고민해야 할겁니다. 세 명의 젊은 아티스트는 처음 이 땅을 보고 세운 결심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다양한 예술 활동을 통해 사람들이 관계맺을 수 있는 건강한 커뮤니티의 기반이 되는 장소를 만들겠다는 결심 말입니다. 그들은 전시와 공연과 같은 전문적인 예술 활동부터 영화 상영이나 작은 모임과 같은 동네의 일상적인 행사들도 담을 수 있는 유연한 공간을 원했습니다. 시애틀 기반의 건축 회사 GO’C는 MMCP의 철학과 필요를 담은 최적의 건물을 설계했습니다. 게다가 기존의 주유소가 가지고 있던 분위기는 살리면서도, 누구나 편하게 들릴 수 있는 친근하고 직관적인 인상을 만들어냈습니다. 정원으로 시원하게 열리는 창문이 있는 갤러리와 작지만 아늑한 마당, 탁 트인 옥상 테라스를 짜임새 있게 엮는 디자인이 인상적입니다. 

미니 마트 시티 파크 ⓒKevin Scott
미니 마트 시티 파크 ⓒKevin Scott
미니 마트 시티 파크 ⓒKevin Scott

장장 15년에 걸쳐 완성된 MMCP는 2021년 11월에 첫 이벤트를 열었습니다. 이후에는 객원 큐레이터와 함께 기획 전시를 열고, 워싱턴 소재의 대학교와 교류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했습니다. 이제 첫걸음을 뗀 MMCP를 두고 서튼, 베레스, 컬러는 ‘프랜차이즈화 가능한 아이디어’로 만들고 싶다고 말합니다. 식당이 지점을 내듯 똑같은 방식으로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 프로젝트를 통해 영감을 받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사는 지역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제 2, 제 3의 MMCP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합니다. 

“After the Quiet: On Black Figures and Folds" 전시 ⓒEllen M. Banner / The Seattle Times
과정에서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 모르지만,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멈추지 않고 달려온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입니다. 그들이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요? 신념에 대한 확신이나 프로 의식, 책임감, 어쩌면 우정이나 경제적인 상황 때문일수도 있을 겁니다. 무엇이든간에 그 동력은 앞으로 MMCP 안팎으로 일어날 수많은 일들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줄 것입니다. 그저 작은 주유소를 수리하는 일이지만, 그들의 이야기에는 위인전에 실린 한 대목에서 느껴지는 힘이 있습니다. 그 힘은 어쩌면 작은 실천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스스로 확신하는 일을 그저 하는 것,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은 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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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

지역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

 

종종 브랜드를 소개하는 글에서 ‘~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과 같은 표현을 발견하곤 합니다. 특정한 지역을 기반으로 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브랜드의 매장이 위치하고 있다거나, 지역의 지명이나 상징을 활용한 제품을 생산한다면 그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어떤 방식이든 사람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더 나아가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지자체와 주민 모두에게 지지를 받는, 진정으로 지역을 기반으로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번 주에는 호주 브리즈번의 피쉬 레인(Fish Lane) 지역의 변화와 그 중심에 있는 아리아 그룹(Aria Group)의 이야기를 통해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비즈니스를 탐구합니다.  

피쉬 레인 ⓒ DAVID CHATFIELD

 

피쉬 레인(Fish Lane)은 호주 브리즈번의 남부에 위치한 작은 골목입니다. 과거에는 탄산수 제조 공장이 있어서 소다 레인(Soda Water Lane)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지만, 공장이 폐업하면서 소다 레인이라는 이름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이후 브리즈번의 성장과 함께 사우스 브리즈번(South Brisbane)이 현지 어업 산업의 중심지로 변화하면서 다시 활기를 띄게 되었습니다. 어부들은 인근 항구에서 잡은 물고기를 시장으로 운반하기 위한 최적의 경로로 이 골목을 이용했습니다. 1906년에 정식으로 등록된 피쉬 레인이라는 이름은 여기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1988년 호주 건국 200주년을 기념해 브리즈번에서 열린 세계 박람회(World Expo)는 도시 전체를 송두리째 바꿔 놓기에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엄청난 흥행이 지나간 도시는 텅 비어버렸습니다. 강에 인접한 지역에 설치되었던 전시장 부지에는 거대한 공원과 예술-문화 시설이 들어섰지만,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인프라도 부족하고 동네에서 접근하기도 어려워 주민들도 이용하지 않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자연스레 인접한 피쉬 레인 지역도 점점 낙후되기 시작했습니다. 2006년 브리즈번 시의회는 피쉬 레인에 대한 첫 번째 개발 계획을 의뢰하여 중심 업무 지구(CBD)와 문화 구역(Cultural Precinct)을 연결하는 핵심 지역으로서의 잠재력을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시의 의지만으로 모든 계획을 실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피쉬 레인의 개발은 오랜 기간 정체되어 있었습니다. 

피쉬 레인 지역의 변화에 비로소 불을 붙인 건 아리아 그룹(Aria Group)이었습니다. 아리아 그룹의 창업자인 팀 포레스터(Tim Forrester)는 부동산 경제학을 전공했습니다. 졸업 후 2003년에 학교 동창들과 함께 아리아를 설립하고 개발 사업에 뛰어들어, 자신의 고향인 호주에서 리조트와 주택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성했습니다. 

에덴 레인 ⓒ SCOTT BURROWS PHOTOGRAPHER
에덴 레인 ⓒ SCOTT BURROWS PHOTOGRAPHER

아리아의 포트폴리오에는 주목할만한 몇 가지 전환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2010년에 글로벌 브랜드 에르메스(Hermes)를 직접 유치한 것인데요. 이를 계기로 주변의 거리가 활기를 띄게 되고, 결과적으로 자신들이 개발한 부동산의 자산 가치가 상승하는 것을 경험하게 된 아리아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관점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건물의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건물을 애정하는 사람들과 브랜드들이 모여 거리의 고유한 분위기를 만들고, 더 나아가 건물이 들어선 동네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장기적으로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두 번째 전환점은 4단계에 걸쳐 4개의 블럭을 함께 개발하는 에덴 레인(Eden Lane) 프로젝트입니다. 주거와 업무 공간, 여러 개의 상점들로 이루어진 작은 단지를 만드는 프로젝트인데, 핵심은 모든 블럭을 가로지르는 골목길인 에덴 레인웨이(Eden Laneway)입니다. 자칫 삭막하고 어두컴컴한 뒷골목처럼 느껴질 수 있는 공간이지만, 아리아 그룹은 사람들이 늘 지나다니는 골목길의 잠재력을 알고 있었습니다. 답답한 담장을 가릴 풍성한 나무와 여러 가지 방식으로 길을 밝히는 조명, 누구나 앉을 수 있는 화단과 상점의 테라스가 어우러진 활기찬 거리로 만들었습니다.   

세 번째 전환점이 바로 피쉬 레인(Fish Lane) 프로젝트입니다. 전신격인 에덴 레인 프로젝트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서, 도시의 버려진 유휴 공간을 중심으로 의미 있는 장소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피쉬 레인 타운 스퀘어 ⓒRichards & Spence

아리아 그룹의 피쉬 레인 프로젝트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콘텐츠, 여러가지 콘텐츠를 담는 그릇의 역할을 하는 플랫폼, 그리고 콘텐츠와 플랫폼을 하나로 연결하는 서비스가 그것입니다.

콘텐츠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동네에서 사람들이 자주 찾고 오랜 시간 머무르는 장소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그늘을 드리우는 나무와 식물, 눈치 보지 않고 쉬어갈 수 있는 벤치와 의자, 산책하기 좋은 골목길과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거리 예술과 공연, 적절한 가격의 커피와 제법 근사한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과 아기자기한 상점들. 이런 요소들이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콘텐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리아 그룹은 콘텐츠를 직접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콘텐츠를 직접 만들 수는 없겠지만, 역설적으로 매력적인 콘텐츠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그만큼 매력적인 콘텐츠가 먼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먼저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던 고가 도로의 밑을 ‘피쉬 레인 타운 스퀘어(Fish Lane Town Square)’라는 일종의 공원으로 바꾸었습니다. 주차장을 모두 걷어내고, 호주 토착 식물들로 가득 채워진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공원의 한가운데에서 노상 점포처럼 편하게 들를 수 있는 ‘키키 키오스크(Kiki Kiosk)’를 직접 운영합니다. 출근길에 필요한 커피부터 점심시간에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할 샌드위치와 퇴근 후에 즐길 수 있는 칵테일까지, 가볍지만 넓은 범위의 메뉴를 다루고 있습니다. 공원을 둘러싼 상점들의 건물도 직접 개발하여, 직접 투자하거나 운영하는 레스토랑들과 와인바를 입점시켰습니다. 상점이 들어선 골목길의 담벼락과 건물 사이의 공간들은 지역 예술가와 협업한 작품들로 채우고, 주변의 상점들과 크리에이터들이 모이는 마켓과 페스티벌도 정기적으로 개최합니다. 

키키 키오스크 ⓒ SCOTT BURROWS PHOTOGRAPHER
키키 키오스크 ⓒ Markus Ravik
브루터스 바ⓒ Markus Ravik
브루터스 바ⓒ Markus Ravik
피쉬 레인 마켓 2022 ⓒ Fish Lane

스튜디오 블랑드(Studio Bland)가 주도한 브랜드 디자인과 비주얼 아이덴티티도 흥미롭습니다. 단순한 사각 형태를 기본으로, 공원의 벤치와 입간판 뿐만 아니라 상점의 개성을 담은 사이니지를 모두 아우르는 디자인 시스템을 구상했습니다. 거리의 바닥은 실용적인 정보과 더불어 지역의 역사를 새긴 돌로 장식했습니다. 

피쉬 레인 타운 스퀘어의 사이니지 ⓒ David Chatfield
상점의 간판 ⓒ David Chatfield
상점의 간판 ⓒ David Chatfield
타운 스퀘어의 사이니지 ⓒ David Chatfield
타운 스퀘어의 사이니지 ⓒ David Chatfield
하역장 사이니지 ⓒ David Chatfield
피쉬 레인의 역사가 새겨진 바닥 ⓒ David Chatfield

다채로운 콘텐츠 만큼이나 콘텐츠가 모인 플랫폼의 역할을 하는 공간과 건물 자체도 매력적이어야 합니다. 부동산 개발을 업으로 하는 아리아 그룹에게는 건물과 토지가 주요한 상품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직접 개발하고 운영하는 브랜드, 그러니까 일종의 소프트웨어에 최적화된 하드웨어를 개발하는 관점으로 공간을 기획했습니다. 애플의 생태계를 빗대어 이해한다면, iOS를 구동하기에 최적화된 제품을 만들고, 제품군 사이의 상호작용과 시너지를 고민한 것입니다. 피쉬 레인 주변에 상가와 주거 단지를 함께 개발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기인한 것입니다. 

아리아 그룹은 동네의 광장 역할을 하는 피쉬 레인 타운 스퀘어를 중심으로, 상점과 사무실이 들어선 건물과 20층 높이의 고급 주택인 멜버른 레지던스(The Melbourne Residence)를 함께 개발했습니다. 타운 스퀘어와 상점 건물의 설계는 호주의 건축가 리처즈 앤 스펜스(Richards & Spence)가 맡았습니다. 주변 건물에서 흔하게 사용된 벽돌을 아치 형태의 디자인 요소와 결합해서 피쉬 레인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건축을 만들어냈습니다. 타운 스퀘어에 사용된 재료와 동일한 마감 재료를 사용하고, 필요에 따라 완전히 열릴 수 있는 큰 창문을 만들어 공원과 하나의 공간으로 인식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멜버른 레지던스는 20층 높이의 120세대로 구성된 고급 주거의 형태로 개발되었습니다. 브리즈번의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 옥상의 수영장과 집의 거실에 연결된 야외 테라스가 인상적입니다.  피쉬 레인에서 도보로 3분 거리에 위치한 옆 블럭에 위치하고 있고, 1층에 위치한 상점들 역시 아리아 그룹이 직접 개발한 아시아 음식점, 브런치 카페, 와인 상점과 젤라또 가게로 채워졌습니다. 피쉬 레인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이 길은 아리아 그룹의 F&B 브랜드가 늘어선 자신만의 거리인 셈입니다. 

피쉬 레인의 상점 ⓒ DAVID CHATFIELD
피쉬 레인의 상점 ⓒ Aria Property Group
멜버른 레지던스의 수영장 ⓒ Aria Property Group
멜버른 레지던스 1층에 위치한 젤라또 상점 ⓒ Dale Harper

피쉬 레인 프로젝트를 계기로 아리아 그룹은 주거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 자산들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고객들과의 소통을 위한 서비스인 아리아 리빙(Aria Living)을 런칭했습니다. 지금은 아리아 그룹이 개발한 24개의 레지던스를 중개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머지 않아 아리아 그룹의 콘텐츠와 플랫폼을 연결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아리아 그룹은 피쉬 레인과 에덴 레인을 중심으로 거의 모든 카테고리의 F&B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호주와 브리즈번 곳곳에 요가, 피트니스, 명상 센터도 개발해 운영하고 있어요. 주거 서비스의 일환으로 식단과 운동을 포함하는 양질의 개인 맞춤 건강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아리아 그룹의 이야기를 토대로 처음의 질문을 떠올려봅시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아리아 그룹의 방식이 정답은 아닐 수는 있지만 적어도 동네의 지속가능성이라는 키워드는 여전히 유효한 것 같습니다. 길에 이름을 부여하는 일이라는 측면에서 무수한 -로수길의 등장과 유사한 측면도 있고,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리아 그룹은 ‘한번 가보고 싶은 거리’가 아니라 ‘살고 싶은 동네’를 만들고 싶어합니다. 수익을 낼 수 있는 상점이나 주거 시설만큼 골목길과 공원을 공들여 만드는 이유입니다. 우리 동네에 자랑거리가 될 만한 멋진 공원과 근사한 식당을 만들고, 마켓과 축제를 열어 멀리서도 사람들을 끌어와 동네에 활기를 가져오고, 일상적인 삶의 질과 지역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 열심인 브랜드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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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호흡으로 바라볼 때

긴 호흡으로 바라볼 때

그린 스프링스 ⓒ Nemoto Kentaro

좋은 것을 만드는 데에는 으레 시간이 걸리기 마련입니다. 제품이든, 작품이든, 사람이든 마찬가지 일겁니다. 찬란하게 빛을 발하는 순간에 다다르기 전까지 무수하게 지나간 시간이야말로좋음 증명하기 위한 필수 요건과도 같은 것이지요. 하지만 얼마간이 될지 없는, 그만큼의 시간을 각오하는 것조차도 쉽지가 않습니다. 특히 비즈니스에 있어서는 더더욱 그럴 겁니다. 비즈니스의 본질은 비용을 빠르게 회수하고 많은 수익을 효율적으로 창출하는 데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바탕으로, 호흡으로 자신들의 비전을 펼치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자그마치 100 뒤의 변화를 꿈꾸며 말입니다. 이번주에 소개하는 동네의 장소는그린 스프링스(Green Springs)’ 입니다.

타치카와 비행기 ⓒTachihi Holdings

먼저 그린 스프링스를 만든타치히(Tachihi)’라는 회사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타치히 그룹의 전신은 도쿄도 산하 서쪽에 위치한 다치카와시(Tachikawa) 기반으로 비행기를 만드는다치카와 비행기(Tachikawa Aircraft Co.)’ 입니다. 전성기에는 임직원 수가 4만명을 웃돌 정도로 규모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세계 2 대전 당시 일본군이사용했던 전투기를 생산함으로써 전쟁에 기여했고, 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느껴 전후에는 전투기 사업을 중단하였습니다. 이후 경영 통합이 완료된 2012년을 기점으로 소유하고 있던 땅을 일체 개발하여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것으로 회사의 비전을 재정립하게 되었습니다.

아카돈보 보육원 ⓒKatsuhisa Kida / FOTOTECA

2015 지역친화적인 쇼핑몰라라포토 타치카와 타치히(Lalaport Tachikawa Tachihi)’ 시작으로, 2017년에 오픈한 인공 해변타치히 비치(Tachihi Beach)’ 2018년에 문을 아카돈보 보육원(Akatombo Nursery)’ 그리고 같은 해에 완공된 타치카와(Dome Tachikawa)’까지. 기업과 함께 성장해온 지역에 다양한 형태의 여가 시설과 보육시설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활기를 불어넣는 이벤트를 유치하는 방식으로 동네의 변화를 이끌어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2020년에 문을 그린 스프링스(Green Springs)’ 탄생은 그리 놀랍지만은 않습니다.

 

그린 스프링스 ⓒ Nemoto Kentaro

그린 스프링스는 과거 비행장의 활주로가 있던 타치카와역과 쇼와 공원 사이에 지어졌습니다. 철도 역사 앞에 위치하고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단기에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일 있는 주택의 건설이 불가능하다는 조건 때문에 다른 회사들이 매입을 꺼려한 탓에 방치되어 있던 땅이었습니다. 타치히는 라라포트를 완성한 직후인 2015년에 땅을 사들이는 토지 입찰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기획하기 시작했습니다.

타치히는 가장 많은 면적 확보를 전략으로 삼는 일반적인 개발 논리와는 전혀 다른 관점으로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땅에 대해 고민하기 이전에, 거시적인 관점에서 사회가 변화하는 흐름과 안에서 지역 기업이 추구해야할 가치를 먼저 정립하는 것을 출발점으로 삼았습니다. 타치히 전략 연구소의 본부장 요코야마는 그린 스프링스의 처음을 떠올리며경제가 저성장하고 있고, 질리기 쉬운 지금의 시대에는 여태까지의 성공 체험에 의지한 개발을 해서는 안된다. 눈앞의 이익이 아니라 스팬으로 생각해서, 최종적으로는 타치히라는 회사 전체가 윤택해지기 위해서 시야를 넓게 파악해, 타치카와의 거리 전체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개발을 방침은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다시 말해, 지역에서 탄탄하고 지속 가능한 지지 기반을 만들고, 이를 발판삼아 기업의 장기적인 비전을 성취하기 위한 사업으로 바라본 것입니다. 더군다나 타치히는 이미 타치카와 지역에 93헥타르에 달하는 토지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꾸준히 지역 주민들에게 필요한 장소를 개발해온 기업입니다. 그렇기에 단일한 프로젝트로 수익을 거둬들이는 것보다, 앞으로 만들어갈 수십-수백개에 이르는 동네의 장소와 콘텐츠 전체를 아우르는 관점 자체가 기획의 핵심인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100년을 지속하는 거리 만들자는 대내외적인 공감대가 구축될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감대는 프로젝트가 익어갈수록 관여하는 사람의 숫자가 늘어나도, 흔들리지 않고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갈 있는 강력한 고리가 됩니다. 말하자면 끊임없이 이어지는 판단과 결정의 순간들에 오너가 일일히 관여하지 않고도, 사업에 얽힌 관계자들과 나아가 미래의 사용자들의 마음에 기업과 지역의 비전을 심는 것입니다. 이것이 기업의 비전이 사람 한명 한명의 개인적인 목표와 동기로 치환되며 사회 곳곳으로 확장되고 스며드는 과정인 것입니다.

이제 다음은 ‘100년을 지속하는 거리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것입니다. 좋다고 느낀 장소에는 좋아하는 누군가와 함께 가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지 않나요? 그린 스프링스는 혁신적인 발상보다 오랜 기간동안 변치 않을 단순하지만 보편적인 가치에 집중합니다. 타치히의 사장 무라야마는 인터뷰에서장래에 가슴을 펴고 아이나 손자에게 말하고 싶은, 그린 스프링스는 그런 장소가 것입니다. (중략) 동쪽의 미드타운, 서쪽의 그린 스프링스, 그런 식으로 말할 때가 반드시 옵니다. 눈앞의 평가가 아닙니다. 장소에 사람이이것이 웰빙이야라고 느끼는 그런 장소가 반드시 것입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인간다운 행복을 추구하며 몸과 마음이 건강한 상태로  사람과 교류하며 사는 , ‘웰빙 느낄 있는 장소야말로 세대를 거듭해 지역에 오래도록 뿌리내릴 있는 활기찬 거리가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웰빙이라는 기치 아래, ‘환경의 풍부함을 파는 개발 사업 세부적인 전략으로 세웠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환경의 풍부함 어떻게 정의하고 구현했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그린 스프링스 ⓒ Nemoto Kentaro

사업주는 기업의 비전 실현과 사업성을 동시에 만족하면서도, 넓은 스펙트럼의 고객을 유치하여 안정적으로 사업을 지속할 있는 구성을 고민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상점과 레스토랑, 카페와 베이커리, 역세권의 입지를 고려한 오피스, 비즈니스 트립과 근교 여행 수요에 대응하는 호텔, 여러 형식의 이벤트가 펼쳐질 수 있는 공연장, 그리고 넉넉한 주차장으로 이루어진 밀도 높은 복합 공간이 탄생했습니다. 전반적으로 나이와 성별, 취향을 타지 않는 보편성을 성취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엿보입니다. 언뜻 특정한 수요층을 예측하고 타겟팅하는 것에 비해 매력적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지역과 세대를 초월해 넓고 단단한 고객층을 확보할 있는 전략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지요.

 

그린 스프링스 ⓒShotenkenchiku
그린 스프링스 ⓒ Nemoto Kentaro
그린 스프링스 ⓒTachihi Group
그린 스프링스 ⓒTachihi Group
그린 스프링스 ⓒShotenkenchiku

건축가와 조경가는 자연과 함께 사람들이 생활하고, 일하고 여가를 보내는 장면을 상상했습니다. 그래서 땅의 중앙에 정원과 연못, 산책로, 잔디 광장과 벤치, 휴게 공간이 어우러진 거대한 공원을 배치했습니다. 건물은 가장자리에 배치하고, 처마를 길게 내어 해와 비를 피해 쾌적하게 걸어다닐 있는 거리를 만들었습니다. 구석구석을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머무를 있도록 플리마켓이나 이벤트를 있는 잔디 광장, 아이들이 좋아하는 분수와 물이 흐르는 계단, 지역의 명소가 전망대도 만들었습니다.

 

그린 스프링스 로고 ⓒ POOL inc.
그린 스프링스 사이니지 ⓒ SDA

브랜드 디자이너는 오너의 확고한 철학과 이념을웰빙이라는 단어로 표현해주었습니다. 특별한 단어가 아니더라도 진심을 눌러담은 말의 힘은 강력합니다. 앞으로 수십년간 유무형의 방식으로 발신될테니까요. 시각 요소도 그러한 방식 하나입니다. 소셜 미디어 계정부터 직원의 명함에 이르기까지, 상대적으로 작은 단위에서 반복되기 때문에 사람들의 눈에 쉽게 익숙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기억에 각인되기 위해서는 다른 요소들과의 시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예를 들어 그린 스프링스의 로고는 중앙의 녹지를 가로지르는 X 형태의 길을 모티브로 했습니다. 과거 비행장이었던 땅의 과거와 비행기 산업을 주도했던 기업의 역사를 기억할 있는 매개이면서, 건물의 배치와 길의 모양을 결정하고, 모든 시각 디자인의 원형이자, 지역의 역사와 미래가 교차하는, 도시와 자연이 교차하는 장소를 표현하는 개념적인 상징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모든 요소들이 어우러진 총체를 경험하고 나서야 비로소 사람들은 특별함을 느낄 있습니다. 

 

상점의 매장 ⓒGreen Springs ⓒNemoto Kentaro
오픈형 공연장, 타치카와 스테이지 가든 ⓒ Green Springs
안내소 ⓒ Green Springs
매주 화요일에 열리는 채소 시장 ⓒ Green Springs

운영을 담당하는 부서는 그린 스프링스를 단순히 임차인을 유치하는 방식의 상업시설이 아닌동네와 거리를 좋아하는사람들이 새로운 일을 하고 싶어 모이는 장소 만드는 관점으로 접근합니다. 그래서 유명한 프랜차이즈가 아니더라도지역에서 오랜 기간 사업을 영위하려는 의지를 가진 젊은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젊은 시절 시작한 가게가 자리를 잡고 가정을 꾸려 동네에 정착해서 아이를 키우는 기반이 된다면 지역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니까요. 실제로 보통 2-3 단위로 임대 계약을 맺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에서는 10-15 단위로 임대 계약을 맺는 일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있습니다. 단순히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를 넘어서, 같은 마음가짐과 비전을 공유하는 파트너가 되는 셈입니다. 

 

그린 스프링스의 밤 ⓒ Green Springs

그린 스프링스를 만든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확신유연함책임감기백공동체 의식그리고 강력한 의지입니다. 100 뒤에도 남아 있을 만큼 멋진 장소를 만들어내겠다는  의지야말로 진정한 ‘존버 실천이라는 생각이 듭니다도전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결코 녹록치 않은 매일을 살아가는 누군가에게는 조금의 여유와 용기를 더해줄  있으니까요.





EVERY WEEK Editor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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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움직이는 것

생각을 움직이는 것

쿠베(KU.BE) ⓒAdam Mørk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은 몸을 움직이는 것입니다. 평소와는 다르게, 몸에게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움직이다보면 생각도 따라서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다양성과 건강을 모토로, 문화와 움직임을 위한 장소를 지향하는 ‘쿠베(KU.BE)’ 를 소개합니다.

덴마크 코펜하겐 프레데릭스베르에 위치한 ‘쿠베(KU.BE)’는 현대인을 위한 일종의 놀이공원입니다.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놀이공원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과거 남녀노소 누구나 일상의 환기를 위해 찾던 놀이공원의 원형에 가까운 것입니다. 

1800년대 바켄(Bakken)의 풍경

놀이공원의 시초로 알려진 세계 최초의 놀이공원 ‘바켄(Bakken)’ 역시 쿠베와 마찬가지로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탄생했습니다. 무려 1583년에 처음 문을 열었습니다. 왕이 사슴을 사냥하기 위해 쓰이던 동물원과 정원을 개방하여, 다양한 엔터테이너와 예술가들을 불러 들여 잔치를 벌이던 곳이 지금의 놀이공원으로 발전한 것입니다. 바켄의 흥미로운 점은 단순히 유희를 목적으로하는 것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의미를 담은 장소를 지향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전문 예술가 뿐만 아니라 빈민가에 사는 사람들, 사회적 약자인 여성과 아이들도 자유롭게 노래를 부르고 뛰어놀 수 있도록 했습니다. 재능과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들에게 임시 천막을 빌려주고 스스로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원을 가득 채운 천막은 실험적인 연극이 펼쳐지는 극장이자 술과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과 개성 넘치는 상점이 되었습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아이디어를 펼치고 서로에게 영감을 받으며 즐길 수 있는 최초의 놀이공원에 담긴 코펜하겐의 정신은, 쿠베를 통해 여전히 그 자리에서 계승되고 있습니다. 

쿠베 ⓒOssip

쿠베(KU.BE)는 건강, 움직임, 예술과 문화가 하나의 건물 안에서 뒤섞이는 공간입니다.  실제로 여러가지 물리적인 요소들이 뒤엉킨 듯한 건축으로 표현됩니다. 쿠베의 모든 것은 생각을 움직이도록 만들어졌습니다. 도서관 옆에 달리기 트랙이 지나가고,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가면 카페가 나타나고, 이리저리 기울어진 바닥 아래에는 미로가 숨어있습니다. 

 

쿠베 ⓒAdam Mørk
쿠베 ⓒADEPT

사람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움직이길 바란다는 쿠베의 리더 Christian Rottbøll 는 

 

“쿠베의 건축과 활동은 문화와 운동의 경계를 허무는 것에 관한 것입니다. 쿠베는 다른 층과 옆 공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끊임없이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지어졌습니다. 록 콘서트를 듣기 위해 들어왔지만, 탱고 댄서를 보고 영감을 받거나 훈련하는 파쿠르 팀을 지나며 새로운 취미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핵심은 서로의 영역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입니다” 

 

라고 쿠베를 소개합니다. 모든 것을 놀이화하는 지금 시대에 놀이가 갖는 의미와 정신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이 아닐까 합니다. 놀이야말로 기획력과 상상력, 협응력과 실행력이 필요한 고도의 활동이니까 말이죠. 이렇듯 쿠베는 다른 사람이 노는 것을 관찰하고, 함께 마음껏 놀 수 있는 환경에서 비로소 움직임(Movement)들이 단순한 여가 활동을 넘어서 가히 ‘운동(Movement)’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쿠베의 또 다른 이름이 컬처 앤 무브먼트 하우스(Culture & Movement House)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 거창한 이름 만큼이나 유명한 음악가의 공연이 아니더라도, 쿠베에서 일상처럼 벌어지는 풍경들은 실로 대단합니다. 가는 곳마다 각양각색의 페인트가 칠해져 있고, 벽과 바닥이 이리저리 꺾이고 휘어져 있는 공간에서 다채로운 행위가 계속해서 펼쳐집니다. 

쿠베 ⓒADEPT

쿠베의 공간은 선뜻 이해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금새 지루해질 것처럼 보일 만큼 지나치게 독특하다는 인상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베는 방문객으로 하여금, 확고한 취향이라는 미명 아래 스스로 얼마나 좁은 범주의 환경을 선택하며 살고 있었는지 고찰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한 눈에 ‘와!’하는 탄성과 함께 휘발되는 것이 아니라, 구석구석 천천히 발견할 때 ‘오?’하고 고개드는 생각들이 쌓였을 때 비로소 그 힘이 작동합니다. 생각이 움직이는 우연한 순간의 경험들을 마주할 수 있도록 몸을 움직여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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